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대출 규제론도 정책화 불발…시장엔 설익은 신호만

[더팩트|윤정원 기자] 금융당국의 규제는 시장 과열을 식히는 브레이크여야 한다. 하지만 원인 분석보다 규제 신호가 먼저 나오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대책이 반복된다면 시장은 안정보다 혼란을 체감하게 된다.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기업 사내대출을 둘러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행보가 그렇다.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관련 상품이 지난 5월 27일 도입된 지 불과 50일 만이었다.
당국은 신규 상품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기존 상품의 광고와 이벤트성 마케팅을 금지했다. 개인 일반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은 오는 8월 5일부터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고, 같은 달 19일부터는 대용증권을 제외한 현금만 예탁금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오는 11월부터는 국내 상장 상품의 최소 매매단위도 현행 1좌에서 잠정 20좌로 확대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보완책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기본예탁금을 높이고 매매단위를 확대하는 조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을 낮추는 근본 처방이 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상품 구조나 운용사의 리밸런싱 거래에는 손대지 않은 채 개인투자자의 거래 문턱만 조정한 미봉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금융위원회의 제도 설계와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심사를 거쳐 출시됐다. 개인투자자가 임의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은 상품이 아닌 만큼, 도입 50일 만에 부작용이 드러났다면 상품을 허용한 당국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원장은 지난 6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두고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다"라며 후회한다고 말했다. 상품이 급하게 준비됐고 증권신고서도 예상보다 일찍 들어왔다는 설명이었다.
금융감독 수장의 후회는 정책 평가의 출발점일 수는 있어도 책임에 대한 설명이 될 수는 없다. 위험성을 인식했다면 어떤 우려를 제기했고 왜 제동을 걸지 못했는지 설명하는 것이 먼저다. 권한이 부족했다면 한계를 밝히고, 판단이 늦었다면 그 과정의 오류를 인정해야 한다.
규제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규제는 정확한 원인 분석과 검증된 근거 위에서 설계돼야 한다. ETF 거래가 모두 기초주식 매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품의 설정·환매 규모와 운용사·유동성공급자(LP)의 헤지 및 리밸런싱 거래가 실제 변동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부터 검증하는 것이 순서다.
이 같은 분석 없이 예탁금과 매매단위부터 조정하고,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추가 대책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식이라면 규제는 정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에 머물 수밖에 없다. 상품을 허용할 때도, 부작용을 수습할 때도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사내대출을 둘러싼 이 원장의 발언도 비슷한 뒷맛을 남겼다. 이 원장은 같은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사내주택대출에 대해 "공익을 위해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복지 영역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체계에 연계할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 원장이 꺼낸 직접 규제론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금융위는 지난 9일 사내대출이 임직원 복지 차원에서 제공돼 금융권 가계대출과 성격이 다르다며 가계대출 규제를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신 1순위 근저당권 설정과 원리금 분할상환, 다주택자·고가주택 취급 제한 등 기업의 자율적인 관리 노력을 주문하는 선에서 정리했다.
사내대출이 금융권 대출과 결합해 실질적인 주택 구매력을 높이거나 가계대출 규제의 우회로로 활용되는지 점검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 사례만으로 기업 복지제도 전반을 규제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내대출이 전체 가계부채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규제로 얻는 공익이 임직원의 복지 축소와 주거비 부담 증가보다 큰지에 대한 실증적 근거가 먼저 제시돼야 한다.
관계부처 간 정책 조율과 실증 분석이 끝나기 전에 감독당국 수장이 규제 의지를 먼저 드러내면 기업과 임직원에게는 불확실성만 남는다.
특히 이 원장이 과거 이재명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5억원을 빌려준 사실이 알려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사내대출 발언은 더욱 미묘하게 읽힌다. 이 대통령과 이 원장은 사법시험·사법연수원 동기로, 이 대통령은 2020년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사인 간 채무 5억원을 신고했다.
이 대통령 부부가 보유했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에는 2019년 10월 채권최고액 7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채무자는 이 대통령, 근저당권자는 이 원장이었다. 해당 채무는 이듬해 상환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통령은 해당 아파트를 최근 29억원에 매도했으며, 25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담보를 설정하고 돈을 빌린 뒤 상환한 정상적인 개인 간 거래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개인 간 대여와 기업이 다수 임직원에게 제공하는 사내대출의 법적·제도적 성격도 다르다.
다만 사적 영역에서는 거액의 금융거래가 가능했던 인물이 감독당국 수장이 된 뒤 다른 사람의 금융 선택에는 손쉽게 '공익'과 '규제'를 꺼내 든다면 보다 엄격한 설명 책임이 필요하다. 자신의 과거 거래에는 사적 금융의 자율성을 적용하면서, 일반 직장인의 복지성 대출에는 충분한 분석도 없이 규제 가능성부터 거론한다면 '엇갈린 잣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규제는 누군가의 선택지를 제한하는 일이다. 그래서 의지가 아닌 근거로 설득해야 한다. 규제자의 말이 무거워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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