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가연 기자] "세상에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아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김현규(34)에게 창작의 주제를 어디서 얻느냐고 묻자 그가 한 답이었다. 영화 연출에 영화 출연, 시나리오 작가까지 겸하고 있는 그는 올해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자네 아내와 여행을 가고 싶네'를 출품하면서 감독으로 나아갈 준비를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창작자'로서 그의 경력은 다양하다. 작품 연출에 출연, 작가까지 창작으로 쏟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더팩트> 사내에서 그를 만나 창작자로서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현규 감독은 1시간가량의 인터뷰 내내 유쾌하고 밝은 웃음으로 대답했다.

◆ "내 직업은 영화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영화와 관련된 이력이 상당하네요. 영화 출연도 많이 한 것 같아요.
영화계에 몸 담은지 10년 째네요. 지난 2004년도에 한석규 씨와 고 이은주 씨가 출연했던 '주홍글씨' 제작부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궁극적으론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죠. 10년 째 되면서 좋은 소식이 온 것 같아요. 스태프로 참여한 영화 '늑대소년'이 700만 명이 넘었고, 우연히 출연한 영화 '세이프'가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어요.(웃음) 내가 감독으로 참여한 영화는 몬트리올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하고, 제가 연출한 작품이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나가서 기분이 정말 좋아요."
-다양한 직업 중에 본 직업은 무엇인가요.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에서 출연하셨는데 작가와 연출자, 배우 중에 가장 힘든 것은 어떤 것인가요.
포털사이트에 제 이름을 검색하면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라고 나와요. 그대로인 것 같아요. 셋 중에 고르라면 작가가 가장 힘들어요. 영화화 되어야 빛을 보는데 영화는 드라마와 다르게 작가보다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말이 많아서 주목받기 쉽지 않죠. 저 같은 경우 순수문학을 먼저 시작했어요. 연기는 제가 좀 잘하는 것 같아요.(웃음) 지난 2007년 임권택 감독님 작품의 연출부에 있었을 때 잠깐 출연한 적이 있어요. 아주 작은 역할이었지만, 감독님이 하라고 하시니 출연했는데 칭찬을 많이 해 주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연기에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은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에도 출연하셨는데, 배우가 몸에 맞는 것 같으신가요.
(웃으면서) 문병곤 감독과는 아마 5년 전쯤 CJ 컨텐츠 개발팀에서 함께 일을 했어요. 그때 작가로 단편 작업을 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죠. 문 감독도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줬어요. 영화에 출연한 계기는 문 감독이 배우를 찾고 있어서 내가 친한 형을 소개시켜줬는데 결국 불발됐는데 제가 그 자리를 대신해서 들어갔죠. '세이프'는 원제가 '한 평짜리 혐오'에요. 한 평짜리 방 안에서 일어나는 혐오스러운 일을 다룬 다는 뜻이죠. 굉장히 악독하게 나오는데 상대 배우가 감정을 잡을 수있게 막 때려달라고 하더라.(웃음) 그래서 막 때렸던 기억이 나네요.

◆ "창작 주제는 주변의 모든 것, 그냥 지나치는 것이 없다"
-제12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출품작을 내셨어요. '자네 아내와 여행을 가고 싶네'라는 작품인데 제목부터 특이하네요. 어떤 작품인가요.
이 영화는 친한 두 친구의 이야기죠. 그 중 한 친구가 간암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는데요 불쌍해서 데리고 가서 저녁을 먹이는데 그 간암말기라는 친구가 충격적인 고백을 하죠. '사실은 고백할 게 있다. 난 너의 아내를 사랑한다. 내 평생의 여자는 수진 씨(너의 아내) 뿐'이라고 이야기해요(웃음). 그의 이야기를 들은 착한 친구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은 없느냐고 묻자 아픈 친구는 발칙하게 자네 아내와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합니다.
-영화가 굉장히 특이한데요. 창작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제가 평소에 그렇게 살진 않아요(웃음). '자네 아내와 여행을 가고 싶네’같은 경우엔 10년 전에 써놨던 시나리오로,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는 것입니다. 시나리오 구상을 할 때 감독들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길 원하죠. 나 같은 경우는 일상적인 관계들이 비틀어 질 때 재미를 느낀다. 다른 면모를 보여줄 때 흥미가생기는 것 같네요. 그래서 평소에 주변을 관찰하고 TV, 영화, 소설 작품을 참고하는 편이죠.
-짧은 단편 영화는 장편 영화와 다른 점이 많을 것 같은데요, '자네 아내와 여행을 가고 싶다'의 뒷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
이 영화 촬영은 주로 잘 사는 친구네 집에서 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촬영한 이후에 연락이 잘 안 돼요. 25년이나 된 막역한 사이인데요. (웃음) 사실 각오는 했었어요. 영화 끝나고 나서 "나를 버리진 마라"고 애원했는데…. 3회 차는 그 친구 집에서 촬영했고 나머지는 야외 촬영으로 갔어요. 배우로 나온 사람은 배성우 배우로 SBS 배성재 아나운서 형이다. 배성우가 '난 항상 동생에게 치인다'로 툴툴대곤 하죠.
- '자네 아내와 여행을 가고 싶다' 전에 정말 짧은 단편 '사랑의 묘약'을 연출하셨는데요, 신인감독으로는 드물에 톱스타 염정아와 함께 하셨어요, 염정아 배우는 어떤 사람인가요.
솔직히 처음에는 부담됐어요. 영화를 많이 찍은 분이고 알아주는 분 아닌가. 소위 '톱 여배우'라 내심 걱정했는데, 촬영에 들어가니 전혀 그런 것이 없었어요. 열심히 연습하고 수용하고 열정적인 배우라 정말 고마웠어요.
- 아직 한창 성장하고 있는 신인 감독이기에 함께 하고 싶은 배우가 많은 것 같아요. 어떤 배우를 어떤 역할에 캐스팅하고 싶으신가요
한석규 배우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술자리에 직접 만나서 함께 영화 작업을 하고 싶다고 구애(?) 한 적도 있어요(웃음). 한석규 씨처럼 욕을 멋있게 하는 배우는 본 적이 없어요. 한석규는 평소 영화에 임하는 자세 또한 굉장히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만약 한석규 씨를 주연으로 캐스팅할 수있다면 우아한 사이코패스 역할을 맡기고 싶어요(웃음).

