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가망신 1호'는 절차 논란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조성은 기자]
◆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금 4.4억→351억…사람·권한 이어 '실탄'도 확대
-정부가 주가조작 신고 포상금을 크게 늘린다고요.
-네. 금융위원회가 내년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금 예산으로 351억원을 편성했습니다. 올해 4억4000만원과 비교하면 약 80배로 불어나는 겁니다. 지난 5월에는 30억원이던 지급 상한도 없앴습니다. 앞으로는 주가조작 등으로 적발·환수된 부당이득이나 과징금의 최대 30%까지 포상금으로 지급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주가조작을 강하게 잡겠다는 기조의 연장선으로 보면 되나요.
-기본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다만 시점이 묘합니다. 정부가 야심 차게 출범시킨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최근 대표 사건의 조사 절차를 놓고 법원에서 한 차례 제동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합동대응단은 지난해 7월 36명으로 출범했는데 올해 1월 62명으로 늘었고, 상반기에는 90명까지 몸집을 키웠습니다. 현재는 100명 규모를 목표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몸집을 두 배 넘게 키웠는데 성과는 어땠나요.
-금융위가 지난 7월 공개한 1주년 성적표를 보면 중대 불공정거래 10여건을 적발·조사해 검찰에 고발하거나 통보했습니다. 초고액 자산가의 장기 시세조종과 증권사 고위 임원의 내부자 거래 등이 포함됐고, 이 가운데 2건에는 과징금을 선제적으로 부과했습니다. 정부가 내세울 성과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제동을 받았다는 건 어떤 얘기인가요.
-상징성이 컸던 이른바 '주가조작 패가망신 1호' DI동일 사건에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동원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 사건인데요. 지난 7월 피의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고, 피의자 측이 금융당국의 압수 절차를 문제 삼아 낸 준항고도 법원이 받아들였습니다.
-합동대응단의 증거 수집 자체가 위법했다는 건가요.
-조금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피의자 측은 강제조사권이 없는 금감원 직원이 포렌식 과정에 참여한 점도 문제 삼았지만 법원은 이 부분은 적법하다고 봤습니다. 대신 금융당국이 압수물을 정해진 기간 안에 돌려주지 않은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았습니다. 이후 검찰이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다시 확보한 증거에 대해서는 법원이 적법하다고 판단해 수사는 재가동됐습니다. 수사가 좌초된 것은 아니지만 합동대응단이 가장 앞세웠던 1호 사건에서 절차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입니다.
-그런 시점에 신고 포상금은 80배로 늘어난 거네요.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합동대응단의 사건 처리와 포상금 확대가 연결돼 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금융위는 내부자의 적극적인 제보를 끌어내기 위한 제도 개편이라고 설명합니다. 기존 포상금만으로는 대형 불공정거래를 알고 있는 내부자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고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판단입니다.
-그래도 타이밍만 놓고 보면 눈길이 가긴 합니다.
-네. 합동대응단은 36명에서 90명으로 커졌고 조사·제재 체계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표 사건에서 법원 문턱을 한 차례 넘지 못한 시점에 제보자에게 줄 '실탄'은 4억4000만원에서 351억원으로 뛰었습니다. 사람과 권한에 이어 돈까지 대폭 늘어난 셈입니다.
-결국 이제는 실제 성과로 보여줘야겠네요.
-정부가 내건 구호는 '주가조작 패가망신'입니다. 인력은 두 배 넘게 늘었고 신고 포상금은 80배 가까이 커졌습니다. 이제 남은 건 이렇게 찾아낸 사건을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고, 법정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증거로 연결하느냐입니다. '패가망신'이라는 강한 구호에 걸맞은 성적표도 결국 여기서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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