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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씨네리뷰] 팔다리 잃은 '몬스터', 김고은의 고군분투가 눈물겹다

  • 연예 | 2014-03-13 09:00

'몬스터'는 두 주인공 이민기(왼쪽)와 김고은의 연기만 눈에 띄는 아쉬움이 있다./영화 포스터
'몬스터'는 두 주인공 이민기(왼쪽)와 김고은의 연기만 눈에 띄는 아쉬움이 있다./영화 포스터

[김가연 기자] 영화 '오싹한 연애'(2011년)는 로맨틱 코미디와 호러 장르의 묘한 결합으로 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13일 개봉하는 '몬스터'는 '오싹한 연애'를 만든 황인호 감독의 차기작. 새롭고 독특한 장르를 기대한 관객에게도 '몬스터'는 조금 기괴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재미있다, 재미없다'로 단정을 짓기엔 애매하다.

스릴러와 블랙 코미디, 도통 맞을 것 같지 않은 두 장르를 황 감독은 '몬스터' 속에 녹였다. 장르 파괴도 좋고, '살인마' 이민기와 '미친 여자' 김고은이라는 신선한 조합도 좋지만, 문제는 영화의 방향과 흐름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것. 영화가 가진 전체적인 틀과 구조를 도통 알 수 없다.

'몬스터'는 시골 장터에서 장사하는 7살 지능을 가진, 그래서 동네 사람들에게 '미친 여자'로 불리는 복순(김고은)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복순은 머리는 좀 모자라지만 곧 서울대에 갈 동생 은정(김보라)을 끔찍이도 아끼는 여자. 복순은 은정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는 여자다. 두 사람은 갑자기 나타난 나리(안서현)를 집으로 들인다.

세 사람이 함께 학교에 가던 길, 복순이 체육복을 두고 온 은정의 체육복을 가지러 간 사이 은정이 한 남자에게 살해당한다. 은정을 죽인 이는 태수(이민기). 태수는 나리를 찾다가 은정을 죽이게 되고 복순은 동생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다. 나리와 복순을 없애려는 태수와 복순의 악랄하고 잔인한 술래잡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몬스터'에서 미친 여자 복순을 연기한 김고은(위)과, 살인마 태수를 그린 이민기의 조합은 신선하나 종잡을 수 없는 연출이 산만하다./영화 스틸컷
'몬스터'에서 미친 여자 복순을 연기한 김고은(위)과, 살인마 태수를 그린 이민기의 조합은 신선하나 종잡을 수 없는 연출이 산만하다./영화 스틸컷

황 감독도 언급했다시피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태수와 복순 캐릭터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이를 연기한 김고은과 이민기도 제법 잘 소화했다. 김고은은 출연 계기로 스릴러에서 찾을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의 특이점을 꼽았다. 그동안 한국 영화 스릴러에서 여성이 대부분 피해자로 그려진 데 반해 복순은 강하고 당차며 자신감이 넘친다. 어딘가 좀 모자라는 일명 '미친 여자' 설정이 복순을 한껏 더 적극적으로 만들었다.

울고불고 욕하고 뛰고 달리기를 반복하는 김고은은 관객이 보기 부담스럽지 않게 연기했다. 순수한 눈빛과 달리 거침없이 쌍욕을 내뱉는 그에게 '은교'(2012년)의 청순미는 온데간데 없다. 하지만 은정을 위해서 복순을 계획하는 그는 180도 돌변한다. 극과 극을 오가는 김고은의 연기가 영화를 살렸다.

배우들의 연기는 손색없으나 전체적인 구조가 문제다. 영화를 후반부로 갈수록 복수 이야기는 산 건너 물 건너가 버리고 태수에게 붙잡힌 나리 구하기에 바쁜 복순에게 초점을 맞춘다. 나리와 복순이 만드는 코미디, 복순과 태수가 그리는 스릴러가 이리 뛰고 저리 뛰니 관객은 영화를 느끼긴커녕 따라잡기에 바쁘다.

한쪽 구조가 무너지니 태수의 이야기도 그리 재밌진 않다. 사이코패스로 그려지는 태수는 형(김뢰하)과 엄마(김부선) 때문에 괴물이 된 남자 '인 것 같다'. 명쾌하게 풀이되지 않은 채 관객의 추리로만 봐야 하니 답답할 뿐이다.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이 된 태수의 배경도 풀이되지 않으니 영화는 팔다리를 잃고 흐느적거린다.

갈 곳을 잃은 구조에서 두 배우의 연기만 눈물겹다. 후반부 복순과 태수가 족발집에서 싸우는 장면은 두 인물의 야성적이고 괴물 같은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돼지족을 무기 삼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피를 튀기는 전쟁을 벌이는 태수와 복순. 야리야리한 두 사람의 몸매를 생각하면 상상이 어렵지만, 이민기와 김고은은 이 선혈이 낭자한 장면을 누구보다 잘 소화하니 그나마 영화를 보는 맛이 산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하는 '몬스터'. 일반 관객이 어떨지 볼지는 미지수다. 장르와 느낌이 전혀 다른 '우아한 거짓말'이 '몬스터'와 같은 날 개봉한다. 두 영화의 관객 수 대결도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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