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참전용사 후원 재조명…'돈쭐' 운동 주식 매수로 확산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정부의 상장폐지 기준 강화로 증시 퇴출 위기에 놓였던 한성기업이 개인투자자들의 '애국 투자' 열풍에 힘입어 극적으로 반등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돈쭐(돈으로 혼쭐)' 운동이 제품 구매를 넘어 주식 매수로까지 이어지면서 한성기업은 단기간에 대표적인 '애국 테마주'로 부상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현재의 주가 상승이 투자심리에 기반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결국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회복이 주가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성기업은 오전 11시 06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8.54%(1430원) 오른 644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시가총액도 상장 유지 기준인 300억원을 웃도는 수준까지 회복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저성과 기업 퇴출과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달 1일부터 코스피 상장 유지를 위한 최소 시가총액 기준을 기존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상향했다. 내년 1월부터는 이를 500억원으로 한 차례 더 높일 예정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성기업은 강화된 상장 유지 기준에 따라 상장폐지 우려가 제기됐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급반전된 모습이다.
이번 주가 급등의 직접적인 배경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애국 테마주' 열풍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성기업이 25년째 한국전쟁 유엔 참전용사를 위한 '영웅을 위한 음악회'를 후원해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런 기업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착한 기업에 돈쭐을 내주자"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크래미' 등 제품 구매 인증과 함께 주식을 매수했다는 게시물도 잇따라 올라왔다.
특히 "한 주라도 사서 응원하자", "애국기업 주주가 되자"는 게시물이 하나의 놀이 문화처럼 퍼지면서 소비 운동은 투자 운동으로 이어졌다. 기업의 펀더멘털보다 사회적 가치와 공감대에 투자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됐고, 이는 실제 주가 급등으로 연결됐다.
한성기업이 애국 테마주로 떠오른 데에는 정부의 상장폐지 제도 강화도 영향을 미쳤다. 한성기업은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시가총액이 한때 200억원대까지 떨어졌고, 강화된 상장 유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온라인에서는 "제도 변화로 이런 기업이 시장에서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 같은 위기의식이 오히려 매수세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상장폐지 기준 강화의 영향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코스닥에서는 신라에스지, 케이엠제약, 오에스피, 골드앤에스, 수성웹툰, 웰킵스하이텍 등 6개 기업이 시가총액 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공시했다. 동전주 기준은 액면병합이나 주식병합으로 일정 부분 대응할 수 있지만, 시가총액 기준은 기업가치 자체를 높이는 것 외에는 뚜렷한 회피 수단이 없어 상장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상장폐지 위험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우려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일 기준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는 160곳에 달하며,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기업도 56곳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역시 시가총액 300억원 미만 기업과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가 각각 41곳에 달한다. 내년부터 상장 유지 기준이 한 단계 더 강화되는 만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성기업은 보기 드문 사례로 꼽힌다. 상장폐지 우려가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의 자발적인 매수 운동으로 이어지며 시가총액을 단기간에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게임스톱 사태처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결집해 주가를 움직이는 '밈(Meme) 주식' 현상과 유사한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성기업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회사는 "온라인과 SNS에서 보내주신 따뜻한 관심과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좋은 식품을 만드는 데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온라인에서 확산된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회사는 "국산 원재료를 우선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다양한 국가의 원재료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며 "'국산 원재료만 사용하는 기업'이라는 표현은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국기업이라는 과분한 칭찬에 감사하지만 앞으로도 기본에 충실한 정직한 식품기업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투자자들의 선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친 이례적인 사례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이를 장기적인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인 수급과 투자심리가 주가를 움직일 수는 있지만 결국 기업의 실적과 수익성, 본업 경쟁력이 주가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폐지 요건 강화로 부실기업 퇴출이 본격화되면서 시장 체질 개선과 신뢰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면서도 "상장폐지 회피를 위한 주가 부양 기대가 반영되면서 단기적으로 관련 종목 중심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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