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다영 기자]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TV 속에서 다양한 외국인들의 연기가 펼쳐진다. 주말 오전, 그것도 세상사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하면서 진짜 외국인이 출연하고 자막이 나오는 이 프로그램은 바로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서프라이즈).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요·연기·예능 할 것 없이 다방면에서 외국인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2002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많은 외국인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은 단연 '서프라이즈'다. 다니엘 헤니나 리키김 등처럼 정통극에 출연하는 스타들은 아니지만 '서프라이즈'에 출연하는 외국인들 역시 다양한 역할과 연기를 선보인다. 2002년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외국인과 함께 해온 '서프라이즈'. 이 프로그램의 김진호 부장을 만나 '서프라이즈'와 외국인들의 10년사를 들어봤다.
-재연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을 기용한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했다.
현실감이 필요했다. 과거 '이야기 속으로', '타임머신' 등 재연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가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외국 사례가 있을 땐 한국 사람이 가발을 쓰고 연기했다. 우리도 그 즈음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차별화를 하고 싶었고, 리얼리티를 강조하자 생각했다. 서툰 연기력, 섭외의 어려움 등 초반에는 힘들었지만 곧 외국 이야기에는 외국인이 출연하는 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무엇보다 우리 프로그램은 역사적 인물의 이야기라든지, 과거 세계사 속 음모들을 함께 다룬다. 그저 재밌고 황당하기만 한 이야기라면 가발을 쓰고 해도 되겠지만 우리 이야기의 특성상 재연이라도 한국인이 가발을 쓰고 어설프게 외국인 흉내를 낸다면 이야기의 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이로 인해 프로그램의 장점이 많이 살아났다고 본다. 여전히 자막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중간에 더빙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느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할 것 같아 영어 대사를 고집했다.
- 의도는 좋지만 섭외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처음엔 그저 방송 자막,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지해서 외국인 출연자를 모집했다. 그런데 문제가 컸다. 당시에는 학생비자로 입국한 외국학생들이 수입이 생기면 무조건 출입국에 가야 했다. 싹싹 빌고, 벌금을 물어야 하기도 했다. 더욱이 몇 개월 간 체류하는 일반인 관광객은 더더욱 어려웠다. 연기를 해 돈을 받으니 일종의 취업인 셈인데 제한요건이 까다롭고 비자의 종류가 다른 탓에 멋모르고 출연시켜놨다가 문제가 생겨 방송사 측에서 해명을 하고 변호를 해야 할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외국인 출연자들이 많아지다 보니 정부차원에서 방송출연에 대한 규제를 풀어줬다. 또 외국인 섭외 대행 업체도 생겨났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한시름 덜었다. 대행업체에서 출연자들을 모집하고 여러 자격 요건들에 대해 확인절차를 거쳐 캐스팅한다. 비자도 업체에서 합법적인 비자를 발급해준다. 과거 무자격 외국인 강사가 TV출연을 한 적 있어 문제가 됐는데 곧바로 퇴출했지만 그 이후 더욱 조심하고 있다.
- 주로 어떤 이들이 많이 오는지.
일단 국가는 미국, 영국, 독일, 이란, 폴란드, 러시아 등 다양하다. 직업도 다양하다. 학생들이 가장 많고, 강사도 있고 교수도 있고 가게를 하거나 일반 한국기업에 다는 이들도 있다. 대부분은 한번 경험해보고 싶어서, 좋은 추억거리, 아르바이트 개념 등으로 지원을 하는데 어떤 친구들은 나중에 고국에 돌아가 연극을 하고 싶다거나 작가를 하고 싶다거나 하는 이유로 연기를 한다.
-'서프라이즈'에 출연하는 외국인들 대부분은 연기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촬영에 어려움은 없는지.
