
[성지연 기자] "할리우드 배우를 섭외해 영화를 만들겠습니다!"
종교 단체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단체가 손잡고 영화 산업에 발을 들였다. 특정 종교 단체가 영화 산업을 시작한 것은 잘못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행보는 위험하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하는 영화 '건국 대통령 이승만'(제작 이승만 영화추진위원회)과 관련한 이야기다.

지난 2월 1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 20층에선 '건국대통령 이승만' 제작 보고회가 개최됐다. 파격적인 제목과 생경한 제작사 이름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리고 메가폰을 잡은 이는 다름 아닌 '긴급조치 19호(2002년)', '도마 안중근(2004년)', '젓가락(2010년)'을 연출했던 개그맨 겸 목사 서세원이기에 더더욱 이목이 쏠렸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은 전 대통령 이승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불교 애국 단체총연합회, 기독교 이승만 영화추진위원회, 대한민국 사랑회가 제작에 나섰다.
이날 제작 보고회 사회를 맡은 정미홍 더코칭그룹 대표는 영화 제작과 관련해 전반적인 계획을 밝혔다. 그는 "영화는 이승만 대통령의 위대한 업적을 기릴 것이며 이승만 대통령을 연구한 이주영 박사를 시나리오 총감독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의 총재 전광훈 목사가 영화 제작 후원회장을 맡아 3천만 명의 후원자 또한 결성한다"며 "영화는 오는 7월, 8월에 제작하고 2015년 7월, 8월 건국절에 개봉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여 신뢰감을 더했다.
제작 보고회에 참석한 '건국대통령 이승만' 후원회장 전광훈 목사 또한 말을 보태며 캐스팅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영화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를 캐스팅할 예정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아내였던 고 프란체스카 도너 리 여사 캐릭터의 경우 까다로운 오디션을 봐서 결정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목사는 이어 "영화가 개봉한 뒤에도 힘을 보태야 한다. '변호인'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것은 나라가 망하고 있는 신호니까 교회를 다니는 분들이 한 명당 표를 3장 씩 구입하자"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제작사가 그리는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스케일은 화려했다. 후원 금액의 규모 또한 그간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제작된 영화 중 가장 큰 규모가 예상됐다.

하지만 화려하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걸었던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소식은 지난 2월 제작 보고회 이후 들을 수 없었다. 크랭크인을 계획한 7월을 눈앞에 둔 지금까지 제작 상황, 캐스팅 배우 모두 감감무소식이다. 보도 자료를 요청하며 제작사에게 건넸던 명함 또한 무색했다. 제작사는 작품 진행 상황 전반을 베일에 감춘 채 온라인을 통한 후원금 모집만 지속하고 있다.
거기에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메가폰을 잡았던 서세원마저 지난 10일 아내 서정희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져 불구속 입건 당했고 서정희에게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이 내려지며 영화 제작은 더욱 '안갯속'이다.
이와 관련해 제작사는 15일 <더팩트>과 통화에서 "서세원은 원래 감독 자격이 없었다. 그와는 별개로 영화 제작에는 차질이 없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제작 과정이나 후원금 모금 현황을 묻는 말에는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영화는 목표한 대로 진행이 잘된다"며 자신감을 보여 의문점만 키웠다.

하지만 '건국대통령 이승만' 크라우드 펀딩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 본 후원금 상황은 초라하단 말도 무색할 정도다. 12만 원이 후원 금액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특정 종교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활동은 개인의 자유다. 영화 개봉 후 개인이 표를 여러 장 사서 임의로 관객 수를 늘리는 것 또한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하나의 예술 작품 즉, 영화를 만들고자 해 제작 보고회를 개최하고 대중 앞에 섰을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제작사는 제작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목표한 크랭크인을 두 달 앞둔 시기에서 12만 원의 금액으로 할리우드 배우를 섭외할 순 없을 테니 말이다. 또한 소액의 후원금이라도 영화를 위해 후원한 금액이 특정 종교를 위한 '헌금'으로 쓰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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