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A 투자 900억원 유치, 2030년 1조 매출 목표

[더팩트|우지수 기자]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메모리 이외 영역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데이터 검색 전용 칩, 데이터센터 추론 가속기, 기기 내장형 저전력 칩 등 인공지능(AI) 인프라에 필요한 사업 영역을 각자 개발하는 중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이끄는 반면 설계 영역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다. 지난해 11월 기준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약 1%,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은 3% 수준으로 파악된다.
AI 서비스 운영에는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AI 모델을 만드는 학습 단계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학습을 마친 모델이 답을 내놓는 추론 단계에는 전력 효율을 높인 신경망처리장치(NPU)가 쓰인다. 여기에 자료를 저장하고 꺼내오는 데이터 처리 계층, 기기 안에서 AI를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영역이 더해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모든 단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며 계산과 판단을 맡는 칩은 그동안 해외 기업이 주로 설계해왔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파고드는 지점은 이 부분이다.
대표적으로 스타트업 디노티시아는 벡터 데이터베이스(DB) '씨홀스'와 벡터 데이터 처리 전용 반도체 'VDPU'를 함께 개발하는 회사다. 벡터 DB는 문서나 영상을 AI가 인식할 숫자로 바꿔 저장해두고 질문이 들어오면 비슷한 자료를 찾아주는 소프트웨어다. VDPU는 이 검색 구간의 속도를 높이는 반도체다. 소프트웨어와 이를 돌리는 칩을 한 회사가 같이 만든다는 점이 특징이다.
디노티시아는 지난 3월 외부 지식과 장기 기억, 단기 작업 메모리를 하나로 묶는 'AI 스토리지' 전략을 공개하고 2030년 매출 1조원 목표를 제시했다. 같은 달 SBS와 대규모 영상 검색 고도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달 18일에는 코오롱베니트의 'AI 얼라이언스'에 합류해 회계·법률, 항공우주·방산, 자동차 제조 분야에서 쌓은 구축 경험을 산업별 사업으로 넓히기로 했다.

디노티시아는 지난 4월 90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마무리했다. 씨홀스는 올해 1월 GS인증 1등급을 받았고 3월 클라우드 SaaS 정식 버전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설계를 마친 VDPU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양산에 들어간다. 글로벌 스토리지·서버 제조사와 기술 적용을 위한 개념검증(PoC)도 진행 중이다. 이달 5일에는 미국 'FMS 2026'에서 씨홀스 AI 스토리지가 베스트 오브 쇼 어워즈 AI 애플리케이션 상을 받았다.
정무경 디노티시아 대표는 투자 유치 당시 "이제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빠르게 검색·활용하는 능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차세대 AI 인프라의 핵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내 AI 스타트업들은 데이터센터용 추론 칩 등 메모리 이외 영역을 새로운 사업으로 개발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데이터센터 추론용 NPU를 설계한다. 챗봇이 질문에 답을 내놓거나 문서를 요약하는 것처럼 이미 학습을 마친 AI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쓰는 구간을 담당하는 칩이다. 학습용 GPU보다 전력을 덜 쓰면서 같은 작업을 처리하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적용한 '리벨 쿼드'는 작은 칩 4개를 하나로 연결해 큰 칩처럼 쓰는 구조다.
퓨리오사AI도 추론용 NPU를 주력으로 한다. 2세대 칩 '레니게이드'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용 제품으로, 칩 한 장이 쓰는 전력을 낮춰 운영비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삼성SDS는 지난달 삼성 클라우드 플랫폼(SCP)에서 레니게이드 기반 서비스형 인프라(NPUaaS)를 출시했다. 기업이 칩을 직접 사지 않고 클라우드에서 빌려 쓰는 방식이다.
딥엑스는 기기 안에 들어가는 온디바이스 AI 칩을 만든다. 로봇이나 폐쇄회로(CC)TV가 서버에 연결하지 않고 스스로 사물을 알아보고 판단하도록 하는 용도다. 전력 소모를 몇 와트 수준까지 낮춰 배터리로 움직이는 기기에도 넣을 수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에서 쌓은 경쟁력에 설계 역량이 더해지면서 AI 반도체 사업의 폭이 넓어졌다"며 "스타트업들이 각자 다른 계층을 맡으면서 향후 국산 AI 반도체를 쓸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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