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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클래리티법 무산' 카카오페이 급락…스테이블코인 힘준 신원근 '책임론'
스테이블코인 정책 리스크…주주 평균 수익률 -49%
신원근, 주가 20만원까지 최저임금 약속했지만…상반기 보상 40억원


미국 클래리티법 처리 무산과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지연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스테이블코인을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신원근(오른쪽 첫번째) 카카오페이 대표의 경영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4월 14일 경기 판교 카카오페이 오피스를 방문한 제레미 알레어(가운데) 서클 CEO와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신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미국 클래리티법 처리 무산과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지연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스테이블코인을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신원근(오른쪽 첫번째) 카카오페이 대표의 경영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4월 14일 경기 판교 카카오페이 오피스를 방문한 제레미 알레어(가운데) 서클 CEO와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신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 처리가 무산되면서 국내 가상자산 관련주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의 경영 판단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위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신 대표가 스테이블코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전면에 내세우면서 카카오페이가 정책 변수에 민감한 대표 가상자산 관련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 대표가 주가 20만원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던 책임경영 약속과 달리 현재 주가는 4만원까지 떨어진 반면 올해 상반기 보상은 4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도 -48.54% 수준에 머물면서 기업가치 회복을 내걸었던 신 대표의 책임경영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 17일 전 거래일보다 1.23%(500원) 내린 4만원에 정규장 거래를 마쳤다. 지난 16일 11.36%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현재 주가는 지난 6월 26일 기록한 연중 최저점 3만6550원보다 불과 9.44% 높은 수준으로, 연저점에 다시 근접했다. 이틀간 가파른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주가 회복분을 상당 부분 반납한 모습이다.

주가 약세는 미국 클래리티법 처리 불발 여파로 풀이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은 클래리티법의 안건 상정을 위한 절차 표결을 진행했지만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가결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처리가 무산됐다.

클래리티법은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과 규제체계를 명확히 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영역을 구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시장에서는 법안 처리가 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과 규제 불확실성 해소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해왔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증시에서 대표적인 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 관련주로 분류돼 왔다. 제도화 기대가 주가 상승의 재료로 작용했던 만큼 입법에 제동이 걸리자 반대로 충격도 커진 모습이다.

◆ 서클 손잡고 4300만명 지갑 실증…스테이블코인 힘준 신원근

카카오그룹의 스테이블코인 사업 중심에는 신 대표가 있다. 신 대표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와 함께 그룹 스테이블코인 공동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다.

카카오그룹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력에 나섰다.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의 플랫폼·금융 서비스를 기반으로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구축하고 향후 글로벌 결제와 해외송금, 가맹점 정산 등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페이는 이미 기술 실증 단계까지 진입했다. 지난 9일 디지털자산을 보관하고 송금·결제·정산할 수 있는 지갑 구축 기술의 실증(PoC)을 완료했다. 약 4300만명이 이용하는 기존 지갑 환경에서 스테이블코인 등 블록체인 기반 자산의 송금과 결제, 정산 기능을 검증했다.

카카오뱅크도 은행권의 보안·규제 환경을 적용해 지갑 연동과 안정성 등을 검증하고 있다. 카카오그룹은 향후 검증된 지갑 기술과 컨설팅을 결합해 디지털자산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과 금융기관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지갑 실증 당시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의 진정한 가치는 발행을 넘어 자산이 실제로 사용되는 유통 단계에서 드러날 것"이라며 "카카오그룹의 방대한 유통 잠재력을 기반으로 지갑 등 인프라 기술과 규제 적응 노하우에서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 사업은 실증까지 갔는데…韓 기본법은 '하세월'

