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과제는 종근당홀딩스 33.73%…증여 시점·방식에 업계 촉각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이장한 종근당그룹 회장이 핵심 사업회사인 종근당 보유 지분 전량을 세 자녀에게 넘기기로 하면서 오너 3세 경영 승계 구도가 확고해지고 있다. 특히 장남인 이주원 종근당 개발전략센터장(상무)에게 가장 많은 지분이 배분됨에 따라 차기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윤곽이 한층 명확해졌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지분 이전만으로는 종근당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종근당홀딩스 지분 33.73%를 이 회장이 여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이 회장이 이 지분을 자녀들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전할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은 보유 중인 종근당 보통주 131만8807주(9.55%) 전량을 다음달 30일부터 오는 10월29일까지 세 자녀에게 증여할 계획이라고 지난 28일 공시했다. 증여가 완료되면 이 회장의 종근당 직접 지분은 0%가 된다. 이번 증여 물량 중 가장 큰 비중인 52만8807주(3.83%)는 장남인 이주원 상무에게 돌아간다. 장녀 이주경 텔라이프 이사와 차녀 이주아 씨에게는 각각 39만5000주(2.86%)씩 배분된다.
증여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 상무의 종근당 지분율은 기존 1.48%(20만4813주)에서 5.32%(73만3620주)로 크게 올라서며 세 자녀 중 유일하게 5%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 등극한다. 이주경 이사와 이주아 씨의 지분율 역시 각각 1.18%에서 4.04%로 상승한다. 자녀들에게 지분이 분산 이전됨에 따라 최대주주인 종근당홀딩스(26.70%)를 포함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은 40.15%로 변동 없이 유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증여를 통해 종근당그룹의 3세 승계 구도가 '장남 우위'로 완전히 정립됐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1952년생으로 올해 74세인 만큼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입장"이라며 "이 상무는 이미 세 자녀 중 유일하게 종근당 경영에도 참여하는 등 입지를 굳히고 있다"고 했다. 이 상무는 1987년생으로 지난해 이사 승진에 이어 올해 1월 상무로 고속 승진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에도 또 다른 상장 자회사인 경보제약 지분 전량(95만7503주)을 자녀들에게 넘기면서 이 상무에게 가장 많은 지분(35만7503주)을 배분해 개인 최대주주(6.21%)로 올려놓은 바 있다. 증여 이후 이 상무의 경보제약 지분율은 6.21%로, 두 자매의 지분율인 5.62%, 5.26%를 웃돌았다. 이 회장은 지난 2023년부터 경보제약 지분을 자녀들에게 단계적으로 넘겨왔다.
또한 가족회사인 벨에스엠 역시 이 상무 중심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상무가 4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이 회장이 30%, 이주경 이사와 이주아 씨가 각각 15%를 보유하고 있다. 벨에스엠은 종근당홀딩스 지분을 장내에서 꾸준히 사들이고 있으며 지난 6월 2363주를 추가 매수했다.
이번 주력 사업회사 지분 이전만으로 승계 작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종근당그룹은 '이장한 회장→종근당홀딩스→종근당·경보제약·종근당바이오'로 이어지는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종근당홀딩스가 그룹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만큼 지주회사 지분이 실질적인 그룹 지배력의 핵심이다. 현재 종근당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33.73%를 들고 있는 이 회장이다. 이 회장의 아내 정재정 씨가 5.82%를 가지고 있다. 이 상무의 종근당홀딩스 직접 지분율은 2.89%에 불과하며, 두 딸의 지분율도 각각 2.55%, 2.59%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종근당홀딩스 지분 33.73%의 증여 시점과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3일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라 증여세 부담이 커진 만큼 한번에 대규모 지분을 증여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남매가 확보한 경보제약 및 종근당 지분을 활용해 종근당홀딩스 주식과의 현물출자 교환(주식 스왑)을 추진하거나, 지분 매각·담보대출로 재원을 마련해 종근당홀딩스 지분을 추가 매수하는 시나리오 등이 거론된다.
종근당그룹은 과거에도 유사한 거래를 진행한 바 있다. 오너 일가는 2016년 종근당바이오 주식을 종근당홀딩스에 현물출자하고 종근당홀딩스 신주를 받았다. 2017년에는 경보제약 주식을 종근당홀딩스 자사주와 교환하면서 오너일가의 지주회사 지배력을 높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 경보제약 지분 증여 역시 향후 지주회사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일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경보제약은 종근당그룹 상장 계열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가가 낮고 연 매출 5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으로 분류돼 최대주주 할증평가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분 이전에 따른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의미다. 다만 최근 경보제약의 수익성이 악화한 점이 변수다. 지분매각이나 담보대출, 주식 교환 과정에서 가치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이번 지분 증여가 승계 과정의 일환인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사업회사의 지분을 증여한 것이며, 지주사인 종근당홀딩스 지분율 등 아직 구체적인 경영권 승계 구도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근당홀딩스의 지분 증여나 현물출자 등의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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