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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초급 일자리 삼켰나…청년고용 감소 94% 'AI 고노출 업종' 집중
한은 이슈노트…정보서비스업 청년고용 31.4%↓
경력직 선호·업무방식 변화 가속…경력경로 재설계 필요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 이후 줄어든 청년 일자리의 대부분이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 집중됐다는 한국은행의 연구보고서가 발표됐다. 사진은 '2026 1차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정보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 이후 줄어든 청년 일자리의 대부분이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 집중됐다는 한국은행의 연구보고서가 발표됐다. 사진은 '2026 1차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정보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 이후 최근 4년간 줄어든 청년 일자리의 94%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자료정리와 문서작성, 기초분석 등 사회초년생이 맡아왔던 초급 업무를 AI로 대체하면서 신규채용을 줄이고, 경력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기존 초급 일자리를 보전하기보다 청년이 AI를 활용하면서 경험과 숙련을 쌓을 수 있도록 직무·훈련체계를 재설계하고 기업의 인재 양성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8일 한국은행 조사국 오삼일 고용연구팀장과 오영식 조사역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5~29세 청년층 일자리는 28만5000개 감소했다. 이 가운데 26만8000개가 AI 노출도 상위 3·4분위인 ‘AI 고노출 업종’에서 줄었다. 전체 감소분의 94.0%에 달한다.

같은 기간 50대 고용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50대 일자리는 23만개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17만3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늘어 기여율이 75.2%에 달했다. AI 노출도가 높은 동일 산업 안에서도 청년 고용은 줄고 경력자가 많은 연령대의 고용은 늘어난 셈이다.

세부 업종을 보면 차이는 더 뚜렷했다. 2022년 6월과 비교해 청년 취업자 수는 정보서비스업에서 31.4% 줄었고 출판업은 27.4%,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은 16.6%, 전문서비스업은 11.6% 감소했다. 반면 이들 업종에서 50대를 포함한 핵심 연령층의 취업자 수는 대체로 기존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은 연구진은 이를 AI 확산에 따른 '연공편향 기술변화' 가능성으로 해석했다. 생성형 AI가 직무 전체를 대체하기보다 자료 검색·정리, 문서 초안 작성, 기초분석, 번역, 단순 코딩 등 비교적 정형화된 인지 업무부터 수행하면서 사회초년생의 업무 영역과 겹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경력자는 기업과 산업에 특화된 경험과 암묵지, 고객 관계, 예외적 상황에 대한 판단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증·수정하고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AI 도입이 신규 인력보다 경력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회귀분석에서도 이런 현상이 확인됐다. 업종별 특성과 시점 효과를 통제한 결과 AI 노출도가 25퍼센타일(percentile) 상승할 때 2022년 11월 이후 50대 고용은 평균 7.0% 더 증가한 반면 청년층은 50대보다 7.6%포인트 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이를 "개별 업종 효과를 통제해도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청년층 고용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연공편향적 고용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AI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도 결과가 갈렸다. AI가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자동화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청년고용 감소 폭이 커지는 패턴이 나타났다. 반면 사람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AI를 학습이나 초안 개선, 검증 등에 활용하는 '증강'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AI 도입 자체보다 자동화와 증강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가 향후 고용에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봤다.

고학력 청년층의 고용 여건도 상대적으로 나빠졌다. 챗GPT(ChatGPT) 출시 이전에는 대졸과 전문대졸 이하 청년층의 실업률이 비슷했지만 2022년 11월 이후 대졸 청년층의 평균 실업률은 7.0%로 전문대졸 이하의 5.4%보다 1.6%포인트 높았다. 확장실업률도 같은 기간 대졸 청년층이 9.4%로 전문대졸 이하 8.5%를 0.9%포인트 웃돌았다.

문제는 취업문을 통과한 뒤에도 이어졌다. AI 고노출 업종의 청년 근로자가 일자리를 떠나는 월평균 유출 규모는 팬데믹 이전 4년간 3700명에서 최근 4년간 4900명으로 약 32% 증가했다. 청년인구 감소로 신규 유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기존 취업자의 이탈까지 늘면서 경험과 숙련을 축적하는 과정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최근 청년고용 악화를 AI의 직접적인 결과로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청년 신규채용 감소는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부터 시작됐으며 팬데믹 이후 정보기술(IT) 업종 등의 과잉채용 정상화, 공개채용 축소와 수시·경력직 채용 확대, 기업 내부교육 약화, 재택근무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진은 AI를 청년고용 위축의 원흉이라기보다 이미 진행되던 채용·업무방식 변화를 가속하거나 증폭한 요인으로 평가했다. 기업이 신규 인력을 장기간 육성하기보다 즉시 투입 가능한 경력자를 선호하는 가운데 재택근무가 현장교육을 약화하고 업무를 디지털화·모듈화했고, 이후 생성형 AI가 모듈화된 초급 업무를 수행하면서 경력직 선호가 더욱 강화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책 방향도 기존 초급 일자리를 그대로 보전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경력 사다리'를 만드는 데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순 AI 활용 교육 대신 실제 업무와 AI 활용, 숙련자의 지도를 결합하고 기업이 청년을 채용해 교육할 때 드는 멘토링·현장 프로젝트·직무순환 비용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기존 채용보조금을 장기적인 인재 육성을 위한 '경력 형성 지원금'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AI·소프트웨어 투자에 비해 인력 훈련과 멘토링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불리하지 않은지도 점검해 기업이 인력절감형 자동화보다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증강형 AI'를 선택하도록 정책 유인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정책은 기존 초급 일자리를 그대로 보전하기보다 청년이 AI를 활용하면서 경험과 숙련을 축적할 수 있는 새로운 경력 사다리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기업의 주니어 직무 재설계와 인재 양성을 지원하고 기술투자와 인적자본 투자 간 유인을 균형 있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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