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룰에 기관·소액주주 표심 승부…최윤범 측 우위 강화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다시 한번 승기를 잡았다.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측이 추천한 백인규 후보가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선임되면서 이사회 내 우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2명, 영풍·MBK 측 7명으로 재편됐다.
최 회장 측이 이날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며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
고려아연은 9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에서 제53기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 선임 안건인 제3-1호 의안을 가결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는 주총 참석 622만5934주 가운데 509만2815주의 찬성을 받아 출석 의결권 대비 81.8%의 찬성률로 선임됐다.
반면 영풍·MBK 측이 추천한 박유경 전 APG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거버넌스 총괄의 선임 안건인 제3-2호 의안은 부결됐다. 박 후보에 대한 찬성 주식 수는 173만9065주로 출석 의결권 대비 27.93%의 찬성률에 그쳤다.
이번 감사위원 선임은 앞서 제1호 의안이 가결되면서 이뤄졌다. 10일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는 감사위원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고려아연은 이날 정관 변경을 통해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확대하는 안건을 먼저 처리했다.
이번 주총의 최대 승부처였던 감사위원 자리를 최 회장 측이 가져가면서 고려아연은 이사회 장악력을 유지하게 됐다.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는 다른 이사 선임과 달리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된다. 지분율로는 MBK·영풍 측이 앞서지만, 3%룰로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표심이 결과를 좌우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주총에서 양측이 각각 추천한 독립이사 4명은 집중투표를 통해 각각 2명씩 선임됐다. 기존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9명, 영풍·MBK 측 5명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이번 주총 결과에 따라 일반 독립이사 4명이 추가되면서 11대7 구도가 됐다. 여기에 백 후보까지 최 회장 측 이사로 합류하면서 최종적으로 12대7 구도가 형성됐다.

앞서 의안 분석 보고서를 낸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9곳 가운데 8곳이 백 후보 선임에 찬성을 권고하면서 최 회장 측에 우세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국민연금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양측 감사위원 후보 모두에 찬성표를 행사했다.
백 후보는 한국·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한 회계·재무 전문가로 딜로이트안진에서 회계감사와 재무자문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고려아연은 대규모 투자와 사업 재편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회계와 감사, 내부통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감사위원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영풍·MBK 측은 주총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원아시아파트너스 관련 투자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고려아연 자금이 투입된 펀드가 최 회장 측과 연관된 기업에 투자하면서 이해상충 가능성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영풍·MBK 측은 "회사와 주주의 자금이 최 회장 측 사익 추구를 위해 활용됐다는 의혹을 독립적인 감사위원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며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 선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해당 투자는 펀드 출자자로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고, 개별 투자 결정은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가 독립적으로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임시주총 결과로 최 회장 측은 경영권 수성의 주요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지위를 앞세워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사회에서는 최 회장 측이 12대 7로 우위를 확보하면서 당장 경영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내줄 가능성은 낮아졌다.
고려아연이 미국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 등 대규모 중장기 투자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 결과는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 측은 이사회 우위를 바탕으로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비롯해 핵심광물과 자원순환 등 기존 성장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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