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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인터뷰] 도도한 허진, 가정부 '임실댁'으로 돌아온 이유
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가정부 임실 역을 맡아 연기한 배우 허진이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더팩트>취재진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남윤호 기자
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가정부 임실 역을 맡아 연기한 배우 허진이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더팩트>취재진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남윤호 기자

[성지연 기자] "헛헛한 기분에 대본을 쥐고 숨죽여 울었어요."

꽃피는 춘삼월, 임실댁을 만났다. 배우 허진(65·본명 허옥숙)의 이야기다.

본명보다 '임실댁'이란 극중 이름이 더욱 익숙해진 그는 지난달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에서 부잣집 최여사(김용림 분)네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억척스러운 가정부로 분했다. 과거 '백색미로' '굿모닝 영동' '폴리스' 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주연만 맡아 연기했던 그가 조연, 그것도 대사가 적은 가정부 임실역으로 15년 만에 대중 앞에 돌아왔다.

과거 다양한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열연했던 허진은 15년 만의 복귀작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가정부 임실 역을 맡았다. 비중이 적은 캐릭터였지만, 허진은 특유의 연기력으로 신선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SBS 제공
과거 다양한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열연했던 허진은 15년 만의 복귀작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가정부 임실 역을 맡았다. 비중이 적은 캐릭터였지만, 허진은 특유의 연기력으로 신선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SBS 제공

초라한 앞치마와 구불구불 촌스러운 파마에도 허진이 녹여낸 임실은 특유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시청자 사이에 우스갯소리로 "'임실댁과 채린이'란 두 번째 부제를 만들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도도한 허진의 변신은 새로운 매력을 자아냈다.

허진을 최근 서울 마포구 마포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 취재진이 직접 마주했다. 약속 시각보다 먼저 나와 있던 그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수줍은 미소로 인사하는 그는 드라마에서 봤던 임실댁의 억척스러운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었다. 정갈한 자세로 앉은 그와 그 옆에 얌전히 놓인 면가방이 눈에 띄었다. 여전히 도도하고 새침했다.

◆ '세결여' 신스틸러 임실댁, 그를 만든 것은 김수현 작가와 강부자

허진은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 출연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 강부자를 꼽았다./남윤호 기자
허진은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 출연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 강부자를 꼽았다./남윤호 기자

허진을 만난 날은 지난달 27일, '세결여'의 마지막 촬영이 끝난 뒤였다. 종영한 소감을 묻자 쓴웃음을 보였다.

"10회쯤 더해도 되는데(웃음)…굉장히 아쉬워요. 마지막 대본을 받고 섭섭해서 남몰래 이불에 들어가서 울었어요. 아시다시피 오랜만에 한 작품이라 굉장히 의미가 컸어요. 촬영이 끝나고 나니까 작품을 집필한 김수현 작가를 포함해 모든 스태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후회스러운 부분이 많아요."

그간 다양한 방송에서 15년의 공백 동안 겪은 생활고와 개인적인 이야기에 대해 가감 없이 털어놨던 허진은 이번 인터뷰에선 "고생했던 과거사로 화제를 만들고 싶지않다"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 '세결여'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묻자 '어둠'이란 단어를 스스럼없이 꺼냈다.

"어둠 속에서 나를 꺼내준 사람이 바로 강부자 언니예요. 생활고로 힘들어할 때 드라마 관계자들에게 제 출연을 적극적으로 추천해 줬죠. 부자 언니 때문에 '세결여' 캐스팅 초반 김용림 씨가 연기한 최여사 캐릭터로 대본 리딩을 하러 갔었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호랑이같은 김수현 작가 앞에서 긴장을 한 거죠. 오랜만에 읽어보는 대본도 쑥스럽고 어색해서 제대로 못 읽었어요. 결국, 배역에서 잘렸죠(웃음). 가까스로 가정부 임실댁이나마 턱걸이로 출연한 거에요."

당초 허진은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김용림이 연기한 최여사 캐릭터를 연기하기로 돼있었지만, 대본 리딩 당시 김수현 작가에게 호된 꾸지람을 듣고 임실 캐릭터로 '강등'당했다고 털어놨다./남윤호 기자
당초 허진은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김용림이 연기한 최여사 캐릭터를 연기하기로 돼있었지만, 대본 리딩 당시 김수현 작가에게 호된 꾸지람을 듣고 임실 캐릭터로 '강등'당했다고 털어놨다./남윤호 기자

대본 리딩에서 김수현 작가에게 호된 꾸지람을 듣고 임실 역으로 '강등'당한 허진은 당시 섭섭한 마음에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그래도 잘리지 않은 게 다행이다"며 호탕하게 웃는 그에게 "그래도 최여사 캐릭터가 욕심나지 않느냐"고 묻자 손사래를 친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저는 굉장히 오만했죠. 15년 만에 연기하면서 비중 있는 배역을 맡겠다는 건 욕심이에요. 지금 생각해보니 오히려 잘 된 일이야. 임실로 살면서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임실댁으로 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그에게 정중하게 질문을 던졌다. 60이 넘은 허진은 이번 작품을 계기로 무엇을 배웠을까 궁금했다.

"대사가 이렇게 적은 건 처음이었어요. 부끄럽게도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한 번도 내 대사 말고는 읽어본 경험이 없어요. 하지만 '세결여'를 하면서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었어요. 김수현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많은 반성을 했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과 배우로서 가져야 할 겸손에 대해 배웠어요."

◆ 허진 "아무리 힘들어도 무지렁이처럼 살진 않았어요."

허진은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 출연한 후배 여배우들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남윤호 기자
허진은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 출연한 후배 여배우들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남윤호 기자

허진은 인터뷰 내내 기자를 보며 "후배 배우들과 비슷한 또래다"며 좋아했다. 그는 '세결여'를 통해 이지아 엄지원 장희진 손여은 등 20~30대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꽃보다 아름다운 배우들이에요. 그들을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에너지를 얻어가죠. 주책스럽게 들릴지 몰라도 '세결여'에 나온 여배우들은 연기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김수현 작가의 안목이죠. 내가 그 나이였을 때는 그만큼 못했거든(웃음)."

임실댁으로 출연하며 극 중 채린(손여은 분)과 함께 한 시간이 많아서였을까. 정태원(송창의 분)과 재혼 후 딸 슬기(김지영 분)를 때리고 얄밉게 구는 채린 캐릭터가 가장 크게 와 닿았다고 털어놨다.

허진은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채린 캐릭터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채린을 보며 과거 감정표현에 서툴었던 자신이 떠오른다고 설명했다./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방송 캡처, SBS 제공
허진은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채린 캐릭터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채린을 보며 과거 감정표현에 서툴었던 자신이 떠오른다고 설명했다./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방송 캡처, SBS 제공

"채린이를 이해해요. 그 남자(정태원)가 좋아서 곁에 있고 싶은데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해서 서투르게 표현하는 캐릭터죠. 채린이 심술맞고 서투르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 과거의 못난 나를 보는 것 같아요(웃음). 안쓰럽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죠."

'세결여'는 허진에게 많은 것을 남긴 듯했다. 두 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작품에 대해 회상하며 활짝 웃거나 쓴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배우에게 작품 하나하나는 모두 특별하게 남겠지만, 허진에게 '세결여'와 임실댁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필모그래피로 남을 겁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있던 나에게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준 작품이니까.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배우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준 작품이란 거죠. 외로워도 가난해도 무지렁이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 버텨온 삶이었어요. 큰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가정부도 좋고 무엇도 좋으니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요."

amysu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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