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급 대격변 경고…업계 "노사 상생 필요"

[더팩트 | 박성호 기자] 세계 2위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그룹이 내놓은 경영정상화 방안이 노동조합의 반대로 무산되자 2000년대 완성차 업계를 강타했던 악몽이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상생을 전제로 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이 내놓은 경영정상화 안건이 이사회 회의에서 과반의 반대로 부결됐다.
앞서 폭스바겐그룹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델 라인업을 최대 50%까지 줄이고 연간 생산능력을 1000만대에서 900만대 수준으로 낮추는 등 내용을 골자로 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독일 제4공장 폐쇄 및 인력 10% 감축 등이 언급되면서 이사회의 초기 승인을 받는 데 실패했다. 19명의 이사가 회의에 참여한 가운데 12명이 반대를 던졌으며, 이 중 10석이 노동계 대표와 폭스바겐그룹의 두 번째 대주주인 니더작센 주 정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이후 노조의 비판 목소리는 거세지고 있다. 폭스바겐 노조는 일부 인원 해고 등 루머의 해명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폭스바겐이 소속된 독일 최대 산업 노조도 비용절감 계획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폭스바겐그룹은 곧바로 루머 진화에 나섰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공장 폐쇄보다) 더 현명한 해결책이 있다"며 "우리 제품은 인기가 높지만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 모든 분야의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과 혈투 앞두고…전통 제조사 '노조 리스크' 점화
이번 폭스바겐그룹의 결단은 중국 자동차 제조사와의 경쟁을 앞두고 발표됐다.
올해 상반기 폭스바겐그룹의 전 세계 판매량은 약 413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특히 핵심 시장인 중국 시장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26% 줄어 수익성 타격을 입었다.
반면 지난 6월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월간 자동차 수출 대수는 처음으로 100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판매량 감소의 핵심 원인은 인건비다. 폭스바겐그룹 공장이 포진된 독일의 자동차 생산 비용은 포르투갈, 스페인보다 약 3분의 2가량 높은 것으로 추산된다. 높은 인건비가 신차 가격에 반영되면서 자동차 경쟁력도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로 폭스바겐그룹의 경영 정상화 계획은 초기부터 비판에 직면했다. 노조가 하반기엔 강도 높은 투쟁도 예고해 파업 리스크로 인한 실적 손실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이번 노사 갈등이 향후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폭스바겐그룹의 구조조정 계획에 실패할 시 2000년대 완성차 업계에 빈번했던 대규모 정리해고나 파산 등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산업 대격변기 대응 절실…현대차 노조 상생 필요성 ↑
전문가들은 현대차 노사도 폭스바겐그룹과 같은 어려움에 직면하기 전에 상생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 협상 난항으로 이날부터 오는 15일까지 매일 2시간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단순 환산 시 현대차의 매출액 타격은 약 2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현대차 노조는 앞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750%→800% △정년연장 △주 4.5일제 도입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기본급 8만9000원 인상 △성과금 350%+1000만 원+주식 15주 등을 제시해 양측의 간극이 큰 상황이다.
업계는 현대차의 실적과 관계없이 임직원의 실적이 지속해 상승 곡선을 그렸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국 관세 등 영향으로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는데, 임직원 연봉은 꾸준히 상승하면서 구매자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평균 9600만 원이었던 현대차 임직원 1년 평균 급여는 △2022년 1억500만원 △2023년 1억1700만원 △2024년 1억2400만원 △2025년 1억3100만원까지 치솟았다. 반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24년 이후로 하락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국내 완성차 노조가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회사와 상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압도적 인건비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 침투하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회사의 비용절감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고 입 모은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래거시 완성차 업체들이 다가올 산업 대개조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며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을 보장받고 있는 만큼,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 발짝 서로 양보하는 상생의 정신을 발휘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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