반면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뒷받침할 국내 제도 정비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을 비롯해 디지털자산 산업 전반의 규율체계를 담을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의 정부안 제출도 지연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인사로 새롭게 구성된 금융위 가상자산과가 정부안 제출 전 재검토를 진행하면서 이달 중 제출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 달에는 국회 국정감사까지 예정돼 있어 업계에서는 11월이 돼야 정부안 제출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당은 정부안 제출 이후 속도를 내 올해 12월에서 내년 1월 사이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연내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안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기본법 논의가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라며 "향후 입법 일정을 고려하면 연내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카카오페이는 4300만명 이용자를 기반으로 한 지갑 기술 실증까지 마쳤지만 정작 핵심 사업인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 규칙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 선점을 위해 제도화 이전부터 기술과 사업 기반을 준비한다는 측면에서는 선제적인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미국에서는 클래리티법 처리가 무산되고 국내에서는 기본법 제정이 지연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카카오페이 주가의 정책 민감도를 높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페이의 본업이 부진한 상황도 아니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351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5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8.2% 증가했다. 실적 개선에도 가상자산 정책 변수가 주가에 강한 영향을 미치면서 신 대표가 선택한 스테이블코인 승부수도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미국 클래리티법 처리 무산과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지연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스테이블코인을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신원근(오른쪽 첫번째) 카카오페이 대표의 경영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4월 14일 경기 판교 카카오페이 오피스를 방문한 제레미 알레어(가운데) 서클 CEO와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신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 24만8500원→4만원…개미 평균 수익률도 '-49%'

신 대표에게 주가 문제는 새로운 숙제가 아니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상장 초기인 2021년 11월 30일 장중 24만8500원까지 치솟았지만 17일 정규장 종가는 4만원까지 내려왔다. 고점 대비 83.90% 떨어져 당시 주가의 16.10%만 남았다.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도 상당하다. 투자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투자자 1만9072명의 평균 매수단가는 7만8414원으로 집계됐다. 17일 종가와 비교하면 평균 수익률은 약 -48.54%로 투자자들이 평균적으로 투자금의 절반 가까이를 손실 보고 있는 셈이다.

신 대표는 이른바 '카카오페이 먹튀 사태' 이후 무너진 주주 신뢰와 기업가치를 회복하겠다며 2022년 3월 대표에 올랐다. 신 대표 자신도 당시 기업전략총괄로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 3만주를 매각해 약 61억원을 현금화한 당사자였다.

이에 신 대표는 취임 직후 카카오페이 주가가 20만원에 도달할 때까지 연봉과 인센티브 등 모든 보상을 포기하고 법정 최저임금만 받겠다는 책임경영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취임 4년여가 지난 현재 주가는 신 대표가 제시했던 20만원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목표 주가에 도달하려면 현재보다 5배 올라야 한다.

반면 노조가 공개한 카카오그룹 상반기 보상 현황에 따르면 신 대표가 올해 상반기 받은 보상은 40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페이 주주들이 평균적으로 투자금의 절반가량을 잃고 주가 역시 자신이 내걸었던 책임경영 목표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에서 신 대표의 보상체계는 이미 정상화된 것이다.

◆ "20만원까지 최저임금"이라더니…준신위 권고로 보상 정상화

카카오페이는 실적 개선에 따라 신 대표의 보상체계를 정상화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페이 측은 "이사회와 카카오그룹 준법과신뢰위원회, 사내 지속가능협의체 등의 권고와 동의를 거쳐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기점으로 대표이사 보상체계를 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 대표가 당초 시장과 주주들에게 제시했던 최저임금 종료 기준은 'BEP 달성'이 아닌 '주가 20만원'이었다. 회사가 실적 개선을 보상 정상화의 근거로 제시했지만 신 대표가 책임경영의 상징으로 직접 내걸었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카카오페이가 보상 정상화 과정에서 카카오그룹 준법과신뢰위원회의 권고가 있었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준법과신뢰위원회는 카카오를 둘러싼 각종 논란 이후 그룹의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하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출범한 외부 독립기구다.

신 대표의 '20만원까지 최저임금' 선언 역시 경영진의 대규모 주식 매각으로 훼손된 주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그럼에도 목표 주가를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카카오페이 측 설명대로 준법과신뢰위원회가 보상 정상화를 권고했다면 책임경영 약속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했는지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취임 이후 대규모 개인정보의 중국 알리페이 제공 문제와 서비스 장애 등 신뢰를 흔드는 논란도 이어졌다. 여기에 장기간 주가 부진과 보상 논란까지 겹치면서 신 대표가 내걸었던 기업가치 회복과 책임경영을 실제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 대표가 스스로 주가 20만원을 책임경영의 기준으로 제시했던 만큼 현재 주가와 보상 수준을 두고 주주들의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사업 역시 정책 기대를 넘어 실제 성과와 기업가치 회복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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