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실적 설명회…잔여 환원 방식·규모는 내년 1월 결정 예정

[더팩트|윤정원 기자]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국내외 운용사 네 곳이 우선주 매입·소각을 압박하고 있다. 라이프·페트라자산운용에 팰리서캐피탈·달튼인베스트먼트까지 가세하면서, 최대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재원을 어디에 먼저 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 국내외 4곳 잇단 요구…할인율 축소·주식 통합까지
2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오는 29일 오전 10시 3분기 실적 설명회를 연다. 이달 말 이사회에서는 정규배당을 포함한 약 30조원 규모의 3분기 현금배당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회사는 설명회 직전까지 주주들의 사전 질문을 받고, 관심이 높은 주제에 답변하겠다고 안내했다.
삼성전자가 예고한 올해 주주환원 규모는 90조~110조원이다. 2024~2026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기존 정책에 따른 것으로, 최종 환원액은 올해 실적과 투자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회사가 지난 8월 21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약 1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은 임직원 보상을 위한 것이다. 주식을 없애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소각 목적의 매입과는 구분된다. 소각 목적의 매입을 포함해 나머지 환원 재원을 어떻게 배분할지는 올해 경영실적이 확정되는 내년 1월 이사회에서 결정할 계획이다.
국내 운용사들은 이 잔여 재원을 우선주 매입·소각에 배정하고, 결정 시점도 앞당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지난달 14일 주주서한에서 10월 이사회 의결과 4분기 매입 개시를 요청했다.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저렴한 동안 연말까지 사들여 소각하고, 남은 재원은 현금배당으로 돌리자는 제안이다. 라이프가 환원 예상액의 중앙값에서 3분기 배당과 정규배당 계획분을 제외해 추산한 미확정 재원은 약 63조원이다.
페트라자산운용도 지난 7일 삼성전자 이사회에 주주서한을 보냈다. 기존 환원 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잔여 재원의 배분이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달 말 이사회에서 우선주 매입·소각을 논의하고 내년 1분기 안에 집행해달라는 요구다.
해외 운용사들은 할인율 축소와 주식 구조 개편으로 요구를 넓혔다. 팰리서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우선주 매입에 재원을 우선 배정하고, 2027~2029년 주주환원 계획에 우선주 할인율 축소 목표를 반영하라고 제안했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프리미엄 가격에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추가 우선주 매입·소각에 활용하는 방안도 내놨다. 팰리서는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를 모두 보유하고 있으며, 관련 제안을 놓고 회사와 대화를 이어왔다고 밝혔다.
달튼은 지난 15일 공개서한에서 우선주 집중 매입·소각과 함께 보통주와 우선주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의 검토까지 제안했다. 삼성전자 두 종류 주식에 10년 넘게 투자했으며, 올해 5월 경영진과 대면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 같은 돈으로 1.37배 매입…보통주 주주 실익은
운용사들이 우선주를 지목한 이유는 보통주와의 가격 차이다. 달튼은 서한에서 당시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약 27% 낮게 거래돼 같은 재원으로 보통주 매입 때의 약 1.37배에 해당하는 주식을 살 수 있다고 계산했다. 더 많은 주식을 없애면 남은 주주의 주당 가치가 높아져 보통주 주주에게도 이익이라는 주장이다.
라이프는 삼성전자 우선주가 의결권은 없지만 잔여재산에 대한 권리는 보통주와 같고, 배당은 주당 1원을 더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배당 총액이 유지된다면 이를 나눠 받을 주식 수가 줄어 보통주와 우선주의 주당배당금이 모두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주당배당금을 유지하더라도 향후 회사의 배당 지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논리다.
매입 단계의 수급 효과는 다르다. 우선주에 재원을 집중하면 보통주에는 직접적인 매수 수요가 들어오지 않는다. 달튼도 보통주에 단기적으로 불리한 수급 효과가 생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일시적인 주가 움직임보다 장기적인 주당 가치 개선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통주 소각에는 삼성그룹의 지분 구조도 얽혀 있다. 라이프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통주 합산 지분율이 10% 수준이어서, 보통주 소각으로 지분율이 높아지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상 한도를 맞추기 위한 매도 부담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소각하면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지분율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 이런 부담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두 보험사는 지난 3월 19일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에 앞서 보유 지분 약 733만주를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공시한 처분 예정액은 합계 약 1조5000억원으로, 금산법 위반 위험을 사전에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런 제약을 우선주 소각의 근거로 제시한 라이프도 우선주만 소각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라이프는 지난 6일 입장문에서 "당사 제안의 핵심은 자기주식 매입·소각을 최대화하는 것입니다"라며 보통주와 우선주를 함께 소각하는 방안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과거 가격 차이를 근거로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인 전례가 있다. 2015년 10월 11조3000억원 규모의 특별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1회차 매입 수량의 약 35%를 우선주에 배정했다. 당시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22% 낮게 거래됐다. 회사는 우선주 할인율이 10% 이상이면 매입 비중을 높여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주식을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선주 매입·소각에 대해 "콘퍼런스 콜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면 답변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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