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연차총회와 일정 겹쳐…과거 불출석 사례 속 실제 출석 여부 촉각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금융권의 시선이 다음 달 국정감사로 향하고 있다. 여야가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을 잇달아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국감 출석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연말 대규모 인사를 앞둔 금융지주 지배구조부터 가계대출 관리, 잇따른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부실까지 현안이 쌓인 가운데 실제 누가 국감장에 설지 주목된다.
28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종희 KB금융·진옥동 신한금융·함영주 하나금융·임종룡 우리금융·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 등 5대 금융지주 회장과 5대 은행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점검하고 가계대출 관리와 포용금융 등 금융권의 사회적 역할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은행장 중에서는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등이 대상이다. 국민의힘 역시 가계대출 총량제 등 부동산 금융정책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현안을 중심으로 증인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인사들은 증인 신청 단계로, 실제 출석 여부는 여야 간사 협의와 정무위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정무위는 이날 오후 4시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감사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에 대한 감사는 다음 달 8일로 예정돼 있으며, 금융감독원 및 금융 공공기관 감사는 13일, 금융 분야 종합감사는 20일로 잠정 알려졌다.
이번 국감에서 특히 주목받는 사안은 금융지주 지배구조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과 자회사 CEO의 승계 절차 개선을 잇달아 주문하고 있는 데다 연말 주요 금융그룹 계열사 CEO들의 임기가 대거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8개 은행지주 회장 및 은행연합회장과 간담회를 열고 자회사 CEO 선임 과정에서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가 아닌 능력을 바탕으로 적임자를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CEO 자격요건이나 평가 단계별 최소 검증기간 등 기본적인 절차를 마련하지 못한 금융지주는 선임 절차 개시 전에 미흡한 부분을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를 이어왔지만 구체적인 개선안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올 하반기 8개 은행지주 산하 70여개 자회사 CEO의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 만큼 금융지주 회장의 인사권과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 후보 검증 절차 등이 국감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KB금융이 내부 출신인 이재근 후보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한 점도 지배구조 논의와 맞물린다. 금융당국이 이른바 '이너서클' 문제와 승계 절차 개선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후보 선정 과정과 평가 기준, 내외부 후보 간 검증 절차의 공정성 등이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내부 출신 인사라는 사실 자체보다는 실제 승계 절차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됐는지가 핵심이다.

은행권의 잇따른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문제도 주요 쟁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 전체 금융사고는 2023년 33건, 사고금액 696억9000만원에서 올해 1~7월 47건, 1708억2000만원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 7개월 동안 발생한 사고금액이 2023년 연간 사고금액의 두 배를 넘어선 것이다. 이 원장도 지난 23일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금융사고가 대형화하고 있다며 내부통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와 관련해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 체계에 대한 질의가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지난 8월 583억4799만원, 기업은행은 94억3971만원 규모의 외부인 사기 관련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하나은행에서도 동일 사건과 관련해 24억1738만원 규모의 사고가 공시됐다. 여러 은행에서 동일 거래처와 관련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개별 은행의 여신심사 과정뿐 아니라 금융기관 간 사고정보 공유 체계도 점검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은행은 중국 현지법인에서 발생한 833억7604만원 규모의 금융사고도 부담이다. 현지 온라인 대출 플랫폼을 운영하는 외부 업체가 차주들의 대출 상환금을 별도 계좌로 편취한 사건으로, 해외 영업 과정에서의 위험관리와 본점 차원의 내부통제 체계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 관리와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도 은행장들이 답변해야 할 주요 현안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 4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1.5%로 설정했다가 8월 3%로 상향 조정하면서 대출 규제의 일관성과 실수요자 보호 문제가 국감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금융위 국감의 주요 현안으로 제시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한 과징금 감경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지난 2월 5개 은행에 대한 과징금을 약 1조4000억원으로 의결했지만 금융위가 법리적 검토 등을 이유로 재검토를 요청하면서 지난 6월 약 6000억원 수준으로 낮췄다. 최초 산정 단계에서 약 4조원까지 거론됐던 과징금이 대폭 축소된 만큼 감경 기준의 적정성과 은행권의 소비자 피해 배상 노력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등이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과징금 감액 문제를 올해 국감 주요 현안에 포함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생산적금융 확대와 지방자치단체 금고 유치 경쟁도 관련 현안으로 꼽힌다. 이 원장은 지난 23일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은행들이 협력사업비 경쟁을 통해 지자체 금고를 유치하는 과정에 우려를 표하며 관련 지출이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지주 회장들의 실제 출석 여부는 여전히 변수다. 양종희·진옥동·함영주·임종룡·이찬우 등 5대 금융지주 회장은 다음 달 12일부터 18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통상 연차총회 전후로 해외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와 현지 금융기관 면담 등도 진행하는 만큼 실제 해외 체류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국감 기간 해외 출장을 이유로 금융지주 회장들이 불출석하는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22년에는 회장들 대신 5대 은행장들이 국감에 출석했으며, 2023년에는 윤종규 당시 KB금융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IR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반면 2024년에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IMF 연차총회 참석을 포기하고 국감에 출석해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설명했다.
올해도 금융지주 회장들의 해외 출장과 국감 일정이 겹치면서 비슷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글로벌 투자자 면담과 해외 사업 협력을 위해 회장의 직접 참석이 필요한 일정이라는 입장인 반면 정치권에서는 경영진의 국감 출석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종 증인 채택 과정에서 회장 대신 은행장이나 관련 임원이 출석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번 국감은 금융권 CEO들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와 내부통제 책임을 함께 점검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는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만큼 국감에서도 관련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사고 재발 방지와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얼마나 구체적인 개선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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