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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Maker] ‘15주년’ 김치냉장고 동의어 ‘딤채’…삼성이 먼저? No

[더팩트|황준성기자] 토종가전 1호 딤채

1995년 11월,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전제품이 나왔다.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개발된 ‘토종 가전 1호’, 김치냉장고 ‘딤채’가 그 것. 상용차 및 기차에 들어가는 차량용 에어컨과 가정용 에어컨을 생산하던 만도기계 아산사업본부(현 위니아만도)는 냉동 공조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김치냉장고를 선보이며 대한민국 가전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토종가전 1호 김치냉장고 ‘딤채’는 프랑스의 와인 냉장고, 일본의 생선 냉장고처럼 우리의 전통 문화와 기술이 접목된 토종 가전의 첫 사례다. 당시만 해도 가전업계 전문가들은 딤채의 성공을 의심하며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 가정에서 김치냉장고를 볼 수 있듯 전문가들의 의심은 괜한 걱정으로 드러났고, 1조가 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에 <더팩트>이 김치냉장고의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가정 문화를 이끈 위니아만도의 박은광 상품기획팀 과장을 만났다. 박은광 과장은 지난 1994년도에 입사해 딤채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딤채와 동고동락한 인물 중 한명이다.

◆ 새로운 문화 창조는 집념에서 비롯된 것

“집착으로 만들어낸 제품이죠. 기존의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무조건 성공한다는 집념하나로 버텨 왔어요”라고 첫 운을 뗀 박은광 상품기획팀 과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 찼다. 그만큼 김치냉장고 딤채에 대해 자신감이 넘친다는 뜻이었다.

박 과장의 말에 따르면 김치냉장고는 회사에서도 처음에는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연구팀 모두 기본적인 회사 업무 외 김치냉장고 개발을 위해 야근을 밥먹듯이 했다. 박 과장은 “김치냉장고 개발 외에도 기본적인 업무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국내 첫 토종 가전 개발이라는 집념 하나로 모두 연구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과장은 “연구팀 모두 수년간 김치냉장고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다”며 “김치냉장고의 생명인 온도를 알기 위해 전국 각지를 찾아 땅 온도를 재며 최적의 김치 숙성에 알맞은 최적의 온도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 실제 땅 온도로 만들어낸 토종 가전

실제로 김치냉장고 딤채는 우리나라 전통 김장독의 김치 숙성 및 보관 원리를 현대 기술로 구현한 제품이다. 겨울철 땅속에 묻힌 김장독이 냉기 유출을 차단하고, 외부 공기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김장독 내 온도를 0도에서 영하 1도 사이를 유지하는 것에서 착안했다.

박 과장은 “기존 일반냉장고의 경우 서양의 건조 음식 보관에 맞춰 냉기를 순환시키는 ‘간접 냉각 방식’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내부의 온도 편차가 10도를 넘나들어 김치나 탕, 찌개처럼 국물 음식이 많은 한국형 음식문화에는 적합하지 못했다”며 “위니아만도는 기존 일반냉장고를 개량하는 방식이 아닌 전혀 새로운 기술인 직접 냉각 방식의 ‘토종 가전 1호’ 딤채를 세상에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냉각 방식으로 김치 보관과 숙성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가장 맛있는 김치를 오랫동안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 국내에 자리 잡은 토종 가전

김치냉장고 딤채가 출시되자 주부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첫해 4,000대 팔린 데 이어 이듬해 2만대가 팔리는 등 매해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김치냉장고는 90년대 후반 주부들이 갖고 싶은 가전제품 순위에서 늘 1위를 자리 잡을 만큼 인기를 끌었고, 주부들 사이에서는 ‘딤채계’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딤채는 김치냉장고의 대명사 또는 동의어로 자리 잡게 됐다.

박 과장은 “국내 처음으로 구전 마케팅과 시연 마케팅을 시행했다”며 “김치냉장고에 생소한 주부들이 몇 개월 딤채를 사용해 보더니 모두 만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소문으로 판매율이 매년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는 “사실 김치냉장고 딤채가 처음 출시 됐을 때 많은 주부들은 불필요한 가전제품이라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주택에서 아파트로 주거문화가 변화자 주부들은 김치를 보관할 수 있는 땅을 잃었고 이에 김치냉장고가 필수 가전제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김치냉장고는 위니아만도의 ‘딤채’에 이어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가전 회사들과 20여 개의 중소기업들이 가세, 김치냉장고는 90년대 후반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 아이템이 됐다.

박 과장은 “지난 2001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120만대에 이를 정도로 확대 됐고 지난 2002년에 이르러 가구당 보급률도 30%를 넘어서기 시작했다”며 “지난 2002년에는 단일 품목으로 시장 규모가 연간 1조원을 넘어서면서 ‘1品1兆시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딤채의 이 같은 성공은 가전업계에 쌀저장 냉장고, 반찬 냉장고, 화장품 냉장고 등과 같이 우리 식생활이나 라이프 스타일에 뿌리를 둔 기능성 가전의 붐을 형성하기도 했다.

박 과장은 “김치냉장고가 대중화되면서 사시사철 김치를 담그고 보관할 수 있게 되면서 11월 떠들썩한 김장철 풍경이 점차 사라지는 등 김장 풍속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며 “또 김치가 식탁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면서 밥에 대한 수요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냉동건조 쌀밥인 즉석밥 시장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 삼성이 3년 빠르다? 아니 우리가 먼저!

업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삼성전자가 먼저 김치냉장고에 대한 기술을 획득했다. 특허청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992년에 김치보관과 관련한 특허를 제출했다. 이는 딤채가 출시된 1995년에 비해 3년이나 빠른 시간이다.

이에 대해 박 과장은 “실제로 삼성전자가 김치보관에 관한 특허를 먼저 낸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김치전용 냉장고가 아닌 냉장고에 김치 보관실을 포함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딤채는 국내 첫 김치냉장고이며 이에 대한 특허는 위니아만도가 대부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yayajo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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