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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62일→29일 '속전속결'…지선 직전 나온 레버리지 ETF 책임 공방
김용범 문제 제기 뒤 금융당국 속전속결
평균 절반 만에 상장…지선 불과 7일 전
거래소 "구조 단순" 해명에도 졸속 논란


김용범(오른쪽)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필요성을 제기한 데 이어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지난 1월 관련 규제를 신속히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제도 도입에 속도가 붙었다. /뉴시스
김용범(오른쪽)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필요성을 제기한 데 이어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지난 1월 관련 규제를 신속히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제도 도입에 속도가 붙었다. /뉴시스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둘러싼 후폭풍이 금융당국을 넘어 당시 정책 결정 과정으로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올해 상장된 ETF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9일 만에 상장 절차를 마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특히 실제 상품이 시장에 나온 지난 5월 27일은 6·3 지방선거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연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금융당국도 곧바로 도입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제도 정비에 나선 만큼, 야권은 정책 결정부터 출시까지 전 과정을 다음 달 국정감사에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 김용범 문제 제기하자 이억원도 "신속 개선"…도입 급물살

22일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과 관련해 김 전 실장과 금융투자업계 주요 인사들의 증인·참고인 채택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쟁점은 상품 도입을 결정한 과정과 출시 속도다. 김 전 실장은 올해 1월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대표 등이 참석한 비공식 간담회를 가진 뒤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등 해외에서는 레버리지 상품과 개별주식 ETF 등 다양한 상품이 거래되는 반면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상품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김 전 실장은 금융위에 해외에서 가능한 상품을 국내에서는 허용하지 않는 이유를 문제 제기하고 관련 검토를 지시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발맞춰 움직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필요성을 직접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당시 "해외에는 출시돼 있는데 국내에는 출시가 안 된 비대칭 규제로 인해 다양한 ETF에 대한 투자 수요가 국내에서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며 "규제를 신속히 개선해서 우리 자본시장의 매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우량주 단일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 허용을 추진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도 함께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주가지수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고위험 상품을 새롭게 허용하는 것이 투자자 보호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이 위원장은 해외에서 이미 거래되고 있는 상품의 국내 대체재와 경쟁재를 제공해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지수 요건 없는 액티브 ETF 도입 등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던 금융위가 규제 완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해외에 상장된 삼성전자 등 국내 주식 기반 레버리지 상품으로 빠져나가는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돌려야 한다는 판단이 배경으로 제시됐다.

이후 제도 정비와 상품 출시는 빠르게 진행됐다. 야권은 김 전 실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금융위원장이 1월 28일 직접 도입 당위성을 설명한 이후 실제 상품 출시까지 불과 4개월가량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평균 62일 걸린 ETF 상장…'삼전닉스'는 29일 만에

실제 상품의 상장 과정도 다른 ETF와 비교해 짧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은 지난 4월 28일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해 5월 27일 상장됐다. 주말과 공휴일을 포함해 총 29일이 걸렸다.

올해 1월 2일부터 5월 27일까지 상장된 ETF 81개의 상장예비심사 신청부터 실제 상장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62일이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상장 소요 기간은 전체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은 셈이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통상 ETF 상장 과정은 상장예비심사 신청서 제출을 시작으로 한국거래소 심사, 금융감독원과의 일정 협의, 신탁계약서·증권신고서 제출, 상장신청 등의 절차를 거친다. 상품 구조가 복잡하거나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경우 출시까지 2~3개월 이상 걸리기도 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ETF 상장 절차와 비교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출시된 것은 사실"이라며 "평균 두 달가량 걸렸던 절차가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출시 일정이 결정된 경위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상품 도입 당시 준비가 빠르게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과 관련해 "그때 좀 급하게 준비했던 것은 맞다"고 밝혔다. 해외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취지의 평가도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당시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당시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평균대로면 6월 말인데…지방선거 7일 전 상장

출시 시점을 놓고도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평균 소요 기간인 62일을 단순 적용하면 4월 28일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상품의 상장 시점은 6월 말이다. 실제 상장일인 5월 27일보다 약 한 달 늦고 6·3 지방선거 이후다.

그러나 실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은 지방선거를 정확히 일주일 앞두고 일제히 상장됐다.

이에 야권에서는 상품 출시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된 이유와 출시 일정이 결정된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 의원은 "삼전닉스 레버리지가 이례적으로 서둘러 처리됐다는 정황이 공식 통계로 확인됐다"며 "수많은 국민들을 빚투에 빠트리고 한국 증시를 변동성의 늪에 빠지게 한 상품이 누구의 지시에 의해 이례적으로 졸속 처리됐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상장 기간이 평균보다 짧았다는 사실만으로 정치적 목적에 따라 출시 일정이 앞당겨졌다고 단정할 근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는 단일종목 ETF의 경우 지수 구조가 단순해 다른 ETF보다 상장 심사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고 설명했다.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 자산운용사들의 상장 준비 기간도 단축됐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커지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정치권의 검증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당시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과정으로 결정됐는지 세부적인 절차와 내용은 제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누군가는 결정을 했겠죠"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제도 도입 이후 보완 조치가 이뤄진 점을 언급하면서 "차라리 그렇게 나중에 보완할 걸 미리 다 장착을 했더라면 괜찮지 않느냐는 비판이 가능하다"며 "부족함이 있었던 것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국감에서 김 전 실장의 문제 제기 이후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에 속도를 낸 과정과 실제 상장 일정이 결정된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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