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민간 소비 변화 반영 가능성↑…단기 영향 '제한'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정부가 소비자물가지수(CPI) 항목 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신용카드 혜택 구조도 변화할 전망이다. CPI 동향은 정부 정책 기조를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공공의 역할이 커지는 분야에선 기능을 줄이고 부담이 커지는 민간 영역을 참고해 신상품에 적용할 수 있는 셈법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국가데이터처는 CPI 개편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대표품목을 기존 458개에서 455개로 줄이는 것이 주요 골자다. 고사리와 부탄가스, 싱크대 등 13가지 항목을 제외하고 △소프트웨어구독료 △클라우드저장공간이용료 △스마트워치 △전기차충전료 △밀키트 △마라탕 등 10가지가 새롭게 편입된다. 소비유행 변화를 지수에 반영해 최신화한다.
가중치도 재산정한다. 외식·오락문화 부문의 비중을 확대하고 교통·교육 부문 비중은 축소한다. 정보통신 분야는 2.4포인트(p) 감소하지만, 스트리밍서비스이용료 등이 추가되면서 디지털 사용 확산 흐름을 지수에 포함해 현실 체감도를 높인다. 이 밖에도 정확한 국내·외 물가 비교를 위해 1999년 제정 이후 처음으로 소비지출목적분류(COICOP)도 개정한다.
CPI 개편을 놓고 카드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정부가 CPI 실효성을 높이려는 구상과 신용카드 혜택의 경쟁력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자체 보유한 결제 데이터에 정부가 공인한 소비 영역까지 더해 신상품 설계에 참고할 수 있다. 소비자 부담이 일시적으로 커지는 영역에서는 단발성 프로모션으로 상표 가치를 높이는 효과도 노려볼 만하다.
바닥경기가 나쁜 시기에는 CPI 참고 비중이 높아질 수도 있다. 통상 카드사는 자체 보유한 소비 데이터를 참고해 상품을 설계한다. 일시적으로 소비가 급증하는 영역이 나타나면 지속가능성 여부를 함께 검토해 신상품에 반영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때 생활 영역은 지속가능성이 높은 대표적 분야로 꼽힌다. 카드 혜택에 포함하면 지속성과 고객 충성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연내 출시될 상품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제한적이다. 실시간으로 가맹점 결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만큼, 5년 주기로 개편되는 CPI보다 소비 유행을 빠르게 포착할 수 있어서다. 카드사 입장에서 CPI 편입은 이미 유행하는 소비 흐름을 한발 늦게 통계로 확인하는 절차에 가깝다.
실제로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동영상재생서비스(OTT) 등 구독 서비스는 수년 전부터 특화 카드가 대거 출시됐지만, CPI 지수에는 연말에 처음 포함된다. 카드사가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가 몰리는 흐름을 사전에 파악하고, 정부 통계보다 앞서 상품화에 나섰다.
전기차 충전비도 유사한 흐름이다. 카드업계는 지난해부터 관련 상품을 대거 출시했다. 삼성카드 iD PLUG-IN(플러그 인)과 신한카드 EV는 전기차 충전요금을 할인한다. 이어 현대 EV카드와 우리카드의 카드의정석 US 등도 충전 할인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는 상품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는 결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소비 유행을 항상 주시하고 있다"며 "CPI 개편이 단기간에 상품 설계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새롭게 추가되는 품목보단 제외되는 항목을 더욱 주시하는 분위기다. CPI에서 빠지는 항목은 소비 비중이 기준액에 못 미칠 정도로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카드사 입장에선 애써 실효성이 떨어지는 혜택을 신상품에 담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연말부터 유치원납입금과 보육시설이용료가 CPI 집계에서 제외된다. 두 항목 모두 카드사들이 공을 들여온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정부가 무상화 확대를 이유로 제외한 만큼 카드사 입장에선 향후 출시할 신용카드에 관련 혜택을 넣을 요인이 떨어지는 셈이다.
가중치 변화를 놓곤 업계 시각이 엇갈린다. 가중치가 늘어난다는 것은 해당 영역으로 가계 소비지출이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카드사가 자체 보유한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을 구성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게 업계 다수의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기조에 발맞추려면 CPI를 참고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든 상품에 대대적인 혜택 강화를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연회비 수준이 낮은 보급형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라면 가중치가 늘어난 부문의 혜택을 반영해 소비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 카드업계는 가맹점수수료율 조정 논의 과정에서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용카드 혜택이 소비 촉진과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CPI를 카드 상품에 절대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항목을 파악하면 관련 혜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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