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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은 없고 추종만…증권사 목표주가 '무용론' 확산
오를 땐 상향, 내릴 땐 하향…후행 리포트 논란
목표주가보다 빠른 시장…투자자 신뢰 시험대


주가를 뒤늦게 따라가는 목표주가 논란이 확산하면서 증권사 리서치의 역할 재정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송호영 기자
주가를 뒤늦게 따라가는 목표주가 논란이 확산하면서 증권사 리서치의 역할 재정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송호영 기자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증권사 목표주가를 둘러싼 '무용론'이 커지고 있다. 주가가 급등하면 목표주가를 뒤늦게 상향하고, 하락하면 다시 낮추는 '추종형 리서치'가 반복되면서 시장을 예측하기보다 이미 움직인 주가를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코스닥 리서치 확대를 유도하며 보고서 발간은 크게 늘었지만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았고, 투자자들의 정보 탐색도 챗GPT 등 인공지능(AI)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증권사 리서치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이 목표주가를 제시한 267개 종목 가운데 206개(77%)의 목표주가가 지난해 말보다 상향 조정됐다. 하향 조정된 종목은 61개(23%)에 그쳤다. 코스피가 반도체 랠리를 중심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자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잇달아 끌어올렸다.

하지만 상당수는 시장을 선행하기보다 뒤따르는 모습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리츠증권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5월 삼성전기 목표주가를 기존 70만원에서 102만원으로 올린 데 이어 160만원, 190만원, 210만원까지 한 달여 만에 네 차례 연속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목표주가를 올릴 당시마다 삼성전기 주가는 이미 기존 목표주가를 넘어선 상태였다.

대신증권도 SK스퀘어 목표주가를 76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한 뒤 한 달 만에 150만원, 이후 다시 187만원까지 높였다. 같은 기간 SK스퀘어 주가는 두 배 넘게 상승하며 목표주가 조정 속도를 앞질렀다.

반면, 시장 분위기가 바뀌자 목표주가도 곧바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 반도체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가 확산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달 들어 각각 25.45%, 32.43% 급락했고, 두 회사 시가총액은 약 1145조원 감소했다. 이에 키움증권은 지난 8일 메모리 업황 둔화 가능성을 반영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43만원에서 3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코스닥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났다. 올해 투자의견이 제시된 코스닥 리포트 2067건 가운데 1981건(95.9%)이 매수(BUY) 의견이었다. 중립·보유는 84건(4.0%), 매도(SELL)는 단 2건(0.1%)에 불과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10% 넘게 하락했고 비교 가능한 상장사의 약 70%는 주가가 내렸다.

리포트는 늘었지만 시장은 살아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해 증권사들의 코스닥 리서치 확대를 추진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코스닥 리서치 보고서는 319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증가했고, 보고서가 발간된 종목 수도 563개에서 591개로 늘었다.

증권사 리서치 확대에도 목표주가의 후행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더팩트DB
증권사 리서치 확대에도 목표주가의 후행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더팩트DB

그러나 코스닥은 연초 925선에서 출발해 한때 1200선을 넘어섰다가 다시 800선까지 밀렸고 거래대금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고서가 늘어난 것과 시장 성과가 반드시 연결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코스닥 특유의 구조적 한계를 원인으로 꼽는다. 대형주보다 공시와 IR이 부족해 실적 추정이 쉽지 않고, 시가총액이 작아 부정적인 리포트 하나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여기에 기업의 반발과 개인투자자의 항의, 법적 분쟁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중립이나 매도 의견보다 매수 의견이나 투자의견이 없는 탐방 보고서를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투자 정보 소비 방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리서치·데이터 인텔리전스 기업 피앰아이(PMI)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투자 정보를 얻기 위해 챗GPT 등 AI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응답이 15.6%로 증권사 리포트(14.6%)를 처음 앞질렀다. 특히 20대의 AI 활용 비중은 50대의 두 배 수준으로 나타나 젊은 투자자일수록 기존 리서치보다 AI 기반 정보 탐색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시장에서는 목표주가 중심 리서치의 한계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I가 실적과 공시, 컨센서스를 실시간으로 요약·분석하는 환경에서는 단순히 목표주가를 수정하는 것만으로는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목표주가는 본래 미래 기업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지표지만 실제로는 시장 흐름을 뒤따라 수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앞으로 증권사 리서치는 목표주가를 올리고 내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시장보다 앞선 관점과 독립적인 분석, 검증 가능한 논리를 제시해야 AI 시대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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