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원세나 기자] 조용하던 편집국이 술렁거린다. 기자들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관계자와 통화를 하고 이내 자판을 두드리는 손이 바빠진다.
'열애설'에 이어 '결혼설'이다. 축구 선수 박지성(QPR)과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김사랑이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이 온라인상에 퍼지더니 급기야는 기사로까지 보도됐다. 소속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번에도 '카더라 통신'이다. 14일 새벽부터 온라인상에는 박지성과 김사랑이 최근 결혼을 확정지었다는 글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L호텔 직원의 말을 인용한 이 글에는 호텔 결혼식장 예약자 명단에 두 사람이 올라 있으며 9월 결혼 확정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두 사람의 소식은 시간이 지나자 온라인뿐 아니라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타고 넘으며 순식간에 많은 사람에게 전해졌다. 루머는 빠르게 확산됐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일명 '찌라시(증권가 정보지)'로 치부하며 반신반의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찌라시'가 정식으로 기사화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연예인의 열애 또는 결혼 보도의 기본은 '사실 확인'이다. 신빙성 있는 '정보'를 근거로 발품을 팔아 팩트(fact)를 확인하고, 확인된 내용을 기사화한다. 이번 경우처럼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설' 자체를 기사화 하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킨다.
일단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면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 되고 다른 매체의 기자들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관련 기사들은 끊임없이 나오기 마련이고, 각종 포털사이트에 기사가 반영되면서 소식을 모르던 사람들까지 알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오히려 루머를 키우는 꼴이다.

박지성과 김사랑은 지난 2011년 영국에서 함께 화보를 찍으며 한차례 스캔들이 불거진 바 있다. 그래서 열애설에 이어 결혼설까지 보도되자 아무리 소속사 측에서 '사실무근'의 입장을 밝혀도 사람들은 쉽게 믿지 않는 눈치다. 정확한 시기와 장소까지 거론되니 "이 정도 되면 정말 뭐가 있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상황이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한 번쯤은 해프닝으로 넘길 수 있지만 두 번 세 번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솔직히 소속사에서도 '김사랑이 우리까지 속이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할 정도란다.
결국, 김사랑의 소속사인 싸이더스HQ는 공식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보내 "김사랑은 현재 결혼 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추측 보도에 김사랑 본인과 소속사는 매우 유감스러울 따름"이라며 "향후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그야말로 '정보가 차고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비단 이번 '박지성-김사랑 커플의 예' 뿐만 아니라 앞서 손호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는 '억울한 희생양'을 만들어낼 뿐이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정보 가운데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를 구별할 줄 아는 눈이 절실할 때다. '쓰레기 정보'는 쳐다보지도 말자. 더불어, 무엇보다 '발이 바쁜 기자'가 되자. 내 마음부터 다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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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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