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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불심' 반한 청춘들…유통가 휩쓰는 '불교 마케팅' 열풍
사찰음식에서 불교패션으로 청년층 관심
백화점도 불교 명상·굿즈 팝업 인증사진도
연등회 역대 최대 인파…"불교가 콘텐츠로"


최근 청년층이 불교 철학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연등회에는 청년들이 모여 강강술래를 추거나, 불교 팝업을 즐기는 모습도 연출됐다. 사진은 지난 7일 롯데몰 김포공항점에 불교 팝업이 설치됐다. /손원태 기자
최근 청년층이 불교 철학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연등회에는 청년들이 모여 강강술래를 추거나, 불교 팝업을 즐기는 모습도 연출됐다. 사진은 지난 7일 롯데몰 김포공항점에 불교 팝업이 설치됐다. /손원태 기자

[더팩트 | 손원태 기자]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시즌2'로 촉발된 사찰음식 열풍이 불교 신드롬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종교 행사인 연등회에서 강강술래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유통업계도 이를 겨냥한 마케팅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웰스토리와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초 사찰음식을 접목한 구내식당 메뉴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일상에서 건강을 찾는 웰니스 트렌드가 부상함에 따라 직장인들의 건강한 한 끼를 겨냥한 메뉴를 구성한 것이다.

먼저 삼성웰스토리는 지난 3월 흑백요리사 시즌2 주역이자 사찰음식 명장 1호인 선재스님과 '셀럽테이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프로모션은 몸과 마음의 조화를 추구하는 사찰음식의 정수를 담아 제철 식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한 점이 특징이다.

삼성웰스토리는 선재스님과 육류나 오신채(파·마늘·달래 등) 같은 자극적인 식재료를 제외한 사찰 메뉴를 공동 개발했다. 대표 메뉴로는 연잎향을 머금은 '오색간장비빔밥'과 제철 나물이 어우러진 '두부김밥' 등이 있다.

조리 과정에서는 전통 발효 장(醬)을 사용해 풍미를 더했고, 단시간에 볶거나 데치는 사찰식 조리법을 적용했다. 특히 프로모션이 진행된 구내식당 곳곳에는 '비워야 채워집니다'라는 선재스님의 메시지를 비치해 사찰음식에 담긴 불교적 가르침도 전달했다.

현대그린푸드 역시 지난 4월 자사 온라인몰인 '그리팅몰'을 통해 사찰음식을 선보여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사찰음식 대가인 부산 보덕사 도림스님과 대전 영선사 법송스님의 레시피를 고스란히 구현한 간편식 5종을 선보였다. 사찰 레시피로 만든 '봄동 연자죽', '취나물 우엉 잡채', '콩가루 쑥국' 등 간편식인데도 동물성 원료와 자연의 식재료를 배합했다.

현대그린푸드 측은 "사찰음식을 비롯한 건강식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간편식 제품을 스님들과 공동 개발했다"고 밝혔다.

삼성웰스토리는 '흑백요리사 시즌2' 주역인 선재스님과 사찰 음식을 토대로 한 구내식당 메뉴를 선보였다. 프로모션이 적용된 식당에서는 '비워야 채워집니다'라는 선재스님의 메시지도 비치했다. /삼성웰스토리
삼성웰스토리는 '흑백요리사 시즌2' 주역인 선재스님과 사찰 음식을 토대로 한 구내식당 메뉴를 선보였다. 프로모션이 적용된 식당에서는 '비워야 채워집니다'라는 선재스님의 메시지도 비치했다. /삼성웰스토리

◆ 백화점 내 불교 팝업도…패션부터 굿즈까지 '심신 안정'

이 같은 흐름은 백화점 업계로도 이어졌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 4월 서울 명품관에서 싱잉볼 브랜드인 '오감소'와 협업해 팝업을 개최했다. 싱잉볼은 불교에서 명상으로 쓰이는 종으로, 깊은 울림을 통해 심신의 이완을 돕는다.

갤러리아는 3040 세대가 마음 건강을 중시하는 현상에 주목하며, 명상을 콘셉트로 한 팝업을 기획했다. 특히 오감소 싱잉볼은 청동 소재를 사용해 진동 전달력이 높은 데다, 맑고 깊은 소리가 난다. 장인이 직접 제작했으며, 전 제품 주파수 테스트도 거쳤다.

롯데쇼핑도 지난 6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을 시작으로, 불교 트렌드를 반영한 팝업을 잇달아 개최했다. 부산본점에서는 불교 패션 브랜드 '바반투'와 팝업을 기획했고, 명상과 휴식의 가치를 현대적 스트리트 패션으로 재해석했다. 팝업에서는 심신 안정을 돕는 싱잉볼과 독특한 불교 오브제들이 진열됐다. 2030 세대의 구매 비중이 절반 이상을 기록했다.

이에 롯데쇼핑은 최근 롯데몰 김포공항점에서도 '힙불교' 팝업을 추가로 열며, 불교 마케팅을 이어갔다. 불교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 4개 브랜드가 모여 티셔츠와 굿즈 등을 선보였다. 각 제품에는 '풍족함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생각은 메모하고 내려놓자' 등 불교 글귀가 새겨졌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2030 세대 고객들이 메모지에 소원을 적거나, 불전함에 소정의 공양금을 넣는 등 팝업에 관심을 보였다. 또한 불상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거나, 염주를 키링처럼 메고 다니는 젊은 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불교를 재해석한 브랜드가 젊은 세대에게 새롭고 재미있는 문화 경험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불교 문화를 심취하는 이면에 가파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이면과 고용 한파로 인한 불안한 심리가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불교 철학으로 심신 안정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지난 7일 찾은 롯데몰 김포공항점 불교 팝업에서 고객들이 메모지에 소원을 담은 모습. /손원태 기자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불교 문화를 심취하는 이면에 가파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이면과 고용 한파로 인한 불안한 심리가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불교 철학으로 심신 안정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지난 7일 찾은 롯데몰 김포공항점 불교 팝업에서 고객들이 메모지에 소원을 담은 모습. /손원태 기자

◆ 연등회도 즐기는 2030 세대…"종교가 아닌 하나의 콘텐츠"

불교를 향한 2030 세대의 관심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진행된 연등회에서도 신드롬처럼 나타났다. 지난 5월 16일과 17일, 양일간 열린 연등회에 역대 최대 규모인 50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것이다.

불교계가 젊은 세대들에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AI(인공지능), DJ 파티, 연애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점이 주효했다. 올해 연등회에서는 피지컬 AI인 로봇스님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고, 행사 대미를 장식한 '대동한마당'에서는 EDM DJ 공연과 함께 2030 세대 사람들이 강강술래를 추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대한불교조계종과 보건복지부가 기획한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에서는 총 20명(남녀 각 10명) 모집에 4225명이 몰리면서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7월 강원도 낙산사에서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은 최종 다섯 쌍의 커플을 탄생시키며, 젊은 세대의 뜨거운 관심을 불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불교를 종교로 생각하기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같이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하고 있다"며 "AI 기술 확산으로 사회가 급변하고 고용 한파로 취업마저 좁아지자, 불안한 마음을 위로받고 치유하기 위해 불교 철학과 가치에 주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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