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소영 기자] "'제2의 송강호, 제2의 송새벽' 이희준 씨입니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웬 남자가 어색하게 카메라 앞에 섰다. '배우'라고 소개하지 않았다면 연예인을 구경하러 온 팬이라고 오해할 법도 했다. 정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배우들 대부분이 드라마 제작발표회 때엔 한껏 차려입고 오기 마련인데 이 남자는 편해도 너무 편했다. 지난해 5월 배우 인생에서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온 이희준의 모습이다.
이희준은 지난해 5월 2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 가든호텔에서 열린 KBS2 드라마 스페셜 '완벽한 스파이' 제작발표회에 배우 손현주, 유인영, 장신영, 김흥수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오랜 극단생활에 익숙했던 그는 처음 보는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인공 심장을 달고 있는 전직 안기부 이상준을 맡았습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희준은 "마치 송강호 씨를 연상시킨다"라고 MC가 말하자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는 "송강호 선배님은 제가 무척 존경하는 분이다. 많이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될성부를 나무의 떡잎이었던 이희준을 선배 손현주는 단박에 알아챘다. 자신을 둘러싼 취재진이 어색한 듯 어찌할 줄 모르는 이희준을 보며 손현주는 "이 친구는 송새벽 같다. 영화면 영화, 드라마면 드라마 둘 다 참 잘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쑥스럽게 웃는 이희준에게 "드라마 제작발표회인데 트레이닝복을 입고 온 이유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그는 "이런 제작발표회가 처음이다. 정장을 입는 줄도 몰랐다. 정장 두 벌이 있는데 드라마에서 입어야 하니 촬영장에 맡겨놓고 왔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런 이야기를 무심하게 툭 내뱉는 그에게 실제로 송새벽의 느낌이 났다. 이희준은 "'제2의 송새벽'이라는 수식어가 어떤가"라는 질문에 "송새벽과는 대학로 연극 친구이자 술친구다. 새벽이가 먼저 알려져서 좋다"면서도 "'제2의 송새벽'보다는 제 나름의 캐릭터를 추구하겠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그 이후로 이희준은 단막극과 미니시리즈는 물론이고 스크린까지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단막극 '큐피드 팩토리'에서는 달콤한 연기를, '공주의 남자'에서는 비열한 공칠구 캐릭터 연기를 해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영화 '부당거래', '특수본', '모비딕', '화차', '차형사' 등에서는 조연을 맡아 극에 감초 역할을 했고 '황해', '심장이 뛴다', '퀵' 등에서는 단역도 마다치 않으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점차 인지도를 넓혀가던 그는 KBS2 주말연속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에서 만루홈런을 쳤다. 부잣집 순수 재벌남 천재용을 맡아 '미련곰팅이' 방이숙(조윤희 분)과 아기자기한 로맨스를 그려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천방커플'로 불린 두 사람의 분량은 처음부터 많지 않았다. 하지만 주인공 커플을 능가하는 사랑을 받아 작가는 둘의 비중을 늘렸다.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 촬영장에 나갔던 스케줄은 여섯 번으로 많아졌고 이희준은 '대세 배우' 대열에 올라섰다.
그리고 그는 생애 첫 토크쇼 단독 출연의 감격을 누리게 됐다. 18일 방송된 KBS2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나온 이희준은 과거 지하 단칸방에서 곰팡이와 함께 살았던 배고픈 시절부터 평창동 전세 8천만 원 집에 살고 있다는 현재의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루아침에 벼락스타가 된 것이 아니라 오랜 극단 활동과 무명 시절을 거쳐 대세로 떠오른 그에게 시청자들은 감동했다. '넝굴당'의 천재용과 실제로도 비슷한 매력의 이희준에게 팬들은 더욱 빠져들었다.
1년 사이에 이희준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인지도는 많이 변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은 몇 배로 불타오르고 있다. 이희준은 '나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희준아 지금도 좋지만 앞으로 상처받고 어려운 일들도 많을 거야. 걱정하지 마 넌 잘해내고 지혜롭게 겪어 낼거야. 파이팅"이라고 다짐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 이희준의 다음 행보를 팬들은 '엄마의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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