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연 기자] 3일 개봉하는 영화 '백프로(감독 김명균, 배급 마인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11년 촬영했지만 뒤늦은 개봉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주연배우에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여진구와 지난 2010년 인기리에 방영된 KBS2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윤시윤이 시나리오 하나만 보고 차기작으로 선택했던 작품이라 팬들의 기대감이 증폭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백프로'는 화려한 남자 배우들의 조합이 아까울 만큼 허술하고 촌스러운 전개가 아쉬움을 자아낸다.
'백프로'는 프로골퍼로 이름을 날리던 '백프로' 백세진(윤시윤 분)이 예상하지 않던 사고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실어증까지 얻고 전교생 6명뿐인 섬마을 학교에 선생님으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한순간 부와 명예를 잃고 울며 겨자 먹기로 섬마을에 내려온 백프로는 화려했던 서울 생활과 달리 조용하고 순박한 섬마을을 보곤 이내 후회한다. 이후 하루빨리 섬을 떠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지만, 그의 '탈출'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섬마을 주민들은 폐교위기에 처한 학교를 살리기 위해 백프로를 선생님으로 잡아두려 애쓴다. '골프 천재'였던 그를 통해 자녀들이 골프 특기생으로 자라길 바라는 것은 덤이다. 섬마을 주민들과 백프로의 기 싸움에 조용했던 섬마을은 시끌시끌해지고 그 속에서 백프로는 분교의 반항아 이병주(여진구 분)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다.
영화는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던 백프로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순수한 아이 병주를 만나 변화하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자 한다. 동시에 거칠지만 순박한 섬마을 주민들을 곁들여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섬마을 아이로 분한 14살 소년 여진구는 지금과 다른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지난해 개봉한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감독 장준환)'에서 보여줬던 소년과 남자의 경계에 선 그는 '여심'을 흔들었지만, 아역 여진구를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하는 '백프로'는 관객들에게 '엄마 미소'를 짓게 한다. 까만 얼굴에 작은 키의 여진구가 변성기도 채 오지 않은 목소리로 대사를 하는 장면은 꽤 신선한 느낌을 풍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연기력만큼은 결코 어린 것이 아니다. 14살 여진구는 눈물 연기부터 섬세한 감정선까지 무엇하나 놓치지 않고 표현한다.
하지만 '백프로'는 어린 여진구를 구경하는 재미뿐이다. 그의 눈물겨운 열연을 제외하고는 무엇하나 살릴 수 있는 것이 없고 흐느적거리는 전개와 촌스러운 대사 무리한 설정은 관객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영화의 '올드'한 분위기는 촬영한 지 오래된 탓으로 돌린다 해도 엉성한 전개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실어증에 걸린 캐릭터 골프선수 백프로로 분해 작품 내내 대사 한마디 없이 표정과 몸짓으로 고군분투한 윤시윤은 애처롭기만 하다. 과한 설정과 억지스러운 감동코드 또한 그의 연기력을 좀 먹이는 요소 중 하나다.
아이들을 극도로 혐오하던 백프로가 이병주의 골프에 대한 열정에 한순간에 마음의 문을 열고 소위 '참 선생'으로 거듭난다는 억지스러운 설정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기 힘들어 보인다. 이런 스토리에 자신을 끼워 넣어야 하는 윤시윤 또한 과도한 표현으로 부담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조연으로 이경영 이병준 이원종 천호진 박상면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가 마을 출연했지만, 감초들의 열연 또한 아깝기 그지없다. 극 중 마을주민으로 등장하는 이원종 이병준과 교장 선생님 이경영, 여진구의 아버지 박상면의 비중은 적지 않고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탄탄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을 만큼 스토리가 허술하다.
모든 구조가 무너지니 영화는 답답하기만 하다. 온기를 풍기지만, 진부하고 촌스러운 분위기가 도드라진다. 지난 2003년 개봉한 '선생 김봉두'에 전래동화 '효녀 심청'을 이상하게 섞어놓은 기분이다.
'대세남' 여진구 윤시윤이 호흡을 맞추고 탄탄한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대거 조연으로 출연한 '백프로'. 호기심을 자극하긴 하지만,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크다. '핫'한 여진구의 고군분투 치열한 4월 극장가에서 얼마나 먹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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