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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탐사-복병 JTBC①] '손석희의 힘' or '거대 자본의 승리'(종합)
2011년 12월 개국한 종합편성 채널 JTBC가 드라마 예능 시사교양 보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JTBC 제공
2011년 12월 개국한 종합편성 채널 JTBC가 드라마 예능 시사교양 보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JTBC 제공


[박소영 기자] 2011년의 시작과 동시에 방송계에 지각 변동이 예상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 채널 및 보도전문 방송 채널 사업자를 선정해 서비스를 예고하면서 지상파와 또 다른 방송 세계가 펼쳐지게 됐다. 그리고 그해 12월 1일,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합편성 채널 4개사의 문이 마침내 열렸다.

이전부터 우려의 목소리는 컸다. 2009년 7월 '날치기'로 미디어법이 통과되면서 종편 채널 탄생의 기회가 생긴 까닭에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조선일보의 TV조선, 중앙일보의 JTBC, 동아일보의 채널A, 매일경제의 MBN 등이 올바른 매체 임무를 다할지 의문이었다. 막대한 자본에 따른 전체 방송시장의 거품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그렇게 흘러온 지 어느덧 개국 2년 반째. 유난히 도드라지는 채널이 있다. 지상파 채널과 가장 가까운 '황금 채널'을 얻은 JTBC가 주인공이다. 시작부터 나머지 세 매체와 다른 색깔을 내세우더니 어느 순간 지상파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보도 방송 등으로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더팩트>은 방송계에서 복병으로 떠오른 JTBC를 객관적인 시선에서 살펴보기로 했다.

JTBC는 개국과 동시에 '빠담빠담'(위)과 '청담동 살아요'를 내세우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JTBC 제공
JTBC는 개국과 동시에 '빠담빠담'(위)과 '청담동 살아요'를 내세우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JTBC 제공

◆드라마+스포츠→예능+보도=종합 강세 채널 등극

JTBC는 출범 초기 '다채로운 즐거움'을 내세우며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내세운 타 종편과 다른 길을 걷겠다고 알렸다. 우선 드라마 라인업은 화려했다. 정우성-한지민이 커플 연기를 펼치고 노희경 작가가 펜을 든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는 초반 종편 드라마 가운데 기대작으로 꼽혔다.

이와 함께 채시라 주연의 '인수대비', 송일국과 박진희의 '발효가족'도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god 출신 데니안의 첫 주연작 '여자가 두 번 사랑할 때'와 김혜자의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도 다른 종편 드라마에 비해 막강한 라인업을 등에 업고 시작했다. 이렇게 JTBC는 드라마로 종편계 기선제압에 나섰다.

2012년 6월부터는 '2014년 FIFA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중계를 시작으로 스포츠 중계를 개시했다. 이와 관련해 KBS MBC SBS 3사의 중계 공동협상 창구인 코리아풀이 "JTBC의 계약으로 지상파의 협상이 어려워졌다. 이게 바로 국부유출"이라고 크게 반발했기도 했다. 그러나 JTBC는 중계권을 독점으로 따냈고 '레바논전' 중계로 종편 중 역대 최고 시청률인 7.5%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빈 수레가 요란'할 뿐이었다. 2012년 11월, 종편 개국 1년이 다가오자 시청률 성적표(이하 닐슨코리아 기준)가 공개됐는데 채널별 평균 시청률은 MBN이 0.643%로 가장 높았고, JTBC(0.565%), 채널A(0.552%), TV조선 (0.432%) 순으로 나타났다. 축구 단독 중계로 JTBC가 돋보이는 듯했지만 평균 0.5% 시청률 안팎의 다수 프로그램을 아우르긴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희망은 보였다. 종편 4사 가운데 평균시청률이 가장 높은 1~5위 프로그램을 JTBC가 휩쓴 것. 축구 중계가 1·2위인 건 떼 놓은 당상이었고 당시 전파를 타고 있던 '무자식 상팔자'가 다시 한번 '작가 김수현 효과'를 보이며 서서히 지상파를 위협했다. 마니아층을 남기고 종영한 '아내의 자격'은 '밀회'로 이어질 '불륜 신드롬'을 예고하며 4위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고 휴먼다큐 '당신의 이야기 스페셜'이 5위권에 들었다.

