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서종열기자] “황제의 귀환?”
국내 자동차업계가 현대자동차의 그랜저HG 출시로 술렁이고 있다. 준대형 시장에서 ‘황제’라고 불릴 정도로 오랜 기간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던 만큼 신모델 역시 파란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서다.
출시 전부터 사전계약을 통해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던 그랜저HG는 출시 이후 세간의 이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기존 그랜저와는 완전히 다른 현대차의 ‘플루이딕 스컬프처’ 디자인이 접목된 날카롭고 우아한 디자인에 플래그십 세단인 에쿠스의 중후함마저 느껴져, 현대차의 패밀리룩을 완성한 모델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5세대 모델이면서도 전혀 다른 첫 번째 모델이라는 그랜저HG. 과연 무엇이 다른지 5세대 그랜저를 직접 몰아봤다.
◆ 눈빛부터 다르다! 쫙 빠진 라인에 눈길
현대차는 그랜저HG의 출시 이후, ‘다섯번째이자 첫 번째’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5세대 모델이지만, 기존 그랜저와는 다른 차종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그랜저HG는 외관부터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 모델들이 우아해 보였던 것과 달리, 그랜저HG는 중후함이 돋보인다. 특히 디자인 컨셉이 된 ‘그랜드 글라이드(Grand Glide)’ 아래 역동적인 라인과 풍부한 볼륨감이 조화돼 이전 모델들과는 완전히 다른 차별성을 보여준다.
그랜저HG의 전면 디자인은 현대차의 패밀리룩인 ‘플루이딕 스컬프처’의 디자인 개념을 웅장하게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그랜저HG가 중형세단 쏘나타YF와 플래그십 모델인 에쿠스 사이에 위치한 만큼 쏘나타YF의 수려함과 에쿠스의 웅장함이 조화롭게 표현됐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헤드라이트다. 미등을 켜면 헤드라이트 상단부분 LED 라인의 불이 들어오면서 날카로우면서도, 스타일리쉬한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밑에 위치한 커다란 라이트는 에쿠스의 눈빛과 같아 큰 눈에 쌍커플을 한 것 같다. 또한 방향지시등은 스포티지R의 LED 라인처럼 처리돼, 도시적인 느낌을 물씬 풍겨준다.
전면부의 헥사곤 스타픝일의 라디에이터그릴은 현대차의 패밀리룩을 반영한 디자인이다. 커다란 그릴이 크롬으로 처리돼, 차가우면서도 냉철한 포스를 보여준다. 전면부 아래에는 커다란 안개등이 자리해 중후해 보이면서도 균형감을 잡아준다.
옆라인은 곡선이 돋보인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곡선에 기존모델보다 65mm 늘어난 휠베이스 때문에 에쿠스 같다는 느낌도 준다.
유사 디자인 논란이 일고 있는 그랜저HG의 후면부는 실제 K5와 비슷한 모습이다. 살짝 위로 꺾어 올라간 K5와 달리, 수평을 유지하고 있는 부분이 차이일 정도다. 또한 LED로 처리된 정차등 가운데에 방향등이 위치한 점 등은 K5와 같아 유사 디자인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그랜저HG의 후면부는 K5와 달리 중후한 느낌을 준다. 수평으로 자리한 LED 조명 아래 위치한 볼륨감이 느껴지는 범퍼 때문이다. 여기에 뒤로 딱 떨어지는 곡선이 바로을 가르는 듯한 느낌은 준다.
◆ 심플과 럭셔리의 적절한 조화
그랜저HG의 실내 역시 이전 모델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최근 출시된 쏘나타YF와 신형 아반떼 등과 같은 블랙과 그레이가 혼합된 심플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한 모습을 보여준다.
운전석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스티어링휠(핸들)이다. 스티어링휠의 왼쪽에는 오디오 컨트롤 스위치가, 오른쪽에는 크루즈컨트롤 기능이 자리하고 있다. 이중 오른쪽 크루즈컨트롤 스위치 아래 스티어링휠 열선 버튼이 자리하고 있어, 겨울철 핸들링에 큰 도움을 준다.
