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약물접합체 상업화 확대로 생산 역량 중요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차세대 항암 플랫폼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정부 정책금융인 국민성장펀드도 ADC 산업에 잇따라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기업에 이어 생산시설 구축 기업까지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국내 ADC 산업의 연구개발(R&D)부터 임상·상업생산까지 전 밸류체인을 육성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충남 아산에 ADC 전용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는 경보제약에 200억원 규모의 저리 대출을 승인했다. 지난 6월 ADC 신약개발 기업 리가켐바이오에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ADC 분야에서 두 번째 지원이다. 바이오 분야 전체로는 비티젠, SK바이오사이언스, 리가켐바이오에 이은 네 번째 지원 사례다.
이번 지원은 ADC 신약개발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생산 인프라 구축까지 정책금융의 범위를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가 개별 파이프라인뿐 아니라 국내 ADC 산업의 생산 기반을 함께 육성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ADC(Antibody-Drug Conjugate)는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항체'와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강력한 독성 '약물(페이로드)'을 정밀한 '링커'로 연결한 차세대 항암 치료제다. 기존 화학항암제가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켰다면, ADC는 항체가 정상 세포를 피하고 암세포에 위치한 특정 표적 단백질만을 찾아가 약물을 정확히 전달하는 원리다.
ADC가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치료 효과와 확장성에 있다. 대표적 ADC 치료제인 '엔허투'가 기존 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서 획기적인 임상 반응을 이끌어내며 성공을 거둔 이후, 글로벌 빅파마들은 수조원 규모의 기술이전과 인수합병(M&A)을 통해 ADC 파이프라인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항체, 링커, 약물의 조합 방식을 다양화해 적용 가능한 암종을 넓힐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기술적 가능성을 넘어 이미 검증된 시장으로 진입한 만큼,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핵심 모달리티(치료 수단)로 평가받는다.
ADC가 상업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생산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뿐 아니라 임상시험에 필요한 시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허가 이후에는 동일한 품질의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약개발 기업이 뛰어난 후보물질을 확보하더라도 이를 임상용·상업용 의약품으로 구현할 생산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업화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ADC는 일반적인 저분자 의약품보다 제조공정이 복잡하고 고도의 품질관리 역량이 요구된다. 후보물질별 항체와 페이로드, 링커 조합이 달라질 수 있어 각각에 맞는 공정을 개발하고 이를 대량생산 단계까지 확대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국민성장펀드가 ADC를 개발하는 리가켐바이오에 이어 생산하는 경보제약까지 연속으로 자금을 투입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ADC 경쟁이 단순히 기술 확보를 넘어 실제 의약품을 양산할 수 있는 공정 및 생산 인프라 싸움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특히 ADC는 고활성 페이로드를 다루기 때문에 접합·정제·분석 공정과 작업자 안전 및 오염 방지를 위한 시설·품질관리 역량이 중요하다"고 했다.
경보제약은 충남 아산에 총 960억원을 투자해 ADC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경보제약은 기존 원료·완제의약품과 항암제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ADC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정책 자금을 보태 연내 완공한 뒤 2027년 3분기부터 임상용 시료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5000억원 규모의 직접투자를 받은 리가켐바이오는 자체 ADC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수의 ADC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으며, ADC 임상과 신규 후보물질 발굴 등에 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ADC는 후보물질 자체의 경쟁력뿐 아니라 이를 임상과 상업화 단계까지 연결할 수 있는 공정·생산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신약개발과 생산 인프라에 정책자금이 함께 투입된다는 점에서 국내 ADC 산업 생태계 구축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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