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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에 다시 은행으로…정기예금 '역머니무브' 조짐
5대 은행 정기예금 보름 만에 15.9조원 증가
대표 상품 금리 연 2.90~3.30%…기업자금 영향도


한국은행이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다시 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KB국민은행 디지털밸리종합금융센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선영 기자
한국은행이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다시 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KB국민은행 디지털밸리종합금융센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선영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한국은행이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다시 늘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예금금리가 오르면서 투자 대기자금 일부가 은행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다만 증가분에는 기업자금도 포함돼 있어 본격적인 '역머니무브'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해석도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5일 기준 965조294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949조3998억원보다 15조8951억원 증가했다. 올해 1월 말과 비교하면 28조4219억원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총수신은 2252조5797억원에서 2254조4292억원으로 1조8495억원 증가했다. 정기예금 증가액이 총수신 증가액을 웃돈 것은 같은 기간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 등 다른 수신 항목에서는 순유출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유입된 배경에는 증시 변동성과 수신금리 상승이 있다. 올해 상반기 빠르게 올랐던 국내 증시가 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면서 일부 투자자가 차익을 실현하거나 현금 비중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반영해 시장금리가 먼저 오르면서 은행 정기예금의 금리 경쟁력도 높아졌다.

20일 각 은행 홈페이지 공시 기준 5대 은행의 대표 비대면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세전 연 2.90~3.30% 수준이다. 신한은행 '신한 My플러스 정기예금'은 우대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3.30%를 제공한다.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은 연 3.20%,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은 연 2.95%다.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과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은 각각 연 2.90%가 적용된다.

다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직후 5대 은행이 대표 정기예금 금리를 일제히 인상한 것은 아니다. 정기예금 금리는 기준금리뿐 아니라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 등 시장금리, 은행별 자금 조달 수요와 만기별 자금 운용계획을 반영해 결정된다. 일부 상품은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시장금리에 반영된 지난 5~6월부터 이미 금리가 조정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며 금통위원 7명이 모두 인상에 찬성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세가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이고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다"며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신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앞으로 나올 데이터가 워낙 중요한 게 지금 많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단언을 할 수는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신 총재가 정기예금 증가나 역머니무브를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은행의 다음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7월 금통위 이후 발표된 국내 증권사와 해외 투자은행 보고서 23건 가운데 다음 인상 시점을 제시한 보고서는 19건이었다. 이 가운데 14건은 10월, 5건은 8월 추가 인상을 전망했다.

이는 정기예금 자금 유입을 직접 예상한 분석은 아니다. 다만 추가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시장금리와 은행 예금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져 정기예금의 상대적인 매력도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정기예금 증가액 전체를 개인투자자가 증시에서 빼낸 자금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통계에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기관이 맡긴 자금도 포함된다. 앞서 지난달 중순에도 개인 고객의 정기예금 잔액은 감소했지만 기업의 단기 여유자금이 유입되면서 전체 정기예금 잔액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들은 변동성이 큰 기업 수시입출금 자금을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법인 정기예금을 활용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당장 사용할 계획이 없는 단기 여유자금을 요구불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에 넣을 유인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정기예금 증가가 개인 투자자금의 전면적인 은행 회귀라기보다 증시 변동성을 피하려는 대기자금과 기업 여유자금이 동시에 유입된 결과로 보고 있다. 향후 역머니무브의 지속 여부는 증시 흐름과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 은행별 수신금리 조정 폭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고 예금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기예금 유입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증시가 안정을 되찾을 경우 대기자금이 다시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어 장기적인 역머니무브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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