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영경 기자] "혹시 해주 오 씨세요?" 기자를 처음 마주하자마자 오초희(26)가 던진 질문이었다. 그랬다. 오초희와 기자는 같은 성씨였다. 이 야무진 아가씨는 통성명도 하기 전에 기자의 인적사항을 미리 꿰고 있을 만큼 정확하고 똑 부러졌다.
'잠자고 눈떠보니 스타가 돼있더라'는 꿈같은 이야기. 바로 오초희의 데뷔스토리다. 2010년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녀'로 불리며 일약 스타가 된 그녀는 최근 방송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프로그램 출연과 동시에 '롤코녀', '소두녀', '헬스장녀' 등 각종 검색어를 생성하며 화제를 몰고 다니는 오초희를 만나 방송에서 못 다한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 "아르헨녀 논란, 악플에 충격 받아 입원까지"
"요즘 그야말로 연일 검색어 순위 올킬인데 기분이 어떻냐"고 가볍게 던진 첫 질문에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살이 5kg이나 빠졌어요. 사람들이 제 얼굴보고 해골 같대요"란다. 원래 49kg정도인데 현재 몸무게는 44kg정도라고. 너무 스케줄이 바빠서 그런 거냐고 물으니 걱정이 돼서 잠이 안온다고 했다.
"검색어 1위요? 물론 기쁘기도 하고 얼떨떨하죠. 하지만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게 대중의 심리고 연예인에 대한 평가니까 요즘 신경이 예민해져서 잠을 잘 못자요. 좋은 기사로 박수 받고 있어도 언제 땅바닥으로 추락할지 모르니 불안해요. 남들은 '잘되고 있다, 좋겠다' 그러는데 저는 지금 자리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잘해야 할까 늘 고민해요. 그러다보니 소화도 잘 안 되고 밥도 못 먹죠."
'반짝 인기'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 연예인에게나 존재하는 법이다. 하지만 보통 바쁘게 활동할 당시에는 잘 깨닫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일이 끊기거나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 걱정을 시작한다. 정점을 찍은 것도 아닌데 조금 이른 감이 있지 않나 싶어 조심스레 물어보니 어렵사리 과거 기억을 끄집어낸다.
"아시다시피 제가 2010년 월드컵 때 '아르헨녀'로 검색어 1위를 한 적이 있어요. 갑자기 친구들한테 전화가 와서 '포털사이트에 난리가 났다'길래 깜짝 놀랐었죠. 그때 연예인 지망생이 기회 잘 잡아서 뜨려고 발악한다는 둥 쇼핑몰 홍보하러 나왔다는 둥 어이없는 악플들을 보며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너무 억울했죠. 제 인생 최대 고비였어요. 일반인이었던 제가 뭐라고 응원사진들이 그렇게 뜰 줄 상상이나 했겠어요?"
오초희에 따르면 당시 쇼핑몰은 아직 정식으로 문도 열지 않은 '가오픈 상태'였다. 오초희는 "당시 쇼핑몰에 들어와 보시면 아셨겠지만 옷도 4개 정도 밖에 안 올려놓고 오픈만 해놨지 장사도 안했던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연예인 지망생이 작정하고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오해 역시 억울하긴 마찬가지였다. 모델 활동은 대학시절부터 아르바이트 삼아 계속 해오던 일이었고 연예인이 될 생각도 전혀 없었단다.
"어릴 적부터 런웨이에 서는 모델이 꿈이어서 카메라 앞에서 부끄러움이 없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한 건데 그렇게 이슈가 될 줄은 몰랐죠. 소속사도 없는 일반인이라 어디에 해명할 곳도 없었고 방법도 몰랐어요. 당시 설상가상으로 박주영 선수가 아르헨티나전에서 자살골을 넣었는데 그 비난이 저한테 다 쏟아진 거죠."
'아르헨녀' 논란 당시 오초희는 인신공격을 일삼는 악플들에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까지 했었다. 그는 "성형한 것도 맞고 쇼핑몰을 오픈한 것도 맞긴 했지만 내가 누구한테 해를 끼친 것도 아닌데 가족까지 욕해야 하나 싶었다. 길거리만 다녀도 다 날 욕하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소두? 턱 안 깎았고 양악수술도 안 했어요"
연예인이 꿈이 아니었다 해도 화제가 된 뒤 소속사들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지 않았냐고 묻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크고 작은 회사들한테서 한 400군데 정도 연락을 받고 미팅을 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 어마어마한 러브콜을 다 마다했던 이유가 궁금했다.
