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구 위원장 현장서 삭발·혈서…9·4 파업 이어 2차 총파업 예고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오늘 이 결의대회를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제 시작으로 2차 총파업까지 투쟁을 이어가겠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금융기관 지방이전과 산별중앙교섭 파행에 반발해 다시 거리로 나왔다. 지난 4일 1차 총파업 이후에도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삭발에 이어 혈서까지 쓰며 투쟁 수위를 끌어올렸다. 금융노조는 교섭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2차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노조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은행회관 앞에서 '2026 금융노조 지방이전 저지 및 교섭파행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현장에는 금융노조 지도부를 비롯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산하 지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주 4.5일제 도입하고 노동시간 단축하라', '강압적인 금융기관 강제이전 중단하라', '경제성장·물가상승 실질임금 인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분위기는 윤 위원장의 삭발식이 시작되면서 더욱 격해졌다. 금융노조는 "윤석구 위원장의 삭발은 끝이 아니라 더 강한 투쟁, 2차 총파업을 향한 새로운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삭발을 마친 윤 위원장은 직접 연단에 올라 금융기관 지방이전과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윤 위원장은 "우리의 지방 이전 논의는 어떠하냐. 끝없이 이야기했다"며 농협중앙회와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의 이전 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기업은행을 두고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중심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다"며 직원들의 지방이전 반대와 이전에 따른 비용 문제를 주장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해서도 금융기관이 서울에 집적돼 있는 데에는 경제적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지역균형발전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기관의 주소지만 지방으로 옮기기보다는 지역 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 공급 등 지역금융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금융노조는 이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금융노동자의 삶과 금융기관의 기능을 일방적으로 흔드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는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되며 금융노동자와 충분히 협의하고 금융산업의 기능과 전문인력 이탈 문제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 노조도 힘을 보탰다. 김현준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금융기관의 수도권 집적이 금융위기 대응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불안, 태영건설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정책금융기관, 금융회사들이 긴급 대응에 나선 사례를 언급하며 금융기관 분산이 위기 대응 능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다만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구체적인 대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달 초 발표한 공공기관 이전 방안에서 금융 공공기관을 구체적인 이전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았으며,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한다는 원칙 아래 올해 4분기 중 이전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노사 갈등의 또 다른 핵심은 주 4.5일제와 임금이다.
금융노조는 지난 4월부터 사용자 측과 산별중앙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중지된 이후에도 대표단·대대표·실무 교섭을 이어갔지만 핵심 요구에서 진전이 없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금융노조는 주당 노동시간을 현행 40시간에서 단계적으로 줄이고 주 4.5일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특별퇴직 등으로 감소하는 인원의 30% 이상을 청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임금 인상률에서도 노사 간 격차가 크다. 금융노조는 당초 8%였던 요구안을 6%로 낮췄지만 사용자 측은 2.5% 인상안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이와 함께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개선, 금융기관 본사 이전 시 노조와 사전 합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앞서 지난 4일에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1차 총파업을 벌였다. 당시 참가 규모는 주최 측 추산 약 3만명, 경찰 비공식 추산 약 1만4000~1만5000명이었다.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원이 집결했다.
1차 총파업 이후에도 노조는 은행회관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지난 8일부터 지도부와 간부를 중심으로 철야농성을 이어왔다. 각 지부에서도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삭발에 이어 혈서까지 등장했다. 윤 위원장이 혈서를 담은 항의서한을 작성한 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측에 전달했고, 참가자들은 은행회관을 향해 구호를 외쳤다. 금융노조 측은 "이 혈서가 담긴 서한은 10만 금융노동자의 요구이자 절실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2차 총파업 시점에 쏠린다. 금융노조는 이날 집회에서 2차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발표하지 않았다. 앞서 금융노조 내부에서는 오는 30일 2차 총파업을 진행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위원장은 "오늘 이 결의대회를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제 시작으로 2차 총파업까지 명절을 앞두고도 이 투쟁을 끝내지 않고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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