'무자식 상팔자'는 종편 드라마 가운데 처음으로 같은 시간대 방송된 지상파를 제압해 화제를 모았다. /JTBC 방송 캡처
'무자식 상팔자'는 종편 드라마 가운데 처음으로 같은 시간대 방송된 지상파를 제압해 화제를 모았다. /JTBC 방송 캡처

2013년 JTBC는 드디어 희망을 쏘아 올렸다. 1월 6일 방송된 '무자식 상팔자'가 7.6%(수도권 유료가구 기준, 광고 제외)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분당 최고 시청률은 10.3%로 2주 연속 두 자릿수 기록을 세웠다. 무엇보다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했을 때 찍은 6.1%의 시청률은 6.0%의 MBC 주말극 '아들녀석들'에 0.1%포인트 차로 앞서는 수치였다.

JTBC는 개국 이래 처음으로 지상파 드라마를 누르는 쾌거를 올렸다. 1995년 국내에서 유료방송이 출범한 이후 비지상파 드라마가 같은 시간대 지상파 드라마를 시청률에서 앞지른 건 처음이었다. 김수현 작가 특유의 맛깔나는 대본과 유동근 김해숙 이순재 서우림 전양자 송승환 임예진 윤다훈 견미리 엄지원 하석진 오윤아 정준 이도영 김지유 손나은 등 신구 배우들의 조화가 주효했다.

탄력받은 JTBC는 예능과 시사·교양, 보도 채널로 세력을 넓혀갔다. 2013년 2월 시작된 '썰전'이 다양한 이야기로 점차 주목받았고 3월에는 '히든싱어'가 참신한 포맷과 '듣고 보는 음악'으로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해 10월에는 시즌2로 지상파를 뛰어넘는 신드롬을 낳았고 '마녀사냥'이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샘 해밍턴을 앞세워 '19금 토크쇼'로 새 지평을 열어나갔다.

그러면서 동시에 보도 분야에도 힘을 넣었다. 2013년 5월, 손석희를 보도부문 사장으로 영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고 그를 핵심 시간대인 오후 9시 종합 뉴스 진행자로 앉혔다. 신뢰를 쌓은 언론인으로 손꼽히는 손석희의 JTBC 종편행은 방송가의 큰 이슈였다. 일각에서는 그가 자본의 언론에 물들고 말았다고 우려했지만, 결과론적으로 따지면 JTBC로서는 '신의 한 수'였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 특보 체제를 가동한 MBC, KBS1, SBS, JTBC 뉴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MBC, KBS1, SBS, JTBC 방송 캡처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 특보 체제를 가동한 MBC, KBS1, SBS, JTBC 뉴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MBC, KBS1, SBS, JTBC 방송 캡처

◆JTBC의 선전, '손석희=공감' 통했다

지난달 16일, 대한민국의 정의는 세월호의 침몰과 함께 가라앉았다. 미처 다 피지 못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 끝까지 승객을 지킨 승무원들, 제주도로 향하던 푸른 꿈을 지닌 누군가는 이기적인 선장과 초동 대처에 미흡한 정부에 희생됐다. 사고 발생 이틀 만에 바다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은 배를 보며 남은 이들은 함께 아파하는 것 외에는 달리할 게 없었다.

정부와 함께 언론도 질타를 받았다. 과열된 취재 양상과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인터뷰가 유족들을 두 번 울렸고 2% 부족한 지상파 뉴스 보도는 점차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웠다. 그럴 때일수록 필요한 건 '함께 아파하는 일'이었다. 이 점에서 앵커 손석희의 JTBC '뉴스9' 보도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고가 발생한 날 방송에서 손석희는 조선해양공학과 전문가 백점기 교수와 전화 인터뷰 중 "배에 공기를 주입하면 그 안에 생존자들이 공기 덕을 볼만한 공간이 남아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결론적으로 아주 희박하다고 본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 말에 손석희 앵커는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계속 물었다.

그러나 백점기 교수는 "배가 기울어지는 상황에서 똑바로 서 있을 때도 움직이기 어려운데 여러 개 객실에 내려가 문을 닫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공기를 주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침통하게 답했다. 그의 대답에 손석희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30년간 냉철하게 뉴스를 이끈 손석희로서는 대형 방송사고였다.

지난달 21일 방송된 JTBC '뉴스9'이 종편 뉴스 시청률 가운데 최고점을 찍었다./JTBC '뉴스9' 방송 캡처
지난달 21일 방송된 JTBC '뉴스9'이 종편 뉴스 시청률 가운데 최고점을 찍었다./JTBC '뉴스9' 방송 캡처


하지만 이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사고'가 아닌 '공감'으로 거듭났다. 방송 직후 손석희의 이름과 함께 '손석희 10초 침묵' '손석희 눈물' 등이 화제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침착하고 냉정하게 뉴스를 전달하는 '앵커'보다 비극적인 참사를 함께 아파하는 '인간'다운 행동이 오히려 뉴스의 진정성을 더했다. 그게 손석희라서 더욱 효과는 컸다.

