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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연의 어떤씨네] 착한 영화 '미나문방구', 이 아쉬움은?





8일 오후 열린 영화 '미나문방구' VIP 시사회에 참석한 최강희-봉태규와 아역배우(위쪽),영화 속 최강희와 봉태규 출연 장면./최진석 기자 · 영화 스틸 컷
8일 오후 열린 영화 '미나문방구' VIP 시사회에 참석한 최강희-봉태규와 아역배우(위쪽),영화 속 최강희와 봉태규 출연 장면./최진석 기자 · 영화 스틸 컷

[김가연 기자] 영화 '미나문방구(감독 정익환)'의 제목은 직설적이다. 강미나의 이름을 딴 문방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억을 소재로 아버지와 딸, 이웃과의 관계에 관해 이야기한다. '미나문방구'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스러운 이야기로 자극적이지 않다는 것. 끓이고 끓인 구수한 된장찌개처럼 추억의 맛을 생각나게 하지만 반대로 톡 쏘는 청양고추의 한 방이 그립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영화는 부담스럽지 않은 자연의 맛이지만 강력한 한 방이 모자란다고나 할까.

'미나문방구'의 시작은 경기도청 세정과 소속 공무원 강미나(최강희)의 일상에서 시작한다. 어렵게 취업을 한 미나는 공무원 생활을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사귀던 애인이 10살 어린 여자친구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미나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체납세를 받으러 갔다가 물벼락을 맞고, 도로에서는 끼어든 차 때문에 교통사고를 내게 된다.

욱하는 성질 때문에 2개월 정직을 당한 미나는 아버지를 대신해 자신의 고향으로 내려가고 '미나문방구'를 가장 값비싸게 처분하기 위해 동네 아이들을 꾀어 장사한다. 그 사이 자신의 모교로 부임한 최강호(봉태규)는 추억 속에 함께 있던 '미나문방구'가 다시 문을 열자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미나문방구'는 순수하고 깨끗하다. 영화 초반부터 알록달록한 파스텔톤의 색감이 들어간 만화로 문을 연 영화는 '나 착한 영화예요'라고 알린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자극적인 설정과 선정적인 장면은 단 한 곳도 없다. 흰 도화지에 수채화를 그린 듯 영화는 수수하게 흘러간다.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미나문방구'는 자극적이지 않은 착한 영화를 표방했지만, 강력한 한 방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쉽다.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미나문방구'는 자극적이지 않은 착한 영화를 표방했지만, 강력한 한 방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쉽다.

영화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자극하는 다양한 아이템이 등장한다. 체육복부터 흰색 실내화, 각종 군것질거리(쥐약과 헷갈려서 식약청에서 제재를 받았다는 사랑의 묘약은 아는 사람만 알 법하다) 밭두렁 논두렁이나 꿀호박 등 불량식품이 '3040' 세대들의 입맛을 당긴다. '미나문방구'는 추억만 자극하는 것이 아니다.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면서 잊고 있었던 가족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물음을 제기한다. 어린 시절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내줬던 아버지와 그 사랑을 뒤늦게 깨달아 눈물을 펑펑 흘리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낡디낡은 '눈물 구조'에서 한치의 벗어남도 없지만, 영화는 어차피 처음부터 '착한 영화'라는 타이틀을 공개하고 시작했기에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놀 공간이 필요한 요즘 아이들의 풍토도 적절하게 담았다. 그때 그 시절 문방구는 아이들이 잠시 쉬어가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불려다니는 탓에 어디 친구들끼리 놀 수 있기나 한가. 고무줄놀이를 하고 같이 그림을 그리면서 또래와 같이 소통하고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인 '문방구'는 단절된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영화의 재미를 한껏 높이는 것은 아역배우들의 영향이 가장 컸다. 최강호가 가르치는 4학년 4반 아이들을 비롯해 영화에 출연하는 아역 배우는 약 50명 정도. 이 중에서 '여(자)왕(따)'로 불리는 소영이와 '미나문방구'의 라이벌 문방구 '오성문방구' 집의 두 아들의 분량이 가장 많은데, 세 명은 매우 사랑스럽게 연기를 잘해 이모 팬들의 마음을 훔치면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온 최강희와 봉태규의 호흡도 나쁘지 않다. 최강희는 어떤 작품에서나 캐릭터를 120% 살리는 인물이다. 비슷한 류의 작품을 계속 하는 것 같지만 똑같아 보이지 않은 것은 최강희라는 배우가 가진 힘이다. '미나문방구'에서도 '7급 공무원' '째째한 로맨스' '달콤 살벌한 연인' 등에서 보여준 캐릭터와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영화와 썩 잘 어울리면서 유쾌한 미나를 완성했다.

봉태규는 분량이 적지만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다 한다.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는 그는 영화의 감초다. 특히 봉태규는 투 톱이라고 하기엔 매우 모자란 분량이다. 하지만 봉태규의 분량은 편집을 거의 하지 않고 그대로 모든 장면을 살렸다고 하니 봉태규는 '미나문방구'의 주연이 맞다.

영화는 열린 결말을 택했지만 다소 뻔하다. 하지만 뻔하다고 괜찮지 않은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뻔한 것을 누구나 공감가능하게 엮는 것이 더 어려울 때가 있다. '미나문방구'는 나름 그 방법을 잘 택했다. 모든 연령 관람가로 오는 16일 개봉한다.

한줄평: '나 착한 영화예요' 된장찌개처럼 구수하지만, 톡 쏘는 청양고추의 짜릿함이 아쉽다 ★★★

cream0901@tf.co.kr

더팩트 연예팀 ssent@tf.co.kr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미나문방구'는 자극적이지 않은 착한 영화를 표방했지만, 강력한 한 방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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