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가연 기자] "9년 동안 맞고 살았다. 하도 맞아서 인대가 늘어났다. 반지에 낀 큐빅이 눈 사이에 박힌 적도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혹은 MBC 'PD수첩'이나 KBS2 '추적 60분' 속 이야기냐고?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 속 사연이다.
18일 오후 방송된 '안녕하세요'에서는 아내의 구타 때문에 고민이라는 한 남편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남편에 따르면 그는 9년 동안 아내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물을 마시고 있는 도중에도 폭력은 계속됐고, 인대가 늘어나기도 했다. 이유에 대해 묻자 돌아오는 답변은 "몰라서 물어? 재밌잖아?"라는 식이었다.
문제는 딸이 이들 부부의 폭력을 그대로 학습한다는 것이다. 남편은 "아내의 폭력적인 모습을 지켜보며 자란 아이들이 똑같이 폭력을 행사한다"며 "참고는 살지만 정말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처남 역시 "누나의 폭력을 수없이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물론 아내의 폭력과 남편이 이를 참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에 대해 남편은 "저희가 서른이 안 됐는데 결혼 10년 차"라며 "어린 나이에 결혼한 아내의 육아 스트레스를 받아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물 마실 때만큼은 (폭력을)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분명 '아내의 습관적 구타'는 부부의 심각한 고민이지만, 문제는 이 내용을 예능 프로그램인 '안녕하세요'에서 다룰 만한 사연이냐는 것이다. '안녕하세요'의 본래 취지는 고민을 함께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 그러나 이 사연이 같은 날 방송한 '여친 집착녀'와 '3년째 거실에서 사는 남자'와 사연의 심각성이 비슷해 보이진 않는다.
그런 면에서 지난주 방송됐던 일명 '종구 사연'과도 맥락이 다르다. '종구 사연'은 아들 종구가 누나를 제외하고 엄마와는 2년 동안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입영 소식조차도 엄마한테 함구했다. 당시 종구는 여러 번 설득 끝에 입을 다문 이유에 대해 밝혔고, 오랜 시간 지속한 학교 폭력에서 비롯된 가족과의 단절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현장에서 서로 이야기하며 지난 시간을 되물었고, 가족들과 화해했다.
하지만 '구타녀'의 사연은 남편과 아내가 이미 원인을 알고 있었다. 구타의 이유를 알고도 9년째 내버려두는 남편과 이를 계속 유지하는 아내의 사연은 '고민이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것보다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프로그램에서 다뤘어야 했다. 프로그램의 취지, 즉 소통 부재 때문에 사람 사이에 생긴 벽을 허무는 것을 실행하려 했다면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사연을 대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안녕하세요' 사연 논란은 그동안도 여러 번 있었다. 앞서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는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소개됐고, 방송 직후 일부 네티즌들은 이들 자매가 쇼핑몰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며 '쇼핑몰 홍보를 목적으로 방송을 출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전에는 음주운전을 희화화하며 가벼운 웃음의 소재로 사용해 비난을 받았다.
월요일은 3개의 지상파 채널에서 일제히 토크쇼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그 콘셉트와 색깔, 방향성이 모두 다르다. 안정된 시청률을 보이며 잔잔히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안녕하세요'. 자극적인 소재가 아닌 프로그램 취지에 맞는 제작진의 좀 더 신중한 사연 선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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