9시 뉴스의 대명사로 꼽혔던 지상파가 아닌 JTBC 뉴스로 채널이 옮겨가는 일은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달 21일 방송된 '뉴스9'은 2.972%의 시청률로 종편 저녁 뉴스 중 1위에 올랐다. 비슷한 시간대에 전파를 탄 채널A '뉴스 특보'는 0.646%, TV조선 '뉴스 쇼판'은 1.411의 시청률을 나타낸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이후에는 4%대를 웃도는 시청률로 '손석희 효과'를 입증했다.

그달 28일 방송분은 시청률 5.06%를 기록하며 종편 뉴스 사상 처음으로 5% 벽을 넘어섰다. 같은 날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는 전국 기준 시청률 5.6%, SBS '8뉴스'는 6.0%를 찍어 '뉴스9'과 불과 1%포인트 내의 차이를 보였다. MBC 안광한 사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국민 정서와 교감하고 한국 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커다란 이바지를 했다"는 자화자찬 격 평가가 우스워지는 그래프다.

'손석희의 뚝심'은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세차게 움직이게 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 남긴 휴대전화 속 영상은 대부분 손석희 앞으로 제보됐고 세월호 전 항해사나 현장에 뛰어든 민간 잠수부 등 중요한 '입'을 가진 이들은 JTBC와 인터뷰를 원했다. 자연스럽게 지상파 뉴스는 외면당했다.

손석희가 진도 팽목항에서 '뉴스9'을 진행하며 5일간 같은 옷을 입어 화제를 모았다. / JTBC 영상 캡처
손석희가 진도 팽목항에서 '뉴스9'을 진행하며 5일간 같은 옷을 입어 화제를 모았다. / JTBC 영상 캡처

◆'감성팔이' '거대 자본'은 견제해야

'손석희의 뉴스 열풍'을 두고 일각에서는 'JTBC의 감성팔이'라는 쓴소리를 쏟았다. 사고 직후 사망자 보험금에 대한 내용을 다룬 MBC, '시신이 뒤엉켜 있었다'는 보도를 낸 KBS, 현장 기자의 웃음이 담긴 영상을 내보낸 SBS 등 지상파 뉴스에 신물 난 시청자들을 손석희라는 인물을 내세워 감성을 자극해 리모컨을 움직이게 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JTBC 역시 사고 초기 생존자 학생 인터뷰 중 희생된 친구의 소식을 알리는 자극적인 보도 행태로 물의를 빚었다. 그러나 손석희는 그날 오후 '뉴스9'에서 후배 앵커의 잘못을 언급한 뒤 "어떤 변명도 필요치 않다. 선임자로서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 책임이 크다. 깊이 사과드린다"고 자책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손석희 사과' '손석희 10초 침묵' '손석희 눈물' 등의 감성적인 키워드는 JTBC 뉴스를 대표하는 수식어가 됐다. 그렇게 JTBC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지상파에서 종편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고 더욱 확실하게 손석희를 내세웠다. 데일리 프로그램인 '뉴스9'을 주말드라마 대신 확대 편성했다. 손석희는 25일 방송부터 닷새 동안 진도 팽목항으로 자리를 옮겨 보도를 이끌었다. 이때 그는 같은 옷을 매일 입고 나와 뉴스를 진행해 시청자들의 우뇌를 자극했다.

JTBC의 뒤에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있다. /문병희 기자
JTBC의 뒤에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있다. /문병희 기자

JTBC는 2014년 들어 '마녀사냥' '밀회' '뉴스9' 등으로 예능 드라마 뉴스 전 분야에서 고르게 활약하고 있다. 자체적으로는 '다채로운 즐거움' '차별화된 콘텐츠' '시청자들과 교감'이 주효했던 것으로 파악한다. 싫증 나거나 다소 실망스러운 지상파 프로그램과 다른 종편 채널의 부진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 점도 있다.

하지만 확실히 염두에 둘 것이 있다. 종편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옷을 입은 부잣집 도련님이다. 보수 정권과 보수 언론, 보수 재벌의 특혜를 업고 출범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JTBC 역시 마찬가지. 콘텐츠의 다양성은 확보했지만 여전히 그들 뒤에는 삼성과 중앙일보라는 거대 자본이 존재한다. 극단적으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JTBC를 '삼류 재벌 언론' '눈물쇼' '국민 선동에 나선' 등으로 표현한다.

세 살배기 JTBC에게 여전히 많은 숙제는 남겨져 있다.

comet568@tf.co.kr
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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