◆ "신인감독, 그리고 미쟝센 단편영화제란?"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신인 감독의 등용문이라 불리죠. 죄근 '늑대소년' 조성희 감독을 비롯해 '황해' 나홍진 감독 역시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는데요, 감독님 역시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한 이상 기대를 하고 있으실텐데요.
('자네 아내와 여행을 가고 싶네'를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출품한 터라) 기대를 하면 안돼는데 사람인지라 기대하게 되더라고요(웃음). 2주 전에 사전 감독모임을 갔는데 조성희 감독이 그 자리에 있더라. 정말 꿈에도 조 감독이 심사위원인 줄 몰랐다(웃음). 그냥 영화제에서 상 받는 것도 좋겠지만 내가 영화를 하루 이틀만 하고 그만 둘 것은 아니므로 영화의 흥행이나 수상경력은 영화를 오래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을 비우려고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단편 영화에 관한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영화제를 비롯해 관심이 많아졌어요. 영화인들에게 미쟝센 단편영화제란 어떤 의미인가요.
미장센 영화제는 국제 영화제를 제외하고 순수 국내 단편 영화제로는 입지가 높은 편이죠. 국내 영화인이라면 다들 미장센에 대한 꿈을 꾸죠. 특히 선배 감독에게[ 뽑혔다는 자부심이 가장 큰 것 같아요. 물론 다른 영화제에서 다른 교수나 원로 심사위원들의 심사평도 중요하겠지만 영화를 하는 선배들이 내 영화를 뽑아줬다는 것에 대해 더 자부심을 느끼는 것 아닐까요. 사실 미장센 영화제가 감독끼리 평가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다른 영화제 심사보다 신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긴 하죠(웃음).
- 그런 의미에서 국내를 비롯해 세계 단편 영화의 흐름은 어떻게 보시나요.
국내는 단편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늦은 편이죠다. 단편영화가 장편영화의 발판이어서가 아니라 감독이 50살이 돼서도 찍으시는 분들이 많다. 영화제도 사실 이전에도 세계 영화제에서 많이 사랑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관심이 없었잖아요. 단편영화를 잘 만드는 친구들이 단편영화를 잘 만든다는 보장은 없어요.

- 일반 관객의 처지라면 단편 영화를 늘리면 장편 영화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큰 구조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어떤 점을 주목해서 감상하면 좋은가요.
스토리텔링 구조를 보면 시가 단편으로 비교되고, 단편소설이 장편영화 구조가 됩니다. 단편영화는 시가 가지고 있는 함축적이고 압축적인 의미를 담죠. 전 세계 영화제 추세를 비추어 보자면 단편은 15분 이내다. 대부분 용인하는 규정상은 40분 이내를 단편영화라고 정의합니다. 40분에서 60분 사이는 중편 영화, 60분 이상은 장편입니다. 베니스 영화제는 20분 넘어가면 단편이라고 하지 않는다. 사실 단편영화의 시간이 짧을 수록 힘든 경울가 더 많아요.
- 꾸준히 작품을 쓰고 있는데 차기작은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나요. 시나리오도 많이 준비 해 놨나요. 괜찮은 작품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어딜가서도 이런 이야기는 비밀입니다. 워낙 선수들이다 보니(웃음). 사실 영화감독들 '롱런'을 못 하는 이유가 완성된 영화 하나 찍고 끝이라서 그런 경우가 많아요. 신인 감독이 초기에 반짝 관심을 갖다가 나중에 관심이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완성된 시나리오나 준비된 시나리오가 없어서 그래요. 주변에서도 많이 봤어요. 저는 그런 실패를 줄이고자 시나리오를 최대한 많이 쓰는 편입니다.
- 신영균 문화예술 재단에서 후원을 받은 첫 번째 감독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했고 그전에는 국문과를 나온 것으로 아는데, 영화계에 먼저 발을 들인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저는 학교를 늦게 간 편이죠.(한예종). 학교에서는 아무것도 안하고 외부에서 하는 활동만 하면서 영화감독을 꿈꾸는 친구들이 더러 있는데 안타까워요. 공부의 비결로 '국영수에 충실하라'고 하는데 기본기를 탄탄히 하라는 말이죠. 한예종에선 일주일에 한 편씩 영화를 찍어야 합니다. 거기서 지루하고 힘들다고 포기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건 다 찍어봐야 해요. 다양한 각도로 찍어보고 생각해보고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죠. 영화계의 거장들고 엄청 고민해서 영화를 찍어요. 하늘에서 쉽게 무언가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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