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침해 여부 놓고 치열한 신경전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한화세미텍과 한미반도체가 TC본더 특허 침해 소송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TC본더는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정밀 적층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의 핵심 장비로, 두 회사는 시장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63민사부는 9일 한화세미텍이 한미반도체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침해 금지 청구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한미반도체는 지난 2024년 말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TC본더 핵심 기술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이에 한화세미텍이 역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번 민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두 회사 측은 1차 변론 때 언급한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원고인 한화세미텍은 자사 보유 '플럭스 도포' 관련 3건의 특허를 피고 한미반도체가 침해했다고 봤고, 한미반도체는 이를 단 1건도 인정하지 않았다. 플럭스는 접합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화학 물질로, 특허 침해 3건은 △플럭스 균일성 검사 기술 △광원 활용 검사 방식 △플럭스 도포 이후 평탄화 기술 등과 관련이 있다.
한화세미텍 측 변호인은 "1번째 특허 침해에 대해서는 현재 피고가 아예 다투지 못하고 있다. 무효 심판도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화세미텍 기술의) 신규성과 진보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무효 심판에 들어가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반도체가 백색광을 사용해 특허에서 규정한 청색광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잘못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백색 광원이라는 것은 청색 광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우리 눈에만 흰색으로 보일 뿐, 청색은 그대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한미반도체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변호인은 "원고는 '어떠한 기술적 측면에서 특허는 이러한 것이고, 피고도 동일한 특허를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논리를 구성하는 게 아니라 일부 단어를 가지고 왜곡해서 실질을 오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1번째 특허의 경우 일반적인 명칭들을 다 기술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겹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가 무효 심판을 하지 않은 것은 이 법원에서 충분히 무효 판단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개별 기업 간 단순한 특허권 주장을 넘어, TC본더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의 연장선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한미반도체는 글로벌 TC본더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한화세미텍은 후발주자로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송 결과에 따라 시장 지형도가 일부 바뀔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세미텍이 승소한다면 기술적 신뢰성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기회를 얻고, 한미반도체가 승소하면 독주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 패소를 가정한다면 HBM 장비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었던 한미반도체 측이 잃을 게 더 많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미반도체는 사업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지속해서 드러내 왔다. 지난해 3월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직접 한화세미텍을 포함한 후발주자들을 언급하며 "결국에는 유야무야, 흐지부지하게 소량의 수주만 받아 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기존 강자인 한미반도체 입장에서는 특허 침해 소송과 같은 잡음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불편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재판에서도 한미반도체 측은 소송 관련 언론 보도 등을 의식하며 재판부를 향해 "신속하게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가 추가로 증거 신청한 것에 관한 결정, 증거 조사 등이 이뤄져야 한다. 손해액과 관련한 심리가 더 필요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변론기일이) 여러 번 더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9월 10일 오전 10시 20분이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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