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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감추는 직장금고…풀뿌리 금융 역할론 '재점화'
새마을금고·신협 직장 금고 최근 10년간 꾸준히 감소
출자금 배당 예·적금 세제 혜택…직장금고 장점 '선명'


상호금융권을 향한 역할론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풀뿌리 금융의 근간인 직장금고의 수는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마을금고·신협중앙회
상호금융권을 향한 역할론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풀뿌리 금융의 근간인 직장금고의 수는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마을금고·신협중앙회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상호금융권의 역할론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풀뿌리 금융의 한 축인 직장금고 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과거 사금융 피해를 막고 근로자의 금융 편의를 높이기 위해 등장했지만, 은행 등 금융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설 자리가 좁아진 영향이다. 다만 남아 있는 직장금고는 자산 규모와 건전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직장금고의 기능을 살려 중소·중견기업의 금융 안전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31일 새마을금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직장 새마을금고는 총 91곳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간 꾸준히 감소해 18곳이 줄었다. 현대건설과 HMM 등 대기업 직장금고도 감소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2017년 포스코새마을금고에 이어 2024년 온그룹의료재단금고가 새롭게 출범했지만, 해산한 금고가 신규 설립을 웃돌았다.

신협도 직장금고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직장 신협은 37곳 줄어든 109곳으로 집계됐다. 10년 새 전체의 약 25%, 4곳 중 1곳이 사라진 셈이다.

직장금고는 한 기업의 임직원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출자금을 모아 설립하는 상호금융기관이다. 사내 예·적금과 대출 등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조합원은 예·적금 이자와 함께 출자금에 따른 배당도 받을 수 있다.

금고 수는 줄었지만 남아 있는 곳의 몸집은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직장 새마을금고의 총자산은 19조4000억원으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80% 가까이 증가했다. 자산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총자산 8조2000억원의 삼성전자새마을금고다. 전체 직장 새마을금고 자산의 42.3%를 차지한다. 하이닉스새마을금고와 현대중공업새마을금고까지 합하면 상위 3곳의 자산 비중은 약 64%에 이른다.

대기업 직장금고를 중심으로 자산이 늘어난 배경에는 안정적인 조합원 구성이 자리 잡고 있다. 직장금고는 해당 기업에 재직 중인 임직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한다. 급여를 기반으로 한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데다 재직 여부와 소득을 확인할 수 있어 일반적인 상호금융 조합보다 차주의 상환 능력을 파악하기 수월하다. 특히 대기업과 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금고가 유지되면서 안정적인 소득을 갖춘 조합원 비중이 높다는 평가다.

건전성도 비교적 양호하다. 6월 말 기준 삼성전자·현대중공업새마을금고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였으며, SK하이닉스새마을금고도 0.12%에 그쳤다. 농협중앙회·대한항공·중소기업은행·국민은행신협 역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에 가까웠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대한항공신협도 0.1% 수준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일부 지역 금고·조합과 대조적이다.

반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직장금고를 유지할 유인은 줄어든다는 게 금융권의 진단이다. 조합원 수가 적으면 출자금과 예수금 규모도 제한적이어서 독립적인 운영이 쉽지 않다.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부담이 따른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등 금융서비스 선택지가 다양해진 점도 직장금고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결국 운영 기반이 취약한 소규모 금고부터 문을 닫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직장금고가 처음 등장한 배경을 고려하면 그 역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1960년대 신용협동조합운동은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돼 계(契)나 고리대금에 의존하던 서민을 돕기 위해 시작됐다. 은행 문턱이 높고 금융 점포도 부족했던 시절, 직장 동료들이 돈을 모아 서로에게 자금을 빌려주면서 금융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이후 직장금고는 임직원의 금융 편의와 복지 기능까지 맡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특히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직장금고의 역할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득이 일정하더라도 기업 규모나 신용도, 시장 환경에 따라 시중은행에서 원하는 조건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근로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급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고금리 대출에 의존할 가능성도 있다. 직장금고가 자체적인 자금 운용을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한다면 사금융을 막는 안전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금융 혜택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출자금 배당과 예·적금 이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금고의 자금 조달·운용 구조에 따라 시중은행보다 낮은 대출금리를 기대할 수 있다. 포스코는 2017년 직장 새마을금고를 설립하면서 이자소득세 면제와 급여이체 수수료 면제 등을 주요 혜택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규모가 작더라도 배당을 통해 조합원에게 수익을 돌려줄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올해 상반기 직장 새마을금고 가운데 자산 규모가 가장 작은 풍산안강공장새마을금고는 총자산이 44억원에 불과하지만, 올해 초 배당률은 4.56%로 책정했다. 총자산 49억원인 평화그룹새마을금고의 배당률도 5%였다. 두 금고 모두 연체율이 0%대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의 직장금고 설립은 풀뿌리금융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라며 "건전성 관리가 뒷받침된다면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금융 혜택과 자산관리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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