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주주 전량 청구에도 "동양생명 자체 감내 가능"
ABL생명 '통합 기반' 마련 전망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 완전자회사 편입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와 소액주주 반발 이후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높여 주주 보호 방안을 보완한 데 이어, 주식교환 대상 잔여지분 전량에 대해 매수청구권이 행사되더라도 동양생명이 자체적으로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거래를 둘러싼 재무적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완전자회사 편입이 완료되면 향후 ABL생명과의 통합을 추진할 수 있는 지배구조 기반도 갖춰져 생명보험업계 5위권 통합법인 출범을 위한 발판이 마련될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과 동양생명은 최근 포괄적 주식교환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동양생명 주주에게 적용할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기존 주당 8505원에서 9356원으로 10% 상향했다. 동양생명 1주당 우리금융 보통주 0.2521056주를 지급하는 교환비율과 양사의 교환가액은 그대로 유지했다.
앞서 동양생명 소액주주들은 우리금융이 과거 중국 다자보험으로부터 동양생명 경영권 지분을 주당 1만562원에 인수한 것과 이번 주식교환에 적용된 동양생명 교환가액 8720원 사이에 약 17%의 차이가 난다며 반발했다. 당초 제시된 주식매수청구 가격 8505원이 교환가액보다 낮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금감원도 지난 5월 우리금융이 제출한 포괄적 주식교환 증권신고서에 대해 중요사항 기재 등을 보완하라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우리금융과 동양생명은 두 차례 주주간담회를 열고 소액주주 의견을 수렴했으며, 기존 삼일회계법인에 이어 안진회계법인의 추가 검토를 받아 교환비율의 적정성에 관한 설명을 보강했다.
주식매수청구 가격 인상으로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보완되면서 완전자회사 편입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주주 반발도 일정 부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식교환을 선택하는 주주는 우리금융 주가 변동에 노출되는 반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주당 9356원을 현금으로 확정해 받을 수 있어 실제 청구 규모는 접수가 끝난 뒤에야 확인할 수 있다.
동양생명은 오는 2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포괄적 주식교환 안건을 의결한다.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주주는 23일까지 반대 의사를 통지하고 24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포괄적 주식교환 예정일은 다음 달 11일이며, 이후 동양생명은 2009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17년 만에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에는 동양생명이 반대주주에게 지급해야 할 주식매수 대금이 2000억원을 초과할 경우 동양생명이 서면 통지를 통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다만 이는 자동 해제 조건이 아닌 동양생명에 부여된 선택권으로, 해제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양사가 별도로 합의하면 거래를 계속 추진할 수 있다.
우리금융은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커지더라도 동양생명의 재무건전성이나 우리금융의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의 설명대로라면 계약상 2000억원 기준은 동양생명의 재무적 지급 한도라기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매수청구가 발생했을 때 계약 지속 여부를 다시 판단할 수 있도록 설정된 기준으로 해석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은 동양생명 주주총회 이후인 7월 24일부터 8월 3일까지 접수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청구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주식교환 대상 잔여지분 전량에 대해 매수청구권이 행사되더라도 동양생명이 자체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완전자회사 편입에 따른 우리금융의 자본비율 영향도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매수청구 대금은 동양생명이 직접 부담하고, 포괄적 주식교환에 필요한 우리금융의 신주 발행 규모도 전체 자본과 비교하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우리금융은 완전자회사 편입을 통해 현재 비지배지분으로 분류되는 동양생명 손익 22.1%를 지배주주 순이익으로 추가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동양생명의 향후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에 따라 구체적인 이익 증가 규모는 달라지지만, 동양생명 순이익 전액이 우리금융 주주에게 귀속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동양생명의 향후 실적에 따라 달라져 구체적인 순이익 증가 규모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현재 비지배지분율인 22.1%만큼 손익 인식이 추가된다고 보면 되고, 이번 주식교환이 우리금융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의 동양생명 완전자회사 편입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통합을 위한 지배구조 정비라는 의미도 있다. 동양생명의 상장폐지와 잔여 소액주주 지분 정리가 마무리되면 자본 확충과 배당, 조직개편 등 주요 의사결정을 그룹 차원에서 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 중복된 보험사 조직과 정보기술 시스템, 상품·영업 기능을 통합해 비용 효율성을 높일 여지도 커진다.
올해 1분기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총자산은 각각 34조4600억원과 19조2052억원으로, 단순 합산하면 53조6652억원에 달한다. 양사 통합이 완료되면 총자산 기준으로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에 이은 생명보험업계 5위권 보험사가 출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양생명은 보장성보험, ABL생명은 저축성보험에 상대적으로 강점을 두고 있어 통합 이후 상품 포트폴리오도 보완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통합에 대비해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외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합병 방식과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생보사 관계자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통합까지 이뤄지면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전통 대형사 중심이던 생보시장에서 신한라이프와 NH농협생명, KB라이프 등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간 중상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며 "신한라이프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 이후 보험손익과 보험계약마진(CSM) 등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자본건전성을 안정시킨 만큼, 동양·ABL생명 통합법인도 외형뿐 아니라 수익성과 지급여력 측면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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