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에 집중된 상품 구조…美와 달리 지수 영향력도 커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이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같은 SK하이닉스를 두고 한국과 미국 시장의 온도 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두 자릿수 급락한 반면 미국에서는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예탁증서(ADR)가 공모가를 웃돌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ETF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결국 금융당국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제동을 걸었다. 시장 안정 시까지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세 배 높이기로 했다. 이미 과열된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상품이 한꺼번에 출시되면서 투자 수요가 특정 종목에 과도하게 쏠렸다는 지적이 잇따른 데 따른 조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6일 전 거래일 대비 11.53%(24만원) 하락한 184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13일에도 16.15% 급락하는 등 최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SK하이닉스 ADR은 상장 첫날 공모가 149달러보다 높은 170달러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177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168.01달러에 마감했지만 공모가 대비 12.75% 높은 수준이다. 둘째 거래일에도 9.32% 하락했지만 여전히 공모가를 웃돌았다.
이번 SK하이닉스 ADR은 10주가 국내 보통주 1주에 해당하는 구조다. SK하이닉스는 ADR 1억7790만주를 주당 149달러에 공모해 265억700만달러를 조달했다.
미국에서는 ADR 상장 이후 관련 상품도 빠르게 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디렉시온은 SK하이닉스 ADR의 일일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SK하이닉스 불(Bull) 2X ETF'를 출시했다. 코기(Corgi), T-REX, 그라나이트셰어즈, 레버리지셰어즈 등도 관련 상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다만 한국과 미국은 시장 구조에서 차이가 크다. 미국에서는 수백개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다양한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거래되는 반면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수 대형주에 상품과 자금이 집중됐다. 특히 두 종목은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 개별 종목의 급등락이 시장 전체 변동성으로 번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포함해 16개 상품이 한꺼번에 상장됐다. 당시 코스피는 AI 반도체 열풍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고 투자자예탁금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 있었다.
해외에서도 출시 시점을 문제 삼았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슐리 렌은 지난 15일 '한국 레버리지 ETF는 최악의 타이밍'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증시가 과열돼 정점을 향하던 시점에 상품이 출시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상승 구간은 대부분 놓친 채 이후 급락을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상품 허용을 두고서는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국내 2배 레버리지 ETF는 상장 한 달여 만에 40% 넘게 급락했다. 반면 지난해 10월 홍콩에 상장된 CSOP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는 AI 반도체 랠리 초기부터 상승세를 타면서 올해 들어 27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지만 상장 시점에 따라 성과가 크게 엇갈린 셈이다.
레버리지 ETF의 운용 구조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기 위해 매일 투자 포지션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관련 상품과 자금이 소수 종목에 집중될 경우 기계적인 리밸런싱 물량이 기존 주가 움직임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금융당국은 16일 경제부총리 주재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시장 안정 시까지 레버리지와 인버스·커버드콜 등 단일종목 관련 상품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광고와 이벤트성 마케팅도 금지한다.
기본예탁금은 현행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높이고 유동성공급자(LP)의 괴리율 관리 의무 기준은 3%에서 2%로 강화한다. 투자자 사전교육 시간도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린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신규 공급에 제동을 걸면서 제도 도입이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SK하이닉스를 두고 미국에서는 새로운 투자 수요가 유입되고 관련 상품이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국내에서는 쏠림과 급격한 변동성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에서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도 수백개 레버리지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면서도 "시가총액 비중이 가장 큰 엔비디아도 레버리지 상품이 나올 당시 지수 비중은 2~3%에 불과했고 현재도 8%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코스피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코스피200 대비 65% 수준이고 MSCI KOREA ETF 대비해서도 절반에 육박하므로, 단일종목의 변동성 확대가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만큼 더 커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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