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지연 기자] "오빠들이 왜 땡볕에서 달리기하다가 다쳐야 되냐고요."
지난 11일 <더팩트> 취재진을 만난 그룹 비스트(윤두준, 양요섭, 장현승, 이기광, 용준형, 손동운) 팬클럽 회원 A(20) 씨의 한숨 섞인 한마디다. A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비스트 멤버들이 지난 3일 진행된 MBC 추석특집 '아이돌 스타 육상·양궁·풋살 선수권 대회(이하 아육대)' 녹화에 참여하는 바람에 온종일 마음을 졸였다고 했다. 녹화에 참여한 멤버들이 다치진 않았지만, 여전히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불만이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예전부터 운동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연예인이 부상을 당하는 것을 봤다"며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오빠들'이 운동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에 나와 얼굴을 알리는 것도 좋지만, 안전이 우선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걱정은 비단 A 씨만의 것은 아니다. 많은 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운동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을 꺼리고 있다. 심지어 지난 해에도 벌어진 '아육대 폐지 서명운동'이 올해도 이어졌다. 팬들이 프로그램 '폐지 서명 운동'까지 벌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운동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하나다. 최근 '몸 쓰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불거진 잦은 부상 소식 때문이다.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에서 가수 김범수는 트램펄린 훈련을 하던 중 무릎 부상을 당했고 MBC 예능프로그램 '스타 다이빙쇼-스플래시'에서는 개그맨 이봉원이 녹화 도중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 박미선은 MBC 예능프로그램 '블라인드 테스트 180도' 녹화를 하다 발목 골절 부상을 당했다. 특히 아이돌이 출연하는 '아육대'는 팬들에게 요주의 프로그램이다. 매년 부상문제가 불거져 왔고 올해에도 마찬가지다. 엑소의 타오가 허리를 다쳤고 빅스의 레오는 발목을 다쳤다. 에이핑크 오하영은 넘어져 팔이 까졌다.

이에 대해 스타제국의 팬 매니저는 "팬들이 단순한 이유로 '아육대'의 폐지를 원하는 것도, 운동프로그램 출연을 반대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연예인들의 부상 문제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인 안전 문제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팬들이 '아육대' 현장공개에 응원을 가보면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다"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10시간이 넘는 녹화를 앉아서 지켜보는 것도 힘든데 땡볕에서 다양한 운동을 해야 하는 연예인들은 체력적인 한계를 느낄 것이다"며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현장에 안전요원이 있어도 사고가 일어나면 무슨 소용이냐"고 '아육대'의 녹화시간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운동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안전문제를 먼저 생각하는 것보다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종목을 채택하는 것도 문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팬들의 원성에도 운동 프로그램에 소속 연예인을 출연시킬 수밖에 없는 소속사 또한 할 말이 많다. 지난 3일 '아육대' 풋살 경기 도중 발목 인대가 파열돼는 부상을 당한 그룹 빅스 레오의 소속사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항상 조심하라고 주의를 시키지만 혈기왕성한 남자 아이돌들을 모아 놓으니 사고가 생긴 거 같다"며 "부상을 당하긴 했지만 당시 레오도 경기하면서 굉장히 즐거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운동 예능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고 부상의 위험 때문에 얼굴을 알려야 하는 것이 절실한 아이돌 그룹이 예능프로그램을 아예 출연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소속사 관계자 또한 아이돌의 운동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팬들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아이돌에게 부상보다 무서운 것은 얼굴이 알려지지 않는 무명의 서러움이다"며 "대표적으로 '아육대'는 1년에 한 번 있는 아이돌이 얼굴을 알리고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프로그램이다. 출연하고 싶어도 못하는 아이돌이 더 많다"고 털어놨다.

MBC '아육대' 프로그램 관계자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MBC 관계자는 "지난 1월 '아육대'에서 씨스타 보라가 크게 다친 일이 있어 올해는 아이돌의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애물 달리기를 없애고 비교적 부상의 위험이 적은 양궁과 풋살종목을 신설했다"며 "녹화 현장에는 항상 사복 차림의 의료진들이 대기하고 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수시로 주의를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명절 때마다 찾아오는 '아육대'에 대해 팬들이 갖고 있는 우려의 목소리도 알고 있지만, 아이돌들이 '아육대'에 참가해 땀을 흘리며 열심히 참가하는 면모를 보며 새로운 매력을 찾아 그들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장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999년 처음 방송을 시작해 수많은 연예인을 '운동스타'로 만들었던 운동프로그램의 '원조'인 KBS2 '출발 드림팀'의 관계자도 말을 보탰다.'출발 드림팀 시즌2'의 제작을 맡은 권영태 CP는 "운동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대표적인 예능프로그램 중 하나"라며 "지금까지 '드림팀'을 통해 조성모, 리키김, 제국의 아이들 김동준까지 다수의 스타를 배출했다"고 말했다.
권 CP는 운동프로그램이 안고 있는 안전문제에 대해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참가자 본인이 조심하는 것이지만 '드림팀'같은 경우 오랜 프로그램의 역사 만큼 숙련된 전문가들이 제작한 안전한 세트에서 촬영이 진행된다"며 "촬영시간 또한 4시간 정도로 비교적 짧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단 우리 뿐 아니라 각종 운동 예능은 프로그램 특성상 안전문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부상 문제를 제작진의 '안전 불감증'으로만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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