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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추석에도 임금협상 진통…'수퍼사이클' 생산차질 우려
한화오션 24차 교섭도 평행선…골리앗 크레인 가동 중단
HD현대重도 입장차…삼성重 잠정합의로 한숨 돌려


국내 조선업계의 올해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추석 연휴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한화오션
국내 조선업계의 올해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추석 연휴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한화오션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국내 조선업계의 올해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어지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노조가 부분파업에 나선 가운데 삼성중공업 노사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조선 3사 중 가장 먼저 임금협상 타결을 눈앞에 두게 됐다. 다만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수퍼사이클'을 맞은 조선업계의 생산 일정과 선박 납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 노사는 전날 24차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가 성과급 지급 기준 개선 등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세우면서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추석 연휴 이후 재교섭에 들어갈 전망이다.

사측은 지난 17일 제23차 교섭에서 기본급 및 호봉승급분을 포함한 임금 12만3689원 인상, 일시금 650만원, 연간 복지포인트 100만원 지급, 성과급제 개선 태스크포스(TF) 신설 등을 담은 2차 제시안을 내놨다. 그러나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900% 확대 등을 요구하며 대치 중이다.

한화오션 노조는 이달 들어 파업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4일 전 조합원 대상 7시간 파업으로 골리앗 크레인 일부를 멈춘 데 이어 18일에는 사업장 내 골리앗 크레인 4대를 모두 가동 중단했다. 골리앗 크레인은 선체 블록을 건조 도크로 옮겨 탑재하는 핵심 설비로 가동 중단이 길어질 경우 블록 탑재와 후속 공정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지난 22일 오전 한화오션 경영진은 이례적으로 거제사업장 직원들에게 '임단협 회사 담화문'을 발표하고 조합원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도 임금협상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1일부터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섰고 14~15일 각각 4시간, 18일에는 7시간으로 파업을 확대했다. 노조는 추석 이후 조선업종노조연대 공동파업을 포함한 전면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는 소식지에서 "회사가 내놓은 3차 제시안은 조합원 요구 수준에 턱없이 부족했다"라며 "추석 이후에는 정당한 성과 분배를 묶어온 상한선을 깨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는 추석 이후 교섭을 이어갈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0일 기본급 11만원 정액 인상과 격려금 1000만원 및 200% 지급 등을 담은 3차 제시안을 내놨지만 노조가 반려했다. 반면 노조는 호봉승급분과 별도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 30% 배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가결될 경우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하게 된다.

양측은 전날 21차 교섭에서 사측의 3차 제시안을 바탕으로 잠정합의에 이르렀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4.5%(11만3842원)와 정기승급 0.7%(1만7944원)를 더한 총 5.2%(13만1786원) 인상, 격려금 총 700만원 지급 등이 담겼다.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 재원도 기존 경제적부가가치(EVA)의 20%에서 영업이익의 10%로 변경해 올해 OPI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노협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가결 여부에 따라 삼성중공업의 올해 임금협상 최종 타결 여부가 결정된다.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은 올해 조선업계 임협의 공통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산업계 전체로 번진 '성과급 논란'으로 업계가 혼란을 겪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3일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하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지침에는 기업이익과 일정 비율로 연동되는 경영성과급은 노동조합법상 의무적 교섭 대상이나 조정·쟁의행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 기준이 담겼다.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HD현대중공업

조선업계 노사 갈등이 생산 차질 우려로 이어지는 배경에는 역대급 수주잔고가 있다.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의 조선·해양 부문 수주잔고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약 224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 수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수주 자체보다 건조 일정과 납기 관리가 새로운 부담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공정이 밀리면서 향후 선박 인도 일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사측은 파업 장기화가 실제로 미칠 영향과 파업 기간과 참여 범위를 살피는 중이다. 특히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까지 추진되는 상황에서 생산 안정성은 조선업계의 대외 경쟁력과도 맞물린다.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소의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개별 기업을 넘어 한미 조선 협력 확대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이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까지 빠르게 추격하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반복되면 한국 조선업이 쌓아온 납기 신뢰와 경쟁력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라며 "한미 조선협력이 본격화되는 중요한 시기에 핵심 생산시설이 멈추는 모습은 미국 정부와 글로벌 고객에게 생산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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