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외국인 6조2071억원 순매도…급락 경로 분석은 미공개

[더팩트|윤정원 기자]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이틀 새 6조원 넘게 순매도하고 양대 시장이 연달아 멈췄지만, F4가 긴급회의에서 꺼낸 핵심 처방은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투자한도였다. 상품의 설정·환매와 유동성공급자(LP)의 헤지, 외국인 현·선물 거래가 낙폭을 얼마나 키웠는지는 밝히지 않은 채 '개미'부터 묶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뒤늦게 모인 F4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인 29일 전 거래일 대비 5.98%(360.42포인트) 내린 5663.24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5262.77까지 밀렸다. 전날 10.84% 급락한 데 이어 이틀간 16% 넘게 하락했다. 코스닥도 이날 6.12% 내린 662.68로 마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는 전날에 이어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모두 발동했다. 오전 10시 55분 유가증권시장, 오전 10시 56분 코스닥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작동했다. 오후 12시 19분에는 코스닥, 12시 32분에는 코스피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전체 거래가 20분간 중단됐다.
양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이틀 연속 함께 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국 정부는 장 마감 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 F4가 참석하는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도 자리를 함께했다.
회의의 핵심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개인별 총량관리였다. 개인이 보유한 전체 금융투자상품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비중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총투자금액의 20% 이내가 예시로 제시됐다. 오는 31일부터 적용되는 현금 기본예탁금 3000만원에 이어 개인의 투자 규모에도 직접 한도를 두겠다는 것이다.
사전교육 외에 모의거래도 도입하기로 했다. 과도한 주문에는 선물시장의 과다호가부담금과 유사한 거래비용을 부과하고,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 사례 등을 참고해 긴급 상황에서 배율을 조정하거나 시장안정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대책이 전부 개인 규제인 것은 아니다. 다만 당장 투자자가 체감할 가장 구체적인 조치는 예탁금 상향에 이은 개인별 투자한도와 모의거래다. 이달 들어 보완책을 거듭 덧붙이고도 시장이 이틀 연속 멈추자 또다시 개인의 진입 문턱부터 높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의 거래 규모가 더 큰데 왜 개인만 규제하느냐", "시장 영향을 먼저 분석하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 "개인이 아니라 외국인 현·선물 거래와 LP 구조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수장들이 증권사나 운용사와 탁상공론할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 외국인 6조원 팔았는데…왜 '개미 한도'가 먼저인가
당장 이틀간의 현물 수급만 놓고 봐도 개인투자자를 급락의 주체로 지목하기는 어렵다. 첫 폭락일인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조9914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4조3273억원, 기관은 6331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이 쏟아낸 물량을 받아냈다. 이날 최대 매도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외국인이었다.
29일에도 외국인은 1조2157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도 1조9767억원을 팔았지만 기관은 3조1489억원을 순매수하며 매물을 흡수했다. 외국인의 이틀간 순매도액은 총 6조2071억원에 달한다.
개인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관리할 필요성과 이번 급락의 원인이 개인에게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28일에는 개인이 외국인 매물을 받아냈고, 29일에는 기관이 매수 주체로 나서는 등 수급 방향도 매일 달라졌다. 그럼에도 F4는 개인의 투자 비중부터 규제하는 방안을 가장 먼저 확정했다.
개인 투자한도를 대책으로 내세우려면 개인의 레버리지 상품 매수가 실제 주가 급락을 얼마나 키웠는지부터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발표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일별 설정·환매 규모나 운용사·LP의 현물·선물 헤지 물량이 담기지 않았다. 외국인의 현·선물 연계 매매와 레버리지·인버스 상품별 투자 주체, 반대매매와 증거금 부족에 따른 강제청산이 낙폭에 미친 영향도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당국도 개인 이외의 거래 구조가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해왔다. 이 위원장은 지난 28일 한 종목에 최대 20개 이상의 LP가 참여하면서 LP 간 거래와 차익거래가 과도해졌다는 시장 평가를 언급했고, 운용사에는 장 마감 직전에 몰리는 리밸런싱 시점을 분산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렇다면 순서는 LP와 운용사의 주문, 외국인 현·선물 매매가 실제 지수에 미친 영향을 먼저 밝히는 것이어야 한다. 원인 분석 없이 개인의 매수 여력부터 줄이면 상품 규모는 축소할 수 있어도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나 기계적인 리밸런싱이 재현될 때 시장 전체의 급락을 막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의 고위험 투자를 제한하는 것과 이번 폭락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며 "외국인 현·선물 거래와 ETF 설정·환매, LP의 헤지 물량을 공개하지 않고 개인 한도부터 묶으면 원인 규명보다 책임 전가가 앞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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