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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의 1mm 클로즈업] '송포유' 감동? 불편한 시청자도 많다





SBS 추석특집 '송포유'가 가해자 미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SBS 방송화면캡처
SBS 추석특집 '송포유'가 가해자 미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SBS 방송화면캡처

[김한나 기자] 영화 '송포유'를 아는가? 병색이 짙지만 정성을 다해 준비하던 합창 오디션에 끝내 오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내를 대신해 무대에 선 한 남자의 얘기를 담은 지난 4월 개봉된 영국 영화다. 한 사람을 위해 진심으로 노래를 부른다는 가슴 절절한 내용을 담아 제목 마저도 '송포유'(당신을 위해 노래한다)다. 잔잔한 감동과 음악이 함께하는 영화로 꽤 두꺼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것으로 기억한다.

동명의 추석특집 프로그램이 있다. 가요계를 대표하는 두 가수 이승철, 엄정화가 각각 고등학생들과 팀을 꾸려 합창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의 SBS '송포유'(연출 서혜진)다. 이승철, 엄정화가 각각 성지고등학교와 서울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 학생들을 지도해 폴란드 국제합창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3부작으로 그렸다.

언뜻보면 동명의 영화처럼 음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는 과정을 그리며 감동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읽힌다. 그러나 '송포유'에 대한 시선은 조금 다르다. 감동을 받았다는 호평보다는 비판과 우려가 섞인 시선들이 팽배한다. 문제는 그 대상이 '문제아'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학교 폭력이 사회문제로 변모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린 것이 첫 번째 이유로 보인다. 문제아 집단인 그들은 또 다른 시선에서 보면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문제아들을 대상으로 합창단을 꾸려 개과천선하는 모습을 그리는 것은 극적인 감동을 일으킬 수 있는 소재인 것은 맞다. 또 불량하지만 꿈과 목표를 잃은 그들에게 도전의 기회와 목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획 자체에 문제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와 달리 시청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역효과에 대한 제작진의 준비는 미흡해 보인다.





'송포유'는 이승철, 엄정화가 각각 성지고등학교와 서울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 학생들을 지도해 폴란드 국제합창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담았다. / SBS 방송화면캡처
'송포유'는 이승철, 엄정화가 각각 성지고등학교와 서울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 학생들을 지도해 폴란드 국제합창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담았다. / SBS 방송화면캡처

방송에서는 출연 학생들의 음주, 폭행, 흡연, 문신 등이 그대로 묘사됐다. 심지어 "폭행으로 전치 8주를 만들었다"고 영웅담처럼 말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그대로 전파를 탔다. 그 아이들에게서 피해학생에 대한 미안함이나 후회의 시선 등은 읽히지 않았다.

실제 방송 후에는 온라인 게시판 등에 학교폭력 피해자가 "저들이 방송에서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피해자들은 더더욱 가슴이 찢어진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피해자가 입을 제2의 상처에 대한 배려는 없이 '가해자 미화'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제작진의 범죄에 대한 무성의하고 배려가 부족한 시선은 이승철의 폭탄발언에서도 읽힌다. 이승철은 아이들을 향해 "고등학교 졸업할 때 전과 9범이었다. 대마초 두 번 피워 감옥에 두 번 갔다왔고 한 번 이혼도 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 가수 중 한 사람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희망을 북돋아 주고 목표의식을 제공하기 위한 이승철의 선의의 거짓말로 밝혀졌지만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장면은 아녔을 것이다. 불량학생의 선도과정을 그린다는 기획의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가해학생이라는 점에서 반성이 밑바탕 되지 않은 채 보여지는 노래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깊은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없다.

방송을 위해 만들어진 그림은 가해자 미화라는 비판과 감동 짜내기라는 반응만을 도출해 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들의 철 없는 행동에 대한 따끔한 질타 부재가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제작진들이 불량학생 선도와 피해자 배려 사이에서 균형감을 유지했다면 어땠을까.

hanna@tf.co.kr
연예팀 ssent@tf.co.kr





'송포유'는 이승철, 엄정화가 각각 성지고등학교와 서울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 학생들을 지도해 폴란드 국제합창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담았다. / SBS 방송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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