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3%대·환율 1500원 안팎…가계대출 증가도 부담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높은 물가와 원·달러 환율 부담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2.75%로 인상했다.
16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연 2.50%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2.75%로 결정했다. 지난 2023년 1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 올린 이후 첫 인상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는 목표 수준인 2.0%를 넘어선 물가 상승률이 큰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부터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0%를 웃돌기 시작해 5월과 6월에는 각각 3.1%와 3.2%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선 것은 2024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들의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되는 생활물가 상승률도 지난달 3.4%까지 뛰었다. 필수재 지출 비중이 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 부담이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3~4월에는 고유가 충격의 파급 효과가 제한되면서 2.2%에 머물렀지만 6월에는 2.5%로 올랐다.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의 영향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높은 환율에 대한 부담도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은 이란 전쟁 발발 전인 2월 말 1420원대에서 3월 중순 1500원을 돌파했고, 6월에는 서울 외환시장 종가가 한 달 내내 1500원선을 웃돌았다. 이달 1일에는 장중 155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미국의 추가 긴축 우려 완화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 국내 기업의 외화 조달자금 환전 등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1484.7원까지 하락했다. 다만 전쟁 발발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60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높은 환율이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전가될 수 있다는 점도 한은의 통화정책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미 금리차 확대는 외국인 자금 흐름 등을 통해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울 수 있는데,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양국 간 금리 격차는 0.25%포인트 좁혀졌다. 한국 기준금리는 연 2.75%, 미국 기준금리는 연 3.50~3.75%로 상단 기준 격차는 1.00%포인트가 됐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는 점도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에 힘을 보탰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 가계부채 관리가 강화됐지만 증시 호황에 따른 ‘빚투’와 주택 관련 자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대출 증가 압력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89조4000억원으로 한 달 새 7조6000억원 증가했다. 증가 폭은 5월 6조9000억원보다 확대됐으며 2024년 8월 이후 1년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주택담보대출이 4조3000억원 늘어난 가운데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개인의 주식투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3조3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도 6월 한 달간 8조3000억원 늘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6월 말 774조9608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1378억원 증가해 1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이 1조7576억원 늘었고 개인신용대출도 2조1550억원 증가해 주택 관련 자금 수요와 주식 투자용 자금 수요가 가계대출을 함께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성장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력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한은이 지난 5월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2.6%이며 지난달 말 기준 주요 해외 투자은행이 제시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도 평균 3.0%로 집계됐다.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강해지면서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해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성도 이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최근 국회 서면질의 답변에서 "반도체 수요가 크게 증가한 데 비해 공급 확대 속도는 더디다"며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적어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지속될 경우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담도 일정 부분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지에 쏠리고 있다. 물가와 성장 흐름이 이어질 경우 금통위가 오는 8월이나 10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향후 인상 폭과 속도는 소비자물가와 국제유가, 원·달러 환율, 가계대출 증가세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지는 신 총재의 기자간담회와 금통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통해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오전 11시10분께 시작하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결정 배경과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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