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기업은행 중국법인에서 800억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내부통제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현지 업체가 대출 상환금을 가로채는 동안 은행이 장기간 이상 거래를 파악하지 못한 데다 타 금융기관의 거래 중단 사실도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 중국법인은 현지 비은행 금융기관과 협약을 맺고 비대면 대출을 취급했다. 해당 금융기관은 온라인 대출 플랫폼인 쥐즈커지를 통해 차주를 모집하고 상환 업무를 맡겼다
문제는 차주가 갚을 돈이 기업은행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B사가 지정한 계좌에 상환금을 모은 뒤 기업은행과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었다. B사는 이 틈을 이용해 상환 계좌를 바꾸고 차주들이 낸 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전산에는 정상적으로 돈을 갚은 것처럼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자금을 상환한 차주는 연체가 발생한 것처럼 처리됐다. 추심이나 신용도 하락 등의 2차 피해까지 발생했으며, 기업은행은 회수해야 할 원리금을 받지 못했다.
기업은행은 원리금 상환 정보와 실제 입금액을 매일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6월 29일까지 이어졌다. 은행은 지난 6월 24일 정산금 미입금과 차주 민원이 잇따른 뒤에야 문제를 알아챘다.
외부 위험 신호도 있었다. 중국 금융기관 5곳은 지난 3∼4월 쥐즈커지를 협력업체 명단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6월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관련 상황을 파악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15일 피해 규모를 833억7600만원으로 공시했다. 다만 현지 수사기관이 조사를 진행하면서 최종 피해액과 회수 규모, 손실액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향후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사고가 터진 뒤 기업은행은 차주가 B사를 통하지 않고 상환 내역을 확인하거나 대출금을 조기에 갚을 수 있는 별도 시스템을 마련했다. 사전에 위험을 차단하기보다 사고 발생 이후 통제 장치를 보완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 의원은 금감원의 사후 대응을 놓고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금감원은 사고 보고를 받은 뒤 내부 보고와 사고 사례 공유, 피해 규모 변동 여부 등을 확인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에 대한 대면 조사나 서면조사, 현장검사에는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 의원은 사고 수습이 끝난 뒤 종결 보고를 받아 처리 적정성을 살피겠다는 금감원의 대응이 적절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기업은행은 대출금은 직접 내주면서 원리금 회수는 외부 플랫폼에 맡겼고, 800억원대 사고가 터지고서야 직접 상환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해외법인의 허술한 내부통제와 종결 보고만 기다리는 금감원의 뒷북 감독도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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