스티어링휠 너머로는 계기판들이 자리하고 있다. 파란 LED 불빛이 은은한 가운데 속도계와 RPM게이지가 자리하고 있으며, 계기판 안에 연료게이지와 온도게이지가 자리했다.
운전석의 왼쪽에는 VDC(차체자세제어장치) 버튼과 현대차그룹의 자랑인 액티브에코 주행 버튼이 위치했다. 옆의 운전석 도어에는 시트 컨트롤 버튼이 의자모양으로 있어 운전자의 체형에 맞게 시트위치를 변경할 수 있다.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스타트버튼과 센타페시아가 자리하고 있다. 이중 센타페시아는 날개 모양의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7인치 LED 패널은 현대모비스의 주행시스템인 모젠이 장착돼 교통상황은 물론, 차량상태까지 체크해준다.
센타페시아는 바로 위의 LED 패널과 오디오 컨트롤장치, 바로 밑에 내비게이션, 그리고 공조장치 순으로 구성돼 있다. 회색과 은색, 블랙이 적절히 조화돼 있어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모습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센타패시아 아래에 위치한 수납공간이다. 아래로 50도 정도 기울어진 수납공간에는 USB커넥터와 ipod 연결장치 등이 자리하고 있는데, 상당히 넓은 공간이다. 또 이 수납공간 뒤에 외부에서는 볼 수 없는 숨겨진 공간이 있다. 작은 다이어리가 들어갈 정도의 히든 플레이스에는 지갑이나, USB 등을 넣어둘 수 있다.
◆ 정숙한 주행력 돋보이지만, 평균 9km/ℓ 대 연비는 아쉬움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시승에 나서봤다. 시동음이 내부에서 들리긴 하지만, 이후 곧 조용해진다. 현대차는 “흡착제 등을 통해 세계적인 명차 수준의 정숙성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실제 주행 중에도 급가속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엔진음이 내부에서는 들리지 않았다.
주행 중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바로 핸들링이었다.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회전력을 자랑했다. 그랜저HG의 주요 소비층의 한축이 여성인만큼 가벼운 핸들링은 상당한 장점으로 판단된다.
가속력과 주행력은 무난해보였다. 스포티한 느낌이 강한 K7이 탁월한 가속력과 주행성능을 전면에 내세운 것과 달리, 그랜저HG는 중후한 가운데 점잖은 이미지가 강한 만큼 가속력과 주행력에선 눈에 띄는 느낌은 없었다.
그렇다고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고 출력 270ps, 최대 토크 31.6kg·m, 연비 11.6km/ℓ로 세계 최고 수준의 동력 성능과 연비를 실현한 람다 II 3.0 GDI 엔진을 장착한 만큼 경쟁차종에 비해 부족한 부분은 찾기 어렵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연비였다. 공인연비는 11.6km/ℓ지만, 실제 주행 결과 차량에 나타나는 실제연비는 9km/ℓ대였다. 동급차종과 비교하면 높은 편에 속하지만, 최근 하이브리드카와 디젤 모델들이 높은 연비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만큼 연비개선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그랜저HG는 현재 출시 이후 월 6,000대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그랜저TG 출시 당시 월 평균 판매량이 7,000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랜저HG의 신차효과는 아직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동생격인 기아차 K7에 왕좌를 내준 그랜저HG가 다시 ‘준대형 황제’의 권좌로 올라설지 기대된다.
한편 그랜저HG의 판매 가격은 ▲HG 240 럭셔리(LUXURY) 3,112만원 ▲ HG 300 프라임(PRIME) 3,424만원 ▲HG 300 노블(NOBLE) 3,670만원 ▲HG 300 로얄(ROYAL) 3,901만원이다.
snikers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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