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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주먹' 정웅인 "40대 남자들에게 희망이자 추억" (인터뷰)

정웅인은
정웅인은 "진정한 배우 인생은 마흔부터"라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배정한 기자

[김가연 기자] "배우 인생은 마흔부터 아니겠어요?"

정웅인(42)이란 배우를 떠올리면 웃음부터 나는 것은 유쾌하고 재밌는 캐릭터가 먼저 그려져서 그렇겠다. MBC 시트콤 '세친구'(2000) 와 영화 '두사부일체'(2001)의 영향이 가장 크다. 두 작품을 찍은 지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났지만, 이는 정웅인의 이미지에 아직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게 사실이다. 실제 마주한 정웅인은 배우가 가진 이미지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지만, 코믹한 모습을 없애려고 노력한 적은 없는 듯했다. 대신 여러 작품을 통해서 자신이 가진 팔색조 매력을 보여준다면 된단다.

그렇기에 조연과 단역을 가리지 않고 자신과 어울리는 작품이 있다면 출연을 꺼리지 않았다. 지난달 10일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전설의 주먹'도 그렇게 생각하고 참여했다. 150분 가량 되는 긴 상영 시간 중에 정웅인이 나오는 장면은 단 네 장면. 적은 분량에도 그가 이 작품을 출연한 데는 큰 이유가 필요치 않았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강한 카리스마를 발산할 수 있었고, 강우석 감독의 작품이라는데 출연 이유가 모였다.

지난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정웅인을 직접 만났다. 데뷔 17년 째인 이 남자는 그동안 밟아왔던 자신의 인생과 가족, 앞으로의 꿈에 대해서 부드럽지만 강한 어조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갔다.

'전설의 주먹'에서 손진호 역을 맡은 정웅인(위)과 그의 아역을 연기한 이정혁./영화 스틸컷
'전설의 주먹'에서 손진호 역을 맡은 정웅인(위)과 그의 아역을 연기한 이정혁./영화 스틸컷

◆ "'전설의 주먹' 단 네 장면, 하지만 원래는 한 장면뿐"

정웅인이 맡은 손진호는 재벌 3세다.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과 고등학교 시절을 같이 보낸 그지만, 빵빵한 집안 배경을 둬서 사회적·경제적으로 누구보다 빨리 성공했다. 유준상은 손진호를 연기한 그를 보고 '존재감이 확실한 배우'라고 칭찬했다. 정웅인은 유준상의 칭찬에 감사해 하며, '전설의 주먹' 캐스팅 뒷이야기를 술술 털어놨다.

"네 장면밖에 출연하지 않아서 속상하지 않느냐고요? 사실은 한 장면 뿐이었는데요(웃음).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사실 한 장면밖에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하지만 강우석 감독님의 작품에 언제 또 출연할 날이 있겠어요. 그리고 대본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한 장면이 네 장면으로 늘었어요. 손진호의 네 장면을 보고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니 다행이죠."

"(영화 속 설정이 40대 중반이지만 희끗 희끗한 머리 때문에 제 나이로 안 보였다고 묻자) 일부러 그렇게 한 겁니다. 10대와 40대의 손진호라는 인물의 차이를 크게 두고 싶었어요. 회사의 중역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좀 더 나이가 들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죠. 제가 그때 마침 연극 '그와 그녀의 일요일'을 하고 있어서 특별한 분장을 하지 않고 흰머리가 있는 채로 촬영했는데 영화 속에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제 의도도 많이 녹아 들어갔고요. 손진호는 재벌 3세로 삶 자체가 평탄한 인물이었잖아요? 하지만 그렇게 성장하기 위해선 나름의 고민과 스트레스가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것을 흰 머리로 표현한 거죠."

실제 정웅인도 극 중 손진호와 비슷한 나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를 보면서 어떤 작품보다 깊이 공감했다는 그는 '전설의 주먹'이 가진 나름의 사회적 의미를 풀어놨다. 그의 설명을 듣고 영화를 생각해보니 배우와 감독의 의도가 영화 속에 적절하게 반영된 듯했다.

"사실 남자들이 가장 힘든 때가 40대 아닌가요? 집안에서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밖에서는 경제·사회적 위치에 따라 이리저리 치이잖아요. 저라고 다르겠어요? 배우도 그런 경우가 많죠.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고 결혼을 하며 가정적인 문제도 있어요. '전설의 주먹'은 그런 40대 남자들에게 희망이자 추억을 전해주는 것 같아요.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주고 싶은 거죠. 다행히 영화의 의도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듯해요."

