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예금금리 동반 상승에 조달비용 '부담'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 상승 여건이 형성됐지만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올해 3분기 일제히 뒷걸음질쳤다.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자산 수익률 개선에도 예금금리와 은행채 등 조달비용이 빠르게 오른 데다 저원가성 핵심예금 감소와 기업대출 경쟁까지 겹친 영향이다. 연말 예수금과 채권 만기가 집중된 가운데 은행권의 수신 경쟁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4분기 NIM 향방 역시 조달비용 관리에 좌우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3분기 NIM은 1.72%로 2분기 1.74%보다 0.02%포인트(2b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61%에서 1.58%로 3bp, 하나은행은 1.61%에서 1.57%로 4bp 각각 떨어졌다. 우리은행은 1.506%에서 1.434%로 7.2bp 낮아져 4대 은행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컸다. 4대 은행의 NIM은 평균 4.1bp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시장금리도 상승했지만 은행의 NIM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 대출이나 만기가 돌아온 대출의 금리가 재산정되면서 은행의 이자수익이 증가해 NIM 개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금과 은행채 등 조달금리가 빠르게 상승한 데다 저원가성 핵심예금 감소와 기업대출 경쟁에 따른 대출 스프레드 축소까지 겹치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수익률 개선 효과를 상쇄했다.
정기예금이나 은행채 등 새로 조달하는 자금에는 높아진 금리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영되는 반면 기존 대출은 만기가 돌아오거나 금리 재산정 시점이 지나야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여기에 증시 등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핵심예금이 줄고 이를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이나 시장성 자금으로 채우면서 은행의 평균 조달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은행의 시장성 조달비용을 보여주는 은행채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무보증 AAA등급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연 4.236%를 기록했다. 지난달 중순 한때 4.655%까지 치솟은 뒤 다소 안정됐지만 여전히 4%대를 유지하고 있다. 단기물도 지난달 19일 기준 AAA급 은행채 1년물 금리가 연 4.032%, 3년물은 4.261%를 기록했다. 은행들이 예금 이탈분을 채권 발행으로 메우더라도 4% 안팎의 조달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예금 조달비용 역시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3.45%로 한 달 전 3.21%보다 0.24%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신규 정기예금 가운데 연 4% 이상 금리가 적용된 비중은 8월 0.5%에서 9월 10.6%로 한 달 만에 10.1%포인트 급증했다. 지난달 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은 연 3.50%,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과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은 각각 최고 연 3.60%까지 올라왔고 신한은행은 우대조건 충족 시 최고 연 4.0%를 제공하는 상품도 내놨다.
이 같은 변화는 은행별 NIM에서도 확인된다. 국민은행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자산 수익률이 약 10bp 개선됐지만 조달금리 상승으로 약 8bp의 부담이 발생했다. 여기에 기업금융 중심의 포트폴리오 확대 과정에서 대출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핵심예금까지 감소하면서 NIM이 전분기보다 2bp 하락했다.
실제 국민은행의 원화 정기예금은 6월 말 201조원에서 9월 말 221조2000억원으로 20조2000억원, 10.0% 증가했다. 반면 요구불성 예금은 같은 기간 176조8000억원에서 168조1000억원으로 8조7000억원, 4.9% 감소했다. 낮은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줄어든 반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 비중은 늘어난 셈이다.
신한은행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신한금융은 3분기 금리 상승으로 운용수익률이 약 10bp 높아졌지만 조달비용률은 약 13bp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자산에서 얻은 금리 상승 효과보다 부채 측 비용 증가 폭이 더 크게 나타나면서 신한은행 NIM은 전분기보다 3bp 떨어졌다.
우리은행은 조달 구조에 따른 영향이 더욱 컸다. 저원가성 핵심예금 비중 감소가 NIM을 약 2bp 끌어내렸고 장단기 금리차 확대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이 약 5bp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9월 말까지 CD금리가 41bp 오르는 동안 은행채 1년물 금리는 132bp 상승하면서 시장성 조달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확대됐다.
하나은행도 연말 유동성 수요에 대비해 예금을 대규모로 선제 조달하면서 비용 부담이 먼저 반영됐다. 하나은행은 3분기 중 6~12개월 만기 예금 약 11조3000억원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3분기 NIM은 1.57%로 전분기보다 4bp 하락했다. 하나은행은 선제 조달에 따른 비용 부담이 3분기에 먼저 반영된 만큼 4분기부터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자산 수익률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4분기 NIM 전망은 은행별로 다소 엇갈린다. 국민·하나·우리은행 등은 대출금리 재산정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NIM이 유지되거나 일부 반등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먼저 늘어난 조달비용을 시차를 두고 대출자산 수익률 상승이 따라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신한금융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예수금과 채권 만기가 4분기에 집중된 데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시기에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연말까지 조달 경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본격적인 NIM 개선은 조달 여건이 안정되고 대출금리 재산정 효과가 확대되는 내년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4분기에도 연말 예수금과 채권 만기가 집중되면서 조달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대출금리 재산정 효과가 점차 나타나더라도 핵심예금 감소와 예금금리·은행채 금리 상승이 지속되면 NIM 개선 폭이 제한될 수 있기에, 4분기 은행권 수익성은 대출자산을 얼마나 늘리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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