많다. 길을 지나는 단역인데도 열심히 연습하는 이들도 있지만 비중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설렁설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일반 연기자임을 감수하고 촬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호되게 할 수는 없다. 대신 PD들이 직접 연기를 펼쳐보일 때가 많다. 영어로는 표현의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기쁘다는 한마디로 표현이 가능하지만 슬픈 데도 기쁜 척을 한다거나 화나고 억울한 경우 등 복합적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가 있을 땐 막막하다. 과거엔 아예 통역을 해줄 만한 사람이 없었고, 요즘은 섭외대행업체에서 통역자가 나오기는 하지만 연출의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엉뚱한 연기를 할 때가 있다. 또 러시아 등 영어권이 아닌 국가 사람들은 이해가 더 어렵다. 그래서 PD들이 직접 연기를 보여주는 편이 가장 쉽고 빠르다. PD들의 연기력만 늘어나고 있다.(웃음)
- 한국어를 할 수 있고, 한국에서 생활하는 이들이지만 연기에 앞서 대본부터가 난관일 것 같다.
PD들이 직접 대본을 영어로 번역했다. 지금은 대본을 번역하는 이를 따로 두고 있지만 초반에는 대본이 나오면 PD들이 직접 밤을 새워가며 대본을 번역했다. 새벽 6시 촬영이다 하면 5시까지 끙끙 앓으며 번역을 해 가서 촬영장에 가서 외국인들에게 "이 표현이 맞냐"고 묻고 수정해 촬영을 했었다.
- 외국인들이기 때문에 인식이나 문화차이로 인한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감정표현에 문화적 차이가 걸림돌이 된다. 촬영을 하다보면 외국인들에 대해 설명을 할 때 왜 여기서 슬픈 표정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할 때가 종종 있다. 한국 정서상 어머니를 떠올리면 괜히 울컥할 때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 친구들은 다르다. 어른 공경부분도 잘 몰라 이해가 안된다며 반문하는 일이 많다.
행동적 부분에서도 외국인을 설득시켜야 할 때가 많다. 1m 높이에서 뛰어내리라고 해도 "뛰어내렸다 다치면 책임질 거냐"면서 화들짝 놀라는 이들이 있다. 그럴 때 특효약은 역시 시범이다. 지시한 대로 직접 뛰어내려 본 뒤 "자 뛰어내렸는데 괜찮죠? 그러니까 합시다"라고 설득한다. 심지어 넘어지는 연기도 못하겠다는 이들이 있다. 촬영 소품으로 옷을 줄 때도 있지만 자기 옷을 직접 가져와 입는 이들이 있는데 옷을 버리면 어떡할거냐고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그럴 때도 역시 솔선수범이다.(웃음) PD가 나서서 넘어진 다음 옷을 탈탈 털고 일어나며 "괜찮지?"라고 하면 된다. 일단 연기를 하고 싶어해서 온 것이니 연기의 일환으로 보고 열심히 해주면 좋겠지만 이런 경우들이 허다하다. 물론 실제로 다친다면 배상을 해준다. 예전에 본인이 잘못 넘어져서 다친 적이 있는데 배상을 요구해서 치료비를 준 적이 있다.
- 외국인들과의 촬영 중 가장 힘든 점을 꼽자면.
그들의 가장 큰 불평이 "왜 그렇게 빨리 빨리를 원하냐"는 것이다. 이해를 못하겠다고 한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시간이 돈이고, 촬영 시간이 길어질수록 비용이 발생하는데 출연자들 입장에서는 빨리 찍는다고 해서 돈을 더 받는 것은 아니니 여유를 갖자고 한다. "점심을 드시고 ○시까지 오라"고 하면 "어떻게 그 시간안에 밥을 먹을 수 있냐"며 10~20분 더 늦게 온다. "왜 그렇게 서두르냐", "커피 좀 마시고 하겠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 동남아시아인들은 출연하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동남아 이야기 같은 경우는 주로 한국분들이 연기한다. 사실 이야기가 나오는 빈도 상으로 보면 동남아보다 유럽, 영미권 등이 많다. 이야기를 찾는 PD들이나 작가들이 동남아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접근성이 영미권에 비해 낮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 앞으로도 외국인 출연자들과의 촬영은 계속되나.
그렇다. 이야기가 계속되는 한, 이 프로그램이 종영하지 않는 한 계속 함께 해나갈 것이다. 방송 초반 서로의 차이로 어려웠던 점이 10년이 지난 지금 극복된 부분이 있듯 앞으로도 더 많은 부분들이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시청자 분들께도 더 풍성하고 다양하며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dymo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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