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용산공원 등 녹지 활용엔 반대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서울 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정부와 서울시가 공감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해법을 두고는 입장차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까지 열어두고 공급 가능한 부지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용산공원 등 녹지를 보존하면서 재개발·재건축과 준공업지역 정비를 통한 도심 공급을 우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12일 정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 주거공급대책과 관련해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많이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민간 정비사업은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속도를 낼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이미 진행되고 있는 2기, 3기 신도시는 속도를 빠르게 해서 빨리 착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수도권의 주택을 많이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와 신도시 공급에 더해 그린벨트 해제까지 공급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정부와 서울시는 서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협의도 이어가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5일 오찬 회동을 갖고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실제 공급 물량을 어디에서 확보할 것인지를 두고는 양측의 시각차가 뚜렷하다. 정부가 그린벨트 등 신규 가용부지 활용 가능성을 열어둔 반면 서울시는 녹지를 훼손하기보다 기존 도심의 토지 이용도를 높이는 방식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용산어린이정원과 용산공원 활용 가능성을 두고 서울시의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6일 서울시가 개최한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서울시민 대토론회'에서 "용산어린이정원 일대 주택 공급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인구 1000만명 도시 서울에서 녹지 면적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라고 말했다.
정부와의 정책 협의 과정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오 시장은 "국토부는 검토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가 공급 대책을 내놓을 때 서울시와 충분한 논의를 선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공급계획 발표 직전에 통보만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지난 8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용산공원은 미래세대의 것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같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을 "단순한 유휴부지가 아닌 서울의 허파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남겨둬야 할 국가적 자산"이라고 규정했다.
과거 정부가 유지해온 용산공원 조성 원칙도 언급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용산공원을 미래세대를 위한 자산으로 규정하고 지상에 건물을 짓지 않는 원칙을 세웠으며 문재인 정부 역시 이 같은 철학을 이어받아 녹지 중심의 국가공원 조성 계획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미래세대를 위한 최후의 보루까지 소비해서는 안 된다"며 "미래세대의 몫인 용산공원을 훼손하는 일은 1㎝라도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용산공원 활용에 반대하는 배경에는 서울의 생활권 녹지가 부족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0일 KBS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서울시는 처음 도시계획을 할 때부터 녹지 면적이 턱없이 부족했고, 생활권 녹지가 전 세계 대도시 평균에 비춰볼 때 굉장히 적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용산 미군기지 부지가 비어 녹지로 만든다는 게 가능해졌고 특별법까지 만들어 보존하고 있는데, 도심 한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녹지에 손을 대려 한다"고 비판했다.
11일에도 같은 입장을 이어갔다. 오 시장은 "주택 가격이 너무 급등해 정부가 부담을 느낀다고 해서 정말 어렵게 확보한 녹지를 그때마다 풀어 종잣씨를 먹어치우듯 활용한다면 10년, 20년, 50년, 100년 뒤에는 굉장한 후회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구 1000만명의 대도시에서는 충분한 녹지 면적을 확보하는 것이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수적"이라며 "용산공원을 많이 녹지로 보존해 도시숲으로 만든다는 것은 여야, 보수·진보와 무관하게 모든 정치 세력이 중요한 도시계획 원칙으로 삼아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산구도 서울시와 같은 입장을 내놨다. 용산구는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용산공원은 단순한 개발 가능 부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성과 상징성, 공공성이 담긴 국가적 자산"이라며 정부의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 추진 검토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미군기지 본체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단기적인 주택 공급 물량 확보를 이유로 공원의 개발 밀도를 높이거나 주거 기능을 대폭 변경하는 것은 공공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국가적 자산의 가치를 저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방향에는 정부와 서울시 모두 공감하고 있는 만큼 결국 관건은 공급 효과와 녹지 보존 사이에서 현실적인 접점을 찾는 것"이라며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양측이 얼마나 구체적인 절충안을 마련하느냐가 실제 공급 성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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