정웅인은 요즘 아역 배우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자신의 딸에겐 배우라는 직업을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정웅인은 요즘 아역 배우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자신의 딸에겐 배우라는 직업을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아이들 연기 데뷔는 전혀 생각 안 해봐"

정웅인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예쁜 딸들이다. 특히 첫째 딸 세윤 양은 톰 크루즈의 딸이자 할리우드 꼬마 스타인 수리 크루즈를 닮은 빼어난 미모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정작 아빠인 정웅인은 딸의 외모가 역행하고 있는 것 같다며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아역배우도, 성인 배우도 시키고 싶지 않다며 그는 제법 단호한 어조였다.

"세윤이가 예전엔 정말 예뻤거든요. 사실 수리보다 더 예뻤어요. 그런데 요즘은 예전 얼굴은 안 나오는 것 같아서…(웃음). 올해 7살인데 끼가 매우 많아요. 하지만 배우를 시키지는 않을 것 같아요. 아역배우는 물론이고요. 제가 연기자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연기자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줄 알잖아요. 딸에게는 그런 것을 시키고 싶지 않아요."

"얼마 전에 세윤이 유치원 행사를 갔었는데 세윤이가 친구들을 모아놓고 저를 소개해주더라고요. 제가 KBS2 '해피투게더'에 출연해서 다행히 아이들에게 인지도가 있었어요. 세윤이가 '우리 아빠 정웅인이야'라고 하는데 어찌나 뿌듯하던지. 세윤이가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정말 기분이 좋아요.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벌써 이렇게 자랐나 싶어요."

정웅인은 딸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과 어조에서 한없이 부드러운 아빠 같지는 않을 것 같아, 가정에서 어떤 아빠냐고 물었다. 정웅인은 사뭇 진지하게 다정하지만 엄격하게 훈육하는 아빠라고 강조했다.

"무서울 때는 굉장히 무섭고 다정할 때는 한 없이 다정한 아빠죠. 아이들에게 예절교육을 특히 하는 편이에요. 식당에서 아이들이 떠들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정말 민폐잖아요. 그런 기본적인 것들은 꼭 지키는 아이로 만들어 싶어요. 제가 무섭게 화를 내면 아이들이 움찔움찔 하죠(웃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여행도 같이 가는 편이에요. MBC '아빠 어디가' 출연이요? 어쩌다 한번 생각은 해 봤는데 제가 잘 못할 것 같아서 출연하지 않으려고요."

잠시 숨 고르기를 했으나 올해부터 다작을 하려고 생각중이라는 정웅인.
잠시 숨 고르기를 했으나 올해부터 다작을 하려고 생각중이라는 정웅인.

◆ "배우인생은 지금부터…작품 고르지 않겠다"

오랜 연기 생활을 한 정웅인은 지금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매년 두 작품 이상씩 꾸준히 연기 활동을 했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출연 빈도가 낮다. 한숨 돌리면서 충실한 가장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쉬는 시간이 좀 더 길어지니 불안하단다. '전설의 주먹' 출연을 계기로 드라마나 영화 등을 가리지 않고 올해는 많은 작품을 할 생각이라는 정웅인. 남자 배우의 진짜 모습은 40대부터라고 말하는 그의 연기 철학은 무엇일까.

"전에는 오히려 작품을 이런저런 이유로 많이 골랐던 것 같아요. 한 두 가지 싫은 점이 있으면 출연하지 않곤 했죠. 그러다보니 작품 수가 점점 적어지더라고요. 찾는 사람도 사실 없어요. 만약 '정웅인은 아침 드라마는 안 해'라고 소문이 나면 찾는 사람부터 확 줄어요. 한때 그럴 시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재충전을 마쳤으니 다시 속도를 내 봐야죠."

"제가 보는 배우로서의 저의 장점은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거예요. 연기로 뭔가를 풀려는 갈증이 커요. 그래서 결코 외적인 것에 타협하지 않고 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고르고, 또 고르죠. 반대로 그것이 단점이 되곤 해요. 타협하지 않으니 들어오는 작품 수는 점점 줄어들고 찾지 않는 경우도 있죠. 앞으로 정말 많이 노력해야죠."

"배우는 그 나이에서만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 있어요. 남자 배우는 40대가 되면 그것을 모두 통달하는 것 같아요. 이런저런 다양한 장르에서 각기 다른 매력을 뿜을 수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배우 정웅인의 인생은 지금부터인 것 같아요. 드라마 연극 영화를 하면서 차곡차곡 쌓았던 내공을 이제 뿜을 때가 된 것 같네요."

정웅인이 카메라를 향해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정웅인이 카메라를 향해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cream0901@tf.co.kr
더팩트 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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