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기자] 추석 기획으로 마련된 KBS2 '개그콘서트'가 코너를 넘나드는 출연진의 등장으로 새로운 웃음 사냥에 나섰다. 그러나 외부 게스트 영입이 아닌 자체 출연진 간의 협업이라는 새로운 시도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22일 오후 방송된 '개그콘서트'에서는 동료 개그맨들이 자신들이 출연하고 있는 코너의 캐릭터를 가지고 다른 코너에 출연하는 일이 잦았다. 시작은 '딸 바보'였다. 김대성은 '전설의 레전드'의 나애리 캐릭터로 '딸 바보'에 나타나 김혜선과 신경전을 펼쳤다.
이어 '오성과 한음'에 출연하는 이혜석과 김진철은 '엔젤스'를 만나러 갑자기 퇴장하고 그 자리는 선배 개그맨 박성호와 김대희가 차지했다. 김대희와 박성호는 '오성과 한음'의 유행어를 이용해 "이 코너 뺐을까"라고 외친 뒤 야구공을 주고받는 설정만 배드민턴을 하는 내용으로 바꿨다. '전설의 레전드' 코너에는 지금은 폐지된 '정여사'의 정태호, '뿜 엔터테인먼트'의 김준호가 코너 속 배역 그대로 깜짝 등장했다.
또 '놈놈놈' 코너에는 김기리, 복현규, 유인석 등 기존 '개그콘서트'의 꽃미남들 외에 송병철, 김성원, 서태훈이 추가로 등장했다. 이어 '황해'에는 이상구를 당황하게 하는 인물로 이종훈이 '편하게 있어'의 귀가 잘 안 들리는 할아버지 캐릭터 그대로 나타났다.
마지막 코너인 '뿜 엔터테인먼트'는 두 개의 코너가 합쳐졌다. 김기리와 복현규는 관객과 함께 앉아있다가 '놈놈놈' 속 배역 그대로 무대에 올랐다. 김기리는 실제 연인인 신보라와 커플 호흡을 자랑했고, '씨스타29'의 오나미는 '뿜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아홉수를 겪어야 했다.
이렇게 '개그콘서트'는 추석을 맞아 자체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승부수를 꺼냈다. 그러나 신선한 시도로 캐릭터들의 조합이 뜻밖의 웃음을 선사했다는 반응과 유행어나 캐릭터로 밀어붙이면서 새로운 웃음 코드를 꺼내는 데는 실패해 식상했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개그콘서트'에서 잠시 보지 못했던 정태호의 깜짝 등장이나 여러 개그맨들의 변신, 개그맨들을 총동원한 물량 공세 등은 추석 특집다운 시도였다. 그러나 다른 코너의 캐릭터가 투입된 몇몇 코너에서 기존의 내용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유행어나 툭 던지고 빠졌던 것은 두 코너 모두에게 득이 되지 못하는 듯 보였다.
물론 예전의 '개그콘서트'처럼 홍보나 일회성 웃음을 위해 다른 연예인을 섭외하는 것보다 나았지만, 과한 시도는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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