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부채 8243억원 전액 유동…4945억원 '1년 미만'

[더팩트|윤정원 기자] 무신사가 기업가치 10조원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가운데, 과거 투자 유치 과정에서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재무제표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본업의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RCPS 관련 금융비용과 부채 부담이 순이익과 자본지표를 압박하면서 기업가치 설득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흑자 폭 키웠지만…영업이익 넘어선 금융비용
무신사의 본업 수익성은 빠르게 개선되는 추이다. 무신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46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405억원으로 36.6% 늘었다. 2023년 8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뒤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영업이익 아래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금융비용은 1446억원으로 영업이익 규모를 넘어섰고, 당기순이익은 77억원에 그쳤다. 별도 기준으로도 영업이익 1458억원을 기록했지만 10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특히 RCPS 관련 금융비용에는 지난해 상환전환우선주부채 이자상각 870억원과 전환권 파생상품 평가손실 425억원 등 총 1295억원이 추가로 반영됐다. 전체 금융비용의 상당 부분이 RCPS 관련 비용에서 발생한 셈이다.
본업에서 14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냈지만 과거 성장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RCPS 관련 비용이 순이익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성장 과정에서 활용했던 투자 구조가 IPO를 앞둔 시점에서는 이익지표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돌아온 모양새다.
무신사는 지난해 RCPS 회계정책도 변경했다. 기존에는 전환권대가를 자본으로 분류했지만 기업회계기준서 제1032호에 따라 이를 파생상품부채로 인식하고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회계정책 변경은 비교 표시된 전년도 재무제표에도 소급 적용됐다. 이에 따라 2024년 말 연결 자본총계는 변경 전 7704억원에서 2610억원으로 5093억원 감소했다. 현금 유출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전환권대가 등이 자본에서 부채로 재분류되면서 재무제표에 나타나는 자본과 부채 규모가 크게 달라졌다.
2025년 말 기준 무신사의 유동상환전환우선주부채는 6886억원, 유동파생상품부채는 1357억원이다. 두 항목을 합친 RCPS 관련 부채는 총 8243억원으로, 무신사는 이를 모두 유동부채로 분류했다.
무신사 측은 "2025년을 기준으로 회사가 12개월 이상 조기상환청구권 행사를 무조건 연기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므로 유동부채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무신사가 원할 때 상환 시점을 1년 이상 일방적으로 미룰 권한이 없다는 뜻이다. 투자자가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회사가 이에 대응해야 하는 계약 구조가 유동부채 분류에 반영된 것이다.
◆ 상환계획은 없다지만…계약상 부담은 여전
유동부채 분류가 8243억원의 현금이 당장 빠져나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무신사는 사업보고서에서 각 RCPS의 '1년 이내 상환 예정인 경우'에 대해 모두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기재했다.
무신사 측은 "보고기간 현재 투자자로부터 실제 상환청구가 진행되고 있거나 1년 이내 상환이 예정된 사항은 없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회계상으로는 회사가 상환 시점을 통제할 수 없어 유동부채로 분류했지만, 실제 투자자의 상환청구나 확정된 상환계획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계약상 잠재 부담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무신사는 금융부채 만기분석에서 RCPS 관련 장부금액 8243억원 가운데 4945억원을 1년 미만 구간에 배치했다. 나머지 3298억원은 2년 이후 구간으로 분류했다.
공시상 해당 만기분석은 계약상 조기상환 가능 시점을 만기로 삼고, 지급을 요구받을 수 있는 기간 중 가장 이른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실제 상환청구는 없지만 계약상으로는 1년 안에 청구될 수 있는 금액이 5000억원에 육박한다는 의미다.
제1종 RCPS는 2024년 12월부터, 제2종은 지난 3월부터 상환기간에 들어갔다. 오는 8월에는 제2-1종과 제2-2종 RCPS의 상환기간도 시작된다. 이들 우선주의 상환가액에는 발행일부터 연 8%가 적용되며, 2023년 발행된 제3종에는 연 10% 조건이 붙어 있다.
상환청구가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약정상 상환가액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는 구조다. 무신사가 IPO 일정과 공모가를 정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의 보통주 전환과 회수 방식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신사는 2025년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연결 기준 5718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RCPS 발행 주체인 무신사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215억원이다. 별도 기준 순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도 2024년 말 658.86%에서 지난해 말 788.28%로 높아졌다.
결국 무신사가 10조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외형 성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영업이익을 웃도는 금융비용과 8243억원 규모의 RCPS 관련 유동부채, 4945억원에 달하는 1년 미만 계약상 현금흐름을 기관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관건이다. 향후 상장 과정에서 RCPS가 어떤 방식으로 보통주로 전환되는지, FI가 구주매출에 얼마나 참여하는지에 따라 IPO의 기업가치와 공모 흥행 여부도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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