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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 없는 은행의 첫 파업…카카오뱅크, '앱 금융' 업무연속성 시험대
인터넷은행 최초 전일 파업…31일 연차·휴무 활용해 업무 중단
7개월 교섭에도 성과급·연봉 인상률 이견…찬반투표 95% 가결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소속 카카오뱅크 노조는 오는 31일 조합원들이 연차나 휴무를 사용해 하루 동안 업무를 중단하는 방식의 전일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문정 기자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소속 카카오뱅크 노조는 오는 31일 조합원들이 연차나 휴무를 사용해 하루 동안 업무를 중단하는 방식의 전일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문정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카카오뱅크 노동조합이 오는 31일 회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하루 동안 전면 파업에 나선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전일 파업이 진행되는 것도 처음이다.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카카오뱅크 내부에서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지를 둘러싼 갈등이 파업으로 번지면서 금융 플랫폼의 보상체계와 비대면 은행의 업무 연속성이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소속 카카오뱅크 노조는 오는 31일 조합원들이 연차나 휴무를 사용해 하루 동안 업무를 중단하는 방식의 전일 파업을 진행한다. 조합원들이 업무용 시스템에서 접속을 종료하는 '로그아웃 데이' 형태다. 노조가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투표자 기준 95%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카카오뱅크 노사는 올해 1월부터 약 7개월간 임금 교섭을 이어왔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20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경기지노위는 추가 조정이 어렵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노동위원회 조정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친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뒤 전일 파업 일정을 확정했다.

노사 간 핵심 쟁점은 성과급과 연봉 인상률이다. 업계에 따르면 사측은 현금과 자사주 등을 합해 영업이익의 10%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보다 높은 수준의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 인상률 역시 6% 후반대 안팎에서 논의됐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만 노조는 이번 갈등을 단순한 성과급 액수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고용과 인사제도의 안정성, 회사 실적에 연계된 예측 가능한 성과보상 기준도 교섭의 주요 쟁점이라는 설명이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회사가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노사 간 이견도 좁혀지지 않았다"며 파업 배경을 밝혔다. 지난 21일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뱅크 본사에서 열린 피켓 시위에는 카카오뱅크 조합원을 포함해 3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노조는 추산했다.

파업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시점에 예고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영업이익 6494억원, 당기순이익 48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7.0%, 9.1%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이다. 비이자수익도 1조886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주당 460원을 결정했으며, 총배당 규모는 2192억원, 주주환원율은 45.6%였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도 187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3% 증가하며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여기에는 카카오뱅크가 투자한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 상장에 따른 평가차액 933억원이 영업외손익으로 반영됐다. 노조가 역대 최대 순이익을 성과 배분 확대의 근거로 내세우는 가운데 순이익에 포함된 일회성 요인까지 고려해 적정 보상 규모를 정하는 문제가 협상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카카오뱅크가 위치한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원에서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성과급 보상체계를 둘러싼 사측과의 갈등과 관련해 성실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최문정 기자
지난 21일 카카오뱅크가 위치한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원에서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성과급 보상체계를 둘러싼 사측과의 갈등과 관련해 성실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최문정 기자

이번 파업은 영업점을 폐쇄하는 전통 은행권 파업과도 양상이 다르다. 카카오뱅크는 점포 없이 애플리케이션과 전산 시스템을 중심으로 예·적금, 대출, 송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1분기 말 고객 수는 2727만명, 월간활성이용자 수는 2032만명에 달한다. 수신 잔액은 69조3560억원, 여신 잔액은 47조69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파업 당일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변수는 점포 운영 여부가 아니라 전산 시스템 관리와 금융사고 대응, 고객 상담, 대출 심사 등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업무다. 다만 이번 파업은 전체 직원이 일괄적으로 업무를 중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희망 조합원이 연차나 휴무를 사용하는 형태여서 예금·송금 등 핵심 금융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9일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등 5개 법인 조합원 2100여명이 참여한 '로그아웃 데이' 때도 주요 서비스 장애는 발생하지 않았다.

카카오뱅크는 파업에 대비해 고객 서비스와 업무 연속성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고객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비스 안정과 업무 연속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계열사별 임금협상 결과는 엇갈리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21일 임금협상 조인식을 마쳤고, 카카오페이도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거쳐 23일 사측과 조인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반면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뱅크,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는 임단협을 계속해야 한다. 카카오 본사 노조는 교섭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카카오뱅크 노사가 31일 이전 교섭을 재개해 파업을 피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번 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단순한 하루짜리 집단행동을 넘어 빠르게 성장한 인터넷은행이 실적에 맞는 보상 기준과 금융회사로서의 서비스 안정성을 어떻게 함께 확보할 것인지 보여주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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