"저 자신이 연예인이 될 수 있는 큰 그릇인지 확신이 없었어요. '연예인이 어떻게 돼’라는 생각을 했었죠. 또 사람을 잘 못 믿었고요. 제일 중요한 건 연예인의 삶을 살게 되면 부, 명예는 있을지 몰라도 여자로서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돌고 돌아 결국 이 일을 하게 된걸 보니 천직인가 봐요(웃음)."
최근 곽현화, 낸시랭 등이 진행하는 손바닥tv '싱글들의 수다'에 고정출연하게 된 오초희는 생방송 도중 다른 출연자들 옆에 서서 소두임을 인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오초희를 처음 보자마자 든 생각은 '얼굴이 이렇게 작을 수도 있구나'였다. 기자생활하면서 본 연예인 중 가장 얼굴이 작았던 이기광에 맞먹는 비정상적인 크기였다.
"당시 대기실에서부터 절 처음 보신 현화언니가 '너 머리가 왜 그래? 왜 그렇게 작아?'하셨어요. 방송에서도 그대로 하자고 하시면서 '얼굴 작은 거 당당하게 밝히자'고 하셨죠. 그런데 저 정말 턱 안 깎았어요. 양악수술도 안 했고요. 성형보다 중요한건 화장이에요. 여자의 완성은 메이크업이죠. 방송에서도 말했다시피 전 눈코입을 만들고 다닌다니까요. 하하."
최근엔 소지 중인 자격증이 10개라는 인형 같은 외모 뒤에 감춰진 지적인 모습도 공개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오초희는 "집이 넉넉한 편은 아니라 무용과를 다니면서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안 해본 게 없다"며 "아르바이트 하면서 틈틈이 메이크업, 헤어, 피부관리, 심리상담사, 병원코디, P.O.P(손글씨), 요가, 컴퓨터 관련 2개, 운전면허 자격증을 땄다. 부지런한 편이라 가만히 있는 걸 싫어한다. 새로운 걸 접하는 게 즐겁다"고 자격증을 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렇게 부지런하다보니 살이 찔 새가 없다. 오초희에게 마네킹 몸매의 비법을 물어보니 "삼시세끼만 먹는다. 군것질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면서 기자에게 '장이 건강해지는 유산균 요구르트'를 추천했다.
"너무 솔직해서 좀 그런가요? 전 이런 요구르트를 하루 2개는 꼭 먹어요. 먹은 만큼 배출하면 살이 찔 수가 없죠. 그리고 평소 자세가 정말 중요해요. TV 볼 때도 절대 눕지 말고 앉아서 봐요. 또 일 욕심이 정말 많아서 지난 석 달 동안 3시간 이상 잔 적이 없어요. 원래 잠이 없는 편이기도 하고요. 제가 왜 살이 안 찌는지 아시겠죠?"

◆ "다음 월드컵 응원? 아마도 MC석에서..."
체질상 맞지 않아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는 오초희는 쉴 때는 보통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그는 "요즘에는 나가고 싶은 방송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모니터하고 있다. 자격증 딸 때 배운 기술로 직접 피부관리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한창 연애할 나이인데 남자친구는 없냐고 물으니 작년에 헤어진 뒤 솔로생활을 하고 있다며 "돈 많이 벌어서 연하 만나려고요"라고 농담을 했다.
"연하는 장난이고요. 서너 살 오빠가 딱 좋은 것 같아요. 전 정말 키도 안 보고 얼굴도 안 봐요. 남자답고 현명한 사람,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 좋아요. 연예인이 아닌 순박한 일반인을 만나고 싶어요. 결혼을 일찍 하는 게 꿈이었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당분간은 열심히 일만 해서 현영 언니 같은 만능 엔터테이너가 돼 부모님께 효도하는 게 우선적인 목표예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오초희에게 잔인한 질문 하나를 던졌다. 혹시 올해 런던 올림픽이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도 응원에 나설 계획이 있느냐고. 일순 그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진지하게 고민을 하더니 이렇게 답했다.
"응원을 안 할 건 아니에요. 당연히 우리나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을 하겠지만 그 방법에 대해선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땐 어려서 친구들과 어울려 그저 재밌게 즐기려고 했었지만 이젠 방송인이 된 만큼 신중하게 행동해야겠죠. 아마 2년 뒤에는 제가 진행하는 방송을 통해 응원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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