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변경·합병 등 특별결의, 35% 동의 없이 불가능

[더팩트|우지수 기자] 스마일게이트가 15년여 만에 창업주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 외의 주주를 맞을 상황에 놓였다. 권 CVO가 아내에게 스마일게이트 지분 35%를 넘기라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다. 판결이 확정돼 실행될 경우 권 CVO는 65%를 남겨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지만, 남는 지분으로는 정관 변경이나 합병 같은 사안을 혼자 결정할 수 없게 된다.
지난 9일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정동혁 부장판사)는 권 CVO의 아내 이모 씨가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에서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주식 35%를 이 씨에게 현물로 넘기고 부족분 650억원을 이 씨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환산한 재산분할 총액은 약 2조5500억원이다. 이는 지난 7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명령된 9440억원을 넘어서는 국내 이혼 재산분할 역대 최대 규모다.
지분 구조가 바뀌면 스마일게이트의 경영 의사결정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재판부는 권 CVO가 지분 전량을 갖고 있어 일부를 이 씨에게 넘겨도 지배권을 잃을 위험은 없다고 판결문에서 명시했다. 그러나 상법이 과반 지분에 허용하는 것은 이사 선임이나 배당 같은 일상 안건을 처리하는 보통결의까지다. 회사의 틀을 바꾸는 정관 변경과 합병·분할, 영업양도, 이사 해임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반대하면 통과되지 않는 특별결의 사항으로, 이 씨가 35% 주주가 되면 단독으로 막을 수 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에 혼자서 완전히 다 했던 의사결정, 예를 들어 정관 변경이나 합병·분할 같은 상법상 특별결의 사항은 (다른 대주주가 있을 경우) 혼자서 할 수가 없다"며 "사업 양도 같은 것도 2대 주주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소수주주가 감사를 선임할 수 있고 소수주주를 대변하는 독립이사도 들어가게 된다"고 했다. 다만 김 교수는 "일반적인 경영권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씨가 주주가 되면 감사 선임 때 3%를 넘는 주주의 의결권이 잘려 권 CVO와 이 씨의 지분 차이가 작동하지 않고, 회계장부 열람과 주주총회 소집 청구, 주주제안도 3%부터 가능하다.

재판부가 스마일게이트 주식 분할을 결정한 배경은 권 CVO의 재산 구성에 있다. 재판부가 파악한 권 CVO의 순재산은 약 7조3375억원인데 이 중 스마일게이트 주식이 약 7조1490억원으로 96.8%를 차지한다. 권 CVO가 이 씨에게 현금으로 주려면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비상장 주식이라 매각이 어렵고, 팔더라도 비용과 세금 부담이 커서 현금 분할이 권 CVO에게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이 씨는 2002년 창업 당시 자본금 5000만원 가운데 30%를 보유했다. 이 지분은 이후 신주 발행을 거치며 3%까지 줄었고 2010년 텐센트에 넘어갔다. 스마일게이트는 2021년 12월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였던 선데이토즈 지분을 정리해 계열 전체를 비상장 체제로 만들었다.
다만 이번 이혼·재산분할 결정은 1심 결과다. 판결이 확정돼야 권 CVO의 주식 이전 의무가 생기고 650억원에 대한 지연손해금도 확정일 다음 날부터 계산된다. 양측 모두 항소할 여지가 남아 있다. 권 CVO는 소송 내내 이혼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 씨 측은 재산의 절반을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35%만 인정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사건은 파기환송심까지 11년이 걸렸다.
확정 전까지 지분 35%가 이 씨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상태가 이어진다. 재판부는 분할 비율을 정하면서 소송 제기 후 권 CVO가 스마일게이트에서 받은 거액의 배당, 그리고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이 스마일게이트RPG 상장 무산 관련 소송에서 기업가치를 8조800억원으로 본 판결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 성장에 권 CVO의 사업 판단이 결정적이었다고 보면서도, 이 씨가 창업 초기 지분을 갖고 대표이사로 등기됐던 점과 이 씨 원가족의 경제적 지원, 이 씨가 장기간 가사와 양육을 맡은 점을 분할 비율에 반영했다. 장기간 이어진 부부 갈등의 경위와 심화 과정, 관계 회복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혼인 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고 그 책임은 이 씨와 권 CVO 모두에게 있으며 책임 정도도 대등하다고 판단해 이혼 청구는 받아들이되 위자료 청구는 기각한다고 밝혔다. 미성년 자녀의 친권자와 양육자는 이 씨로 정해졌고 권 CVO는 이 씨에게 매월 2000만원의 양육비를 내게 됐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대주주 개인사에 관해 회사가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며 "종전과 다름없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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