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업 최초 영업이익 100조 달성
4개 분기 연속 실적 신기록…반도체 질주 계속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전자가 민간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달성했다. 반도체 초호황 속에서 이뤄낸 유례 없는 성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만 110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107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전기 대비 20.01%, 전년 동기 대비 782.50%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195조원으로, 전기보다 13.70%, 전년 동기보다 126.59%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분기 최대치다. 특히 민간 기업이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기업 아람코 외 글로벌 어떤 기업도 도달하지 못한 기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신기록을 쓰고 있으며, 이번 107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43조6000억원)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또 한 번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253억원 수준이다. 연간 영업이익 300조원 달성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호실적의 주역은 단연 메모리다. D램 가격 상승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가 더해지며 DS 부문에서만 11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고부가 제품 HBM4가 3분기 실적을 얼마나 끌어올렸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조단위 영업손실을 기록한 DS 부문의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가 적자 폭을 얼마나 줄였을지도 관심을 끈다. 업계는 첨단 공정 가동률이 점진적으로 회복하고 고객사 수주가 늘면서 비메모리 사업의 손실 규모가 이전 대비 축소됐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번 영업이익은 2개월 전 전망과 비교하면 다소 낮아진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8월 삼성전자가 110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원화 환산 이익이 줄었다는 이유로 최근 증권가의 삼성전자 실적 눈높이는 조금씩 낮아졌다.
앞서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106조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급격한 원화 강세로 인해 실적 측면의 비우호적 환경이 조성됐지만, 판매 정책에 기반해 메모리 판가가 산업 평균을 재차 능가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DS의 질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AI 산업 발전으로 인한 메모리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나아가 내년 HBM 판매 가격이 2배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내년 삼성전자 HBM 판매 가격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삼성전자의 HBM4 매출 비중이 올해 40%에서 내년 80%로 2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경우 그늘이 더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DS는 웃을 수 있지만, 반대로 DX는 심각한 원가 부담을 겪고 있다. 주요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부품비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그대로 전가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지난 2분기에도 DS가 89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반면, DX는 처음으로 영업손실 8000억원을 냈다. 올해 3분기에는 DX 적자 규모가 1조원 이상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IBK투자증권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부가 3분기 1조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봤다. 유안타증권은 3분기 MX 사업부가 9000억원,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가 2000억원의 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사업부문별 실적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원가 부담 리스크는 삼성전자만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DX 부문장(사장)은 자사뿐만 아니라 경쟁사에도 해당되는 이번 칩플레이션(칩+인플레이션) 위기를 시장 점유율 확대의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사업부별 구체적인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3분기 세부 실적과 향후 사업 계획 등은 이달 말 확정 실적 발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잠정 실적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IFRS)에 의거해 추정한 결과로, 아직 결산이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제공되는 것"이라며 "경영 현황 등에 대한 문의 사항을 접수해 